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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Nov 07. 2022

왕 과장은 왜 팀장 자리를 거절했을까?

팀장 자리를 거절한 王(왕) 과장


중국 법인에 왕 과장이 있다. 감사하고 또 감사하게 되는 직원이다. 일을 잘한다. 김 부장 지시를 정확하게 파악해낸다. 김 부장이 기대한 것보다 더 멋지게 일을 처리해 낸다. 리더십이 뛰어나다. 중국인 직원 관리를 완벽하게 해낸다. 김 부장에게 보물같은 직원이다.


일 잘하는 사람은 소문이 나기 마련이다. 해드헌팅 회사가 왕 과장에게 접근했다. 경쟁 회사 팀장 자리를 제안했다. 연봉이 오르고  직급도 오르는 제안이었다. 내가 왕 과장이라도 솔깃할 수 밖에 없는 고민이다. 왕 과장은 한동안 고민한 후에 우리 회사에 남기로 결정했다.



상해에서 연봉 3배로 오라 하는데...


회사가 어려운 상황이다 보니 직원 연봉이 낮은 상태다. 3년째 임금인상이 동결되었다. 물가인상률, 최저 임금 인상률도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황이면 일 잘하는 직원들이 이탈하기 마련이다. 실제로 일 잘하는 직원들이 대거 이탈했다. 김 부장 팀의 진 대리에게도 오퍼가 들어왔다. 상해 소재 회사에서 현재 연봉의 3배를 주는 조건으로 오라는 것이었다. 진 대리는 고민 끝에 현재 회사에 남기로 결정했다.



김 부장에게는 감사한 일이다. 나라도 고민할 정도의 제안이었다. 자신의 발전을 생각한다면 연봉을 생각한다면 이직하는 것이 합리적인 결론이다. 왜 왕 과장과 진 대리는 우리 회사에 남기로 했을까?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만들어내라.


칼로 흥한 자는 칼로 망한다. 사람을 돈으로 사면 돈으로 뺏기기 마련이다. 멕시코 주재원 시절 뛰어난 능력의 호세 까를로스(가명) 상무를 시장에서 스카우트했다. 높은 연봉으로 채용했다. 정확히 1년 뒤 더 높은 연봉을 받고 다른 회사로 이직했다. 돈으로 산 사람을 결국 돈으로 떠나보냈다. 돈으로는 사람을 지킬 수 없었다. 다른 것으로 직원을 지켜야했다.

저는 내려쬐는 뙤약볕에 땀을 흘리며 벽돌을 쌓고 있는 3명의 벽돌공을 만났습니다.
 한 벽돌공이 유난히 인상을 찌푸리면서 벽돌을 쌓고 있길래 물었습니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그러자 유난히 인상을 찌푸리고 있던 그 벽돌공이 짜증 섞인 말투로 제게 답했습니다. “보면 모르시오? 벽돌을 쌓고 있지 않소?”
다시 저는 무덤덤한 표정의 다른 벽돌공에게도 같은 질문을 던졌습니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그러자 그 무덤덤한 표정으로 일하고 있던 벽돌공은 저에게 “몰라서 묻는 거요? 돈 벌고 있지 않소?”라고 답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뭐가 좋은지 벽돌을 쌓는 내내 시종일관 활짝 웃고 있는 벽돌공에게도 물었습니다. “지금 무슨 일을 하고 계신가요?” 그리고 그 마지막 벽돌공은 저를 보며 웃는 얼굴로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지금 아름다운 성당을 짓고 있는 중입니다!”
- <벽돌공 이야기>


올해 초 중국 주재원으로 부임했다. 특히 총무부서 직원들의 자존감이 낮아져 있는 상황이었다. 청소, 조경, 식당, 차량관리, 의무실 관리 같은 루틴한 일을 담당하고 있었다. 총무 일이 허드렛일이라는 생각이 강했다. 매일 매일 반복되는 일이 재미있을 리 없다.


총무 직원들에게 지금 하고 있는 일의 의미를 강조했다. 총무 일이 얼마나 숭고한 일인지 설득했다. 총무 일은 '회사의 어머니'라는 프레임을 설정했다.

"자식과 같은 직원들을 위해 밥을 준비하는 것이 우리의 일이다. 우리가 밥을 맛없게 준비하면 직원들은 고통받는다. 어머니가 집을 청소하지 않으면, 내부를 가꾸지 않으면 집이 엉망이 된다. 우리가 일하지 않으면 회사가 엉망이 된다. 우리는 회사의 어머니같은 팀이다. 누가 알아주지 않아도 직원들을 케어하는 팀이다."



우리 직원이 달라졌어요.


직원들이 달라졌다. 스스로 업무를 찾아서 하기 시작했다. 업무 개선을 위해 제안을 하기 시작했다. 코로나 상황에서 많은 직원들이 PCR 검사를 위해 외출해야 한다. 이러한 업무 공백을 최소화하기위해 '사내핵산 검사소'를 제안했다. 현장으로 찾아가는 의료서비스를 만들었다. 그동안 관리되지 않던 공간을 관리하겠다고 스스로 나섰다.


스스로 실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했다. 관리를 잘하고 있는 회사를 벤치마킹했다. 다른 회사의 좋은 프로세스를 들여왔다. 관리 제도와 프로세스를 업그레이드했다.


환경미화원으로 일하는 아저씨가 었었다. 이른 새벽부터 악취와 먼지를 뒤집어 쓴채 쓰레기통을 치우고 거리를 청소하는 일을 평소 해온 사람이었다. 누가 봐도 쉽지 않은 일에다 사람들에게 존경받는 직업도 아니고, 그렇다고 월급이 많은 일도 아니다. 그런데 신기한 것은 표정이 늘 밝다는 것이다. 하루는 그 점을 궁금하게 여기던 한 젊은이가 이유를 물었다. 힘들지 않으시내고, 어떻게 항상 그렇게 행복한 표정을 지을 수 있느내고, 젊은이의 질문에 환경미화원의 답이 걸작이었다.
"나는 지금 지구의 한 모퉁이를 청소하고 있다네!"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프레임(최인철 교수) 23p


직원들의 총무 일에 대한 태도가 달라졌다. 회사 내부에서 요즘 총무팀이 달라졌다고 평가한다. 마지못해 일을 하던 총무팀이 아니다. 일의 숭고한 '의미'를 찾았기 때문이다.


왕 과장와 진 대리는 요즘 회사 일을 하는 것이 즐겁다고 한다. 연봉도 그대로다. 하는 일도 그대로다. 생각만 바꾸었을 뿐이다. 일에 의미만 찾았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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