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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Nov 19. 2020

#4. 몰입하는 글쓰기

네번째 : 몰입하라


글쓰기 하나에 자신을 충실하게,
정직하게 몰입하는 사람만이 자기 인생에도 몰입할   수 있다
나탈리 골드버그 <뼛속까지 내려가서 써라>



몰입하는 글쓰기는 무엇인가? 


당신은 지금 사무실에 있다. 사장님이 지시한 보고서를 쓰고 있다. 머릿속에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엄청난 실행전략이 글쓰기를 통해 쏟아진다. 당신의 눈은 모니터에 집중하고 있다. 머릿속에는 창의적인 생각과 글감이 흘러 다닌다. 쏟아져 나오는 머릿속 생각을 정리하느라고 키보드 자판을 두드리는 손이 따라가기 바쁘다. 화장실 갈 시간도 아깝다. 목이 마르지만 지금의 몰입을 깨뜨리기 아깝다. 정신없이 쓰다가 문득 눈을 들어 보니, 오전 시간이 훌쩍 지나가고 있었다. 시간이 가는 줄도 몰랐다. 글쓰기가 마무리되었다.


작성한 보고서를 한 번 점검한 후에 당신은 팀장에게 달려간다.  


"팀장님! 어제 사장님 지시사항은 초안을 준비해보았습니다."


팀장은 보고서를 보더니 만족해하는 눈치다.


"김 대리 잘했어. 이거 아이디어 좋다. 이걸 언제 했어? 지금 마무리해서 사장님 보고 드리러 가자"


이것이 모든 직장인들이 꿈꾸는 글쓰기일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어떠한가? 업무지시를 받은 당신은 오피스 문서를 열어 '새문서 만들기'를 한다. 문득 자료 검색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든다. 인터넷을 열어 검색을 한다. BTS 공연 소식과 엔터테인먼트 공모주 청약에 대한 기사가 흥미롭다. '아! 이건 놓치면 안 되지'하면서 인터넷 검색은 계속 이어진다. 기사 몇 개 클릭하다 보니 1시간이 훌쩍 지나간다. 정신을 차리고 관련 자료 몇 개 출력하여 자리로 돌아온다.  


재무팀에서 협조 메일이 왔다고 알람이 뜬다. 열어보니 바로 답장이 필요한 내용이다. 회신 메일 보내기를 클릭한다. 또 시간이 흘러간다. 회사 게시판 경조사란에 회사 선배 결혼 소식이 올라와 있다. '이 선배가 결국 결혼하는구나' 생각하면서 내가 놓친 경조사가 없는지 다른 경조사 내용을 훑어본다. 사내 채팅창에 쪽지가 올라와 있다. 옆 부서 동기가 ‘커피 한잔하자’고 한다. 1층 로비에 내려가서 최근 고민과 관심 사항을 이야기한다. 회사에서의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다시 책상에 앉는다. PC화면에는 아직도 빈 바탕인 오피스 문서가 덩그러니 놓여 있다. 벌써 퇴근 시간이다. 오늘도 보고서를 시작도 못 해보고 팀장님 시선을 피해서 퇴근한다. 그리고는 글쓰기에 둔한 자신을 자책한다. 당신이 천재가 아님을 아쉬워한다. 직장 내에서 당신의 하루는 어떠한가?




글쓰기의 천재들의 비밀 


우리가 부러워하는 역사 속 천재들을 살펴보면 공통된 한 가지 비밀을 가지고 있다. 그것은 바로 몰입이다. 한 가지 주제에 몰입하고 몰입해서 해결책을 찾아낸다. 뉴턴은 만유인력을 발견한 비밀에 대해서 “매일매일 만유인력의 원리에 대해서만 생각을 했습니다.”라고 무심하게 대답했다.  


아인슈타인은 "나는 몇 달이고 몇 년이고 생각하고 또 생각한다. 그러다 보면 99번은 틀리고, 100번째가 되어서야 비로소 맞는 답을 얻어낸다."고 이야기했다


몰입이론의 창시자인 미하이첵센트미하이는 <몰입의 즐거움>에서 "몰입(flow)은 삶이 고조되는 순간에 물 흐르듯 행동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느낌"이라고 한다.


성공하는 직장인 글쓰기를 위해서는 몰입할 수 있는 환경으로 자신을 내보내야 한다. 인간을 '사회적 존재'라고 한다. 직장인은 '조직 내 존재'이다. 홀로 직장생활을 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조직 내에서 수많은 장애물에 노출된다. 사람도 만나야 하고, 전화도 받아야 한다. 메일로 소통해야 한다. 글쓰기를 방해받지 않기 위해서 필요한 것이 '직장인의 글쓰기 몰입법'이다. 여기 바로 실천이 가능한 3가지 몰입법을 소개한다.



[비법 1]  시간에 몰입하라. 


시간에 몰입하기 위해 필자가 자주 사용하는 방법은 마감효과(Deadline effect)이다. 기자도 마감에 닥쳐서 쓰는 글에서 특종이 많이 나온다고 한다. 작가도 마감 시간에 쫓겨 쓴 글에서 베스트셀러가 나오는 경우가 많다. 시험 전날 하는 공부가 집중이 잘 된다. 직장인 글쓰기도 시간을 정해놓으면 강제로 집중하게 된다.  



시간에 몰입하는 첫 번째 노하우는 '리더'를 활용하는 것이다.


리더에게 업무지시를 받을 때 언제까지 필요한지 물어본다. 리더가 정해준 일정을 다시 한번 소리 내어 따라 한다. 마감일이 애매하다면 당신 스스로 정해서 리더에게 언제까지 초안을 보고하겠다고 '선언'한다. 내 스스로 데드라인을 만드는 것이다. 마감이 다가오면 주변의 방해에 나를 맡길 수가 없다. 진도가 안 나가도 써야 한다는 절박감에 사로잡힌다. 저절로 집중할 수밖에 없다. 지금 쓰는 이 글도 토요일 새벽에 일어나서 외부 약속 전에 반드시 마무리하겠다고 생각하고 정신없이 써내려가고 있다. 마감을 정하지 않았더라면 언제 마무리가 되었을지 모를 글이다.



시간에 몰입하는 두 번째 노하우는 '주변 동료'를 활용하는 것이다.  


동료나 선배에게 당신의 보고서를 검토해줄 수 있는지 물어본다. 그리고 시간을 정한다. 동료나 선배에게 당신의 글쓰기 마감 시간을 선언하는 것이다. 동료에게 보여주려고 하면 집중을 할 수밖에 없다. 엉망인 글을 보여줄 수는 없다. 혼자 볼 때보다 한 페이지라도, 한 줄이라도 더 준비하게 된다. 가급적이면 실력이 있고, 존경하는 선배에게 부탁하는 것이 효과가 높다.



시간에 몰입하는 세 번째 노하우는 글쓰기 검토를 위한 '회의'를 잡는 것이다. 


'오후 3시에 보고서 리뷰를 위한 회의를 하겠습니다.'라고 팀 내부에 선언한다. 당신의 글을 팀원들이 함께 보게 된다. 커피 한 잔 마시고 담배 한 대 피우고 와서 슬슬 글쓰기를 할 수 없게 된다. 온 정신과 영혼을 끌어모아 글쓰기에 집중하게 된다.  


필자는 지난달에 해외법인 관련 보고서를 작성한 적이 있다. 1주일이나 지났는데도 정리가 잘 안 되는 상황이었다. 아침에 출근해서 팀원들에게 오후에 회의실에서 같이 보고서를 검토해줄 것을 부탁했다. 그리고 미친 듯이 글쓰기에 빠져들었다. 1주일이 지나도 안 되던 것이 2시간 만에 정리가 되었다. 보고받은 임원이 한 칭찬은 덤이었다.  





[비법 2] 장소를 몰입하라. 

<출처 : 게티이미지뱅크>


3년 전 주재원으로 근무할 때 법인 비전과 핵심가치를 수립하라는 지시가 있었다.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니 방해로 인해 집중이 어려웠다. 현지인 직원들은 팀장의 의견이 필요하다면서 계속 내 자리로 대화를 나누었다. 한국 본사에서도 문의 전화가 계속 몰려왔다. 이것이 주재원의 일상이다. 도무지 깊은 몰입을 할 수가 없는 상황이었다.  


상사와 주변 동료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회의실로 들어갔다. 하루종일 비전과 핵심가치만 생각했다. 1주일 뒤에 완성된 보고서를 들고 회의실을 탈출할 수 있었다. 지금도 해당 법인에서는 필자가 기획한 비전과 핵심가치를 방향 삼아 미래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몰입하지 않았더라면 없었을 경험이다.


회사에서도 몰입의 힘을 잘 알고 있다. TFT(Task Force Team)를 조직할 때면 별도의 독립된 공간을 준다. 단절된 공간에서 몰입하라는 의미이다. 다른 업무는 생각하지 말고 주어진 과제에만 집중하라는 것이다. 정말 중요한 과제가 있다면 스스로 몰입을 위한 장소를 만드는 것도 효과적이다.



[비법 3] 정신을 몰입하라. 


서울대학교 황농문 교수는 재료공학계에서 50년 이상 된 미해결 난제를 해결했고, 그 나노입자에 대한 논문은 최우수 논문을 수상하기도 했다. 그는 풀리기 어려운 연구 과제가 주어지면 몰입을 하려고 노력한다. 황농문 교수는 "몰입 상태에서 몇 날이고, 몇 주일이고 내내 그 생각만 하고, 그 생각과 함께 잠이 들었다가 그 생각과 함께 잠이 깬다. 이런 몰입 상태에서는 문제해결과 관련된 새로운 아이디어가 떠오른다."고 한다.


필자도 어려운 주제의 글쓰기는 눈을 부릅뜨고 뇌가 이 문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온 정신을 집중한다. 몰입을 통해 나오는 아이디어들이 서로 융합하여 글쓰기로 쏟아져 나올 수 있도록 과제에만 집중한다. 과제에 몰입하다 보면 아이디어의 실타래가 하나씩 풀리는 짜릿한 경험을 할 수 있다.


보고서에 집중할 때는 되도록이면 PC의 다른 실행 창들은 닫아버린다. 오로지 그 문제와 나만 일대일로 만난다. 온 우주 안에 나와 그 문제만이 존재하는 것처럼 생각한다. 멀티테스킹(여러 가지 일을 한꺼번에 처리하는 것)이라는 말은 멋있어 보이지만 몰입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직장에서 멀티테스킹을 하면서 좋은 결과물을 내본 적은 없다. 주유소 습격사건에서 배우 유오성은 '한 놈만 팬다'는 명언을 남겼다. 직장에서 글쓰기를 할 때는 한 놈만 패라.



한 번만 제대로 몰입해보라.


글쓰기를 잘하는 직장인들은 이미 몰입하는 글쓰기를 실천하고 있다. 이 글을 읽으면서 고개를 끄덕이고 있을 것이다. 당신이 몰입하는 글쓰기를 하지 못했다고 해서 걱정할 것은 없다. 이제 시작하면 된다. 몰입하는 글쓰기를 한다면 당신의 직장생활은 순탄하게 해질 것이다. 연말 고과와 승진으로 보답받을 것이다. 이제 몰입하는 글쓰기는 당신의 선택이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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