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선 Nov 19. 2022

50이 되면 그럴 줄 알았다.

50이 되면...


좀 더 고상해지는 줄 알았다.

좀 더 관대해지는 줄 알았다.

좀 더 지혜로워지는 줄 알았다.

따뜻한 사람이 절로 되는 줄 알았다.

마음 속의 화를 다스리게 될 줄 알았다.

세상의 유혹에도 좀 더 의연해지는 줄 알았다.

남들이 마음을 상하게 해도 덜 아프게 되는 줄 알았다.

세상의 중심에 서서 제법 그럴싸한 사람이 되는 줄 알았다.

세상에 선한 영향력을 미치는 사람이 절로 되는 줄 알았다.

오늘 내게 주어진 문제를 좀 더 지혜롭게 결정하게 될 줄 알았다.

혼란스러움은 줄어들고 안정적인 것이 대부분인 삶이 될 줄 알았다.



50을 앞두고도 나는 여전히 같은 사람이다.


여전히 불안해하고

여전히 상처받으면 발끈한다.

누군가 쓴 소리를 하면 '밴댕이 소갈딱지'마냥 삐진다. 

열심히 하는 것보다는 나태함이 편하다.

은근슬쩍 내일로 미루는 것이 더 익숙하다.

나의 내일은 여전히 불투명하고 아직도 모르는 것이 많다.

오늘 어떠한 결정을 하는 것이 정답인지 여전히 혼란스럽다.

오늘의 길을 그대로 걸어야 할지 내일 새로운 길로 나서야 할지 여전히 모르겠다.



인정하기로 했다.


50이 되어도 여전히 미성숙함을 인정하기로 했다.

여전히 미생의 삶을 살고 있음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방황하던 젊은 날보다는 조금이라도 지혜로워졌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가난하던 젊은 날에 가지지 못했던 작은 풍요로움에 만족하기로 했다.

나를 필요로 하는 동료와 일자리가 있음에 감사하기로 했다.

부족한 내 곁에 있어주는 사람들을 소중하게 생각하기로 했다.

미련함을 인정하고 배우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50대가 되기로 했다.

그렇게 50대가 되기로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49세입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