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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Nov 23. 2020

#5. 거인의 어깨에서 써라.

다섯번째 : 거인의 어깨에서 써라.

어느 날 갑자기 에베레스트 정복이 쉬워졌다.


1953년 5월 29일 영국 원정대가 최초로 에베레스트를 정복했다. 그들은 8,848m나 되는 에베레스트 베이스캠프를 2,000미터 높이에 설치했다. 아무도 여기에 의문을 품지 않았다. 관행적으로 2,000미터 지점에 베이스캠프를 설치했고, 후발주자들은 따랐을 뿐이다. 그렇게 에베레스트는 정복되기 어려운 세계 최고의 산으로 남고 있었다.


누군가 베이스캠프를 6,000m 높이에 설치했다. 갑자기 에베레스트 등정에 성공하는 이가 매년 수백 명으로 늘어났다. 베이스캠프 위치를 바꾸자 어려웠던 등반이 한결 쉬워진 것이다. 단지 바뀐 것은 베이스 캠프 위치뿐이었다. 


글쓰기도 마찬가지이다. 바닥부터 쓰기 시작하면 도달하기 어려운 과제가 된다. 처음부터 시작하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힘들다. 글쓰기의 베이스캠프를 정상 근처에 구축하면 글쓰기가 쉬워진다. 거인의 어깨에서 쓰면 글쓰기가 편안해진다.  


                                                                         <게티이미지뱅크>


시간이 걸리는 이 차장의 글쓰기


이 차장은 보고서를 잘 쓰는 편에 속한다. 글쓰기에 대한 소신도 가지고 있다. 이전 보고서는 참고하지 않는다는 것이 글쓰기 철학이다. 이전 보고서들을 참고하면 선입견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 차장은 PC에 자료를 저장하지 않는다. 자신의 보고서나 다른 동료의 보고서도 저장을 하지 않는다.업무 지시를 받으면 오로지 자신의 생각으로 처음부터 글쓰기를 시작한다. 


이 차장의 글쓰기는 문제가 있다. 내용은 둘째치고서라도 시간이 많이 걸린다는 것이다. 처음부터 시작하니 글쓰기 시간이 너무 걸린다. 상사가 기다리는 시간이 필요하다. 상사는 이 차장의 보고서를 무한정 기다릴 수는 없다. 때로는 경영층에게 바로 보고를 해야하는 경우도 있는 것이다. 뛰어안 보고서는 우수한 내용도 중요하지만 타이밍도 중요하다.



최고의 보고서를 활용하라


사내에서 인정받는 보고서들을 모으는 것에 집착하라. 양질의 보고서를 생산하는 직장인들이 우리 주변에 반드시 있다. 매번 찾아가서 노하우를 물어볼 수도 없는 일이다. 최고의 보고서를 모아라. 작성자의 의식의 흐름을 따라가면서 같이 읽어보라. 


다음 번 보고서 작성 시 활용해보라. 양식을 따라할 수도 있고, 작성 방식을 따라할 수도 있다. 일부 표현만 참고할 수 도 있다. 빈 화면에서 두드리기보다는 기존 보고서 양식에서 작성하면 장점이 있다. 시간과 에너지를 절약할 수 있다. 중요한 정보를 빠트리지 않고 작성할 수 있다. 필요없는 내용을 작성하는 것도 피할 수 있다. 바닥에서 시작하지 말고, 높은 베이스캠프에서 글쓰기를 시작하라. 



표준 양식을 활용하라


새로운 팀으로 전입을 갔다면 경험이 많은 선배와 동료에게 조직에서 표준으로 사용하고 있는 양식이 있는지 물어보자. 기본으로 사용하는 양식을 활용하면 프레임 고민 시간을 줄일 수 있다. 10분만 줄여도 6번이 반복되면 1시간을 절약할 수 있다. 


                                                                     <게티이미지뱅크>


좋은 보고서를 만나더라도 쫄지 말아라.


당신의 보고서도 누군가에게는 부러움을 사는 보고서이다. 정 차장은 내가 부러워하는 '글쓰기'전문가이다. 그녀의 보고서를 보면 논리의 흐름이 명확하다. 그리고 따뜻하고 맛있게 보고서를 쓴다. 보고나면 한 편의 영화를 본 듯 개운한 느낌이 든다. 그래서 기회가 되면 정 차장 보고서는 달라고 해서 읽어보는 편이다. 배우기 위해서이다.


우연히 커피 한잔을 하면서 정 차장 보고서를 많이 보고 배운다고 했더니 정 차장이 웃는 것이다. 자신의 보고서가 너무 부끄럽다고 한다. 그리고 정 차장은 필자의 보고서를 보면서 배운다는 것이다. 서로 웃었다. 그렇다. 당신의 글쓰기도 누군가에게는 도전이 될 수 있다. 



직장인이 글을 잘 쓰기 위해서는 보고서를 많이 읽어야 한다.


다독, 다작, 다상량이 직장인의 글쓰기에도 적용이 된다. 다만 직장인이 쓴 보고서를 많이 읽어야 한다. 좋은 보고서를 저장을 해두고 수시로 읽어라. 보고서를 많이 읽는 사람이 좋은 보고서를 쓸 수 있고, 적절한 문장들을 구사할 수 있다. 


그리고 기획의 아이디어도 보고서를 많이 읽는데서 나온다. 갑자기 아이디어가 나오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의 아이디어는 다른 정보와 충돌하는 과정에 나오는 경우가 많다. 필자의 경우에는 해외법인 월간회의 자료가 보물창고이다. 천천히 읽다보면 계속 아이디어가 샘솟는다. 직장인은 회사 내의 보고서를 다독해야 한다. 


기회가 되면 사외 보고서도 보자. 너무 우물 안의 개구리가 되지 않도록 다른 회사의 보고서를 보는 것도 좋다. 생각하는 것과 접근 방법이 새롭다. 새로운 시도를 해볼 수 있다. 



선배의 보고서는 최고의 교재가 된다.


선배들이 만들어놓은 보고서를 읽어라. 한 장 한 장 읽다보면 내가 무엇을 모르는지 무엇을 알아야 하는지가 보인다. 필자의 경우 입사해서 안전팀에 배치가 되었다. 공대생이 아니었던 필자에게 모르는 것 천지였다. 선배들의 보고서를 읽어내려갔다. 몇 달을 보고서를 보니 팀 업무가 눈에 들어왔다. 팀의 글쓰기를 할 수 있게 되었다.



지금도 거인의 어깨에서 쓴다.


2020년 미국에서 대통령 선거가 진행되었다. 필자에게 미국 대선 결과에 따른 노동환경 변화를 검토하라는 지시가 내려왔다. 바닥에서 쓰기 시작할 것인가? 거인의 어깨에서 써야 한다. 필자도 거인의 어깨에서 써내려갔다. 정책팀과 미국법인에 관련 자료를 문의하고 참고했다. 쉽지 않은 주제였지만 반나절 안에 마무리했다. 상사에게 메일을 보내고 퇴근하여 이 글을 쓰고 있다. 미국 주재원들이 인정한 보고서였으니 제법 괜찮은 보고서라고 생각해본다. 필자도 거인들의 보고서를 참고하여 정상에 오를 수 있었다. 글쓰기를 해야 하는가? 오늘 거인의 어깨에서 써보자.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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