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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Dec 20. 2022

만년 부장이지만 괜찮아....

"김 부장은 실력에 비해 관운이 없어..."

이 시즌이 되면 선배들이 김 부장을 위로하는 말들이다.

그렇게 올해도 이 이야기를 듣는다. 억지 미소를 지으며...



승진 시즌은 그렇게 또 흘러간다.


인사발령이 게시되었다. 동기들 중에 임원 승진자가 제법 보인다. 나보다 실력이 부족하다고 내심 생각했던 동기 중에도 임원 승진자가 있다. 심지어 후배도 임원 승진 발령이 났다. 삼수의 고배를 마시던 선배도 이번에 임원 승진 대열에 합류했다. 


임원 승진을 한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선배 승진 축하합니다."

전화를 받는 선배의 목소리가 들떠있다. 애써 차분하게 감정을 감추려는 것이 수화기를 넘어 전해져온다. 승진자가 기분좋은 것은 어쩔 수 없는 노릇이다. 

"김 부장이 많이 도와준 덕분이다."

선배는 꼭 해야했어야 하는 말인듯 감사를 토해낸다. 내년에는 '김 부장도 합류하라'며 덕담을 건넨다.


올해도 임원 승진에 누락한 선배에게 전화를 걸었다. 하필 코로나 확진으로 집에서 쉬고 있었다. 코로나로 몸도 아프다.  승진 누락으로 마음도 아프다. 

"선배! 우리 함께 내년을 기약하시죠"

생각해보니 너무 성의 없는 위로였다.

"그래 내년에 보자"

선배는 힘없이 전화를 내려놓았다.



임원이 뭐길래... 대기업 임원이 된다는 것


대기업에 입사해 임원이 될 확률은 1% 남짓이다. 삼성전자의 경우 2021년말 기준 임직원 11만 5천여명이다. 그 중 임원이 890명이다. 전체의 0.7%에 불과하다. 


김 부장의 그룹 입사 동기가 300명이었다. 동기 중 3명 남짓 임원이 될 수 있다는 이야기다. 그만큼 임원이 되기 어렵다. 그래서 임원을 '월급쟁이의 별'이라고 하지 않는가. 


임원이 되면 대우가 달라진다. 복지와 연봉이 달라진다. 개인 집무실이 주어진다. 업무용 휴대폰도 지급된다. 직급에 따라 차량도 지원된다. 부사장급 이상은 전담 기사가 배정된다. 일단 연봉이 달라진다. 몇 년 전 임원이 된 K선배는 직원 시절에는 항상 통장 잔고 걱정을 했다 한다. 임원이 된 후에는 통장 잔고 걱정을 안한다고 한다. 써도 남을 정도로 돈이 들어온다고 한다.   



여우의 신포도


여우 한 마리가 길을 가다가 높은 가지에 매달린 포도를 보았다.
“참 맛있겠다.”
여우는 포도를 먹기 위해 펄쩍 뛰었다. 포도가 너무 높이 달려 있어 여우의 발에 닿지 않았다. 수 차례 있는 힘을 다해 뛰어 보았지만 실패했다. 여우는 포도를 따 먹지 못하고 돌아가야 했다. 돌아가면서 여우는 말했다.
“저 포도는 너무 시어서 맛이 없을 거야.”


올해도 임원이 되지 못했다. 

'임원이 되면 고용이 불안정해질거야.'

'잘나가면 박 상무도 올해 집에 갔더라.'

'회사생활은 정년퇴직하는 사람이 최종 승자다!'

애써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쓸쓸하게 집으로 돌아가는 뒷모습이 여우의 모습인 것 같아 씁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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