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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Nov 09. 2022

동료와만 술 마시는 주재원

동료와 상사만으로는 정보망을 확대할 수 없다. 다른 종류의 일을 하는 사람이나 이성, 연령차가 나는 사람과도 교류해야 한다.
<CEO의 정보감각에는 뭔가 비밀이 있다.> 니시무라 아키라


주재원들도 회식이 있다. 술자리가 있다. 주재지에 있는 한식당으로 간다. 현지식당으로 가기도 한다. 소주 한잔을 기울이며 주재원 생활의 고단함을 나눈다. 상사 뒷담화를 하기도 한다. 내일에 대한 희망을 다짐하기도 한다. 주재 생활 중 동료들과 술자리는 주재원에게 힐링이 되는 것은 사실이다.


문제는 일주일 내내 주재원과만 만나는 것이다. 일주일에 1~2회 정도는 괜찮다. 일주일에 3회 이상, 거의 매일 동료들과만 술자리를 한다면 단순히 노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술자리가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익숙한 동료 주재원과는 만나면 발전이 없다. 인맥을 넓힐 수 없다. 주재원 사회에서만 인맥이 형성된다. 회사 내의 한정된 정보만을 습득할 뿐이다. 주재 국가의 돌아가는 상황이나, 주재 지역의 정보는 습득하기 어렵다.



주재원 사회 외부로 눈을 돌리자.


다른 회사 주재원을 만나는 것도 도움이 된다. 다른 회사의 정보는 나의 업무를 개선하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 나도 다른 회사 주재원에게 도움이 될 수도 있다. 김 부장은 같은 국가로 진출한 다른 회사 주재원들을 정기적으로 만난다. 회사 제도나 주재국에 대한 정보를 수시로 공유한다. 내가 알 수 없었던 중요한 정보들을 얻기도 한다. 다른 회사 주재원이 법인 차량을 교체하면서 김 부장에게 대량 주문 100대를 넣기도 했다. 주재원으로서 업무 성과에 도움이 된다.


주재 지역의 한인들을 만나보자. 해외에는 한인사회가 형성되어 있다. 4~5년 한정된 기한으로 나오는 주재원과 달리 이민을 통해 주재 국가에 뿌리를 내린 한국인들이다. 지역사회 한인들의 주재원에 대한 시선은 복합적이다. 주재원들이 임대료 인상 등 인플레이션의 주범(?)이라고 원망하는 한인들도 있다. 대부분은 주재원들과 함께 어울려 지내려고 노력한다.


김 부장은 주재 국가의 한인들과 자주 만난다. 술자리도 하고 지역 골프대회에는 회사를 대표하여 참여하기도 한다. 주재원이 한인사회에 먼저 다가가 인사하고 어울려 지내면 큰 도움이 된다. 주재원들이 모르는 지역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 한인사회가 가지고 있는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할 수도 있다. 주재원이 어려운 일을 당할 때 함께 힘이 되어주기도 한다.


주재 국가의 현지인을 만나자. 김 부장은 멕시코인 아버지가 있다. 멕시코 금속 노조위원장 프란시스코씨다. 금속 노조 위원장을 부를 때마다 빠빠(papa, 아빠) 프란시스코라고 불렀다. 자주 만나서 데낄라도 마셨다. 한식당에 초대해서 삼겹살에 소주 한잔을 나누기도 했다. 멕시코인 아버지는 김 부장의 서툰 스페인어를 너무 좋아했다. 김 부장 스페인어 조금씩 좋아질 때마다 물개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인간적인 관계였기에 김 부장이 업무상 어려운 일이 생기면 자신의 일처럼 도와주었다. 멕시코 주정부와 인센티브 협상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을 때 한국인 입장을 옹호하는 신문광고를 자비로 내주기도 했다. 빠빠 프란시스코는 김 부장이 멕시코를 떠나던 날 꼭 다시 오라면서 손을 꼭 잡았다.





자신과 다른 환경에 있는 사람과 술자리를 가지는 것은 부담스럽다. 살아온 날이 다르기 때문이다. 서로 간의 공감대가 부족하다. 10~20분 대화하면 할 이야기가 없다. 더군다나 상대가 외국인이라면 외국어로 소통해야 하기에 술자리에 있는 것만으로도 부담스럽다. 피하고 싶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만나기 편한, 대화하기 편한 동료 주재원들하고만 술자리를 한다면 발전이 없다. 다양한 경험을 해볼 수 없다. 주재 국가의 생생한 목소리를 들을 수 없다. 주재원으로 나왔다면 더 넓은 세상으로 눈을 돌려보자. 깜짝 놀란만한 인연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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