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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an 15. 2023

아빠가 노트에 미쳤어요!

노트에 미친 아빠


주말에 집으로 돌아와 한 주간의 플래너를 정리하고 있다. 초 6 아들이 다가와 아빠의 플래너 정리가 신기한 지 옆에서 지켜본다. 아들에게 아빠가 쓰는 플래너에 대해 간단하게 설명해주었다. 아들을 질린다는 표정으로 아빠를 보더니만 큰 소리를 지르며 엄마에게 도망을 갔다.

"엄마! 아빠가 노트에 미쳤어요!"



일상이 뒤죽박죽인 직장생활


입사 후 첫 3년은 회사에서 나누어 주는 수첩을 사용했다. 직장인의 노트 작성법을 가르쳐 주는 선배가 없었다. 선배들도 노트를 어떻게 사용해야 하는 지 잘 몰랐다. 그냥 들고 다녔다.


적어야 할 일이 생기면 회사 노트에 몇 줄 끄적거렸다. 상사의 지시사항을 받아 적었다. 회의 내용을 기록했다. 꼭 기억해야 하는 정보/문서가 생기면 반으로 접어 노트에 끼워두었다. 금세 노트는 메모와 정보로 가득 찼다. 각종 정보는 여기 저기 흩어져 있었다. 


일과가 제대로 정리가 안 되는 기분이었다. 뒤죽박죽된 노트는 일에도 영향을 미쳤다. 임원의 중요한 지시사항을 찾지 못해 시간을 보내기 일쑤였다. 업무상 알아야 할 정보들이 여기저기 흩어져있으니 제대로 숙지하기가 어려웠다. 혼지만 뒤쳐지는 기분이 들었다. 


한 해가 지나면 그 해 쓰던 노트는 서랍 속으로 사라졌다. 새해가 되면 새로운 업무용 노트가 또 생겼다. 다시 깨끗한 새 노트에 메모를 끄적거렸다. '작년인가 재작년에 중요한 내용을 적어 놓은 것 같은데...' 어디에 적었는지 찾기 어려웠다. 노트에 적어둔 내용을 찾느라 쓸데없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급하면 포스트잇과 손에 잡히는 이면지에 대충 메모를 했다. 어딘가 대충 끼워두었다. 중요한 메모 내용을 찾느라고 호들갑을 떨었다. 항상 불안했다. 항상 일에 쫓겼다. 직장인으로서 필요한 정보가 제대로 관리되지 않았다. 


중요한 미팅에서 새로운 업무 파트너를 만났다. 명함을 받아두었는데 잊어버렸다. 다음 미팅에서 상대방은 내 이름을 기억하고 불러주었다. 상대방은 지난 미팅에서 나눈 대화들을 언급하면서 반가움을 표현했다. 나는 지난 대화 내용을 기억하기는커녕 상대방 이름조차 기억하지 못했다. 어색한 미소만 지을 뿐이었다. 급히 미팅을 마무리했다.


상사의 지시사항은 여기저기 적혀있어서 헤매기 일쑤였다. 메모를 못 찾으니 상사의 지시사항을 기한 내 완수하지 못했다. 동료들이 이야기해 준 중요한 정보들, 사람에 대한 중요한 정보도 어디 적어 두었는지 몰랐다. 그냥 정보들이 사라져 버렸다. 직장의 일상이 뒤죽박죽인 느낌이었다.

 


직장인의 노트를 공부하기로 했다.


답답해서 노트에 대해 공부했다. 우리보다 앞서가는 직장인 선배의 노트 작성법을 공부했다. 직장인의 노트, 메모하기에 대한 책을 읽었다. 인터넷에서 관련 글들을 찾아 읽었다. 플랭클린 플래너를 알게 되었다.  


처음 10년은 매년 플랭클린 플래너 속지를 구입해서 썼다. 플래너 쓰기가 익숙해지니 좀 답답했다. 나만의 스타일로 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파워포인트에 양식을 만들어서 나만의 플래너를 만들었다. 김선 표 플래너가 탄생했다. 그 후 10년은 내 스타일에 맞추어서 출력해서 쓰고 있다. 그렇게 20년째 플래너를 쓰고 있다.


작년에 법인장 비서로 업무를 바꾼 팀원에게 일정관리와 플래너 사용법에 대해 설명해주었다. 김 부장을 바라보는 눈빛이 달라졌다. 배우고자 하는 눈빛이다. 김 부장 플래너 사용법을 배우기 위해 매일 자리로 온다. 자신의 노트 작성을 보면서 피드백해달라고 한다. 20년 플래너 노하우가 후배 팀원에게는 경이롭게 보이는 모양이다.



플래너를 쓰지 말고 당신을 써라.


20년간 플래너 쓰기를 하면서 느낀 점은 플래너는 단순한 업무일지가 아니다. 시간관리 / 일정관리 도구가 아니다. 일정관리는 플래너의 하나의 기능일 뿐이다. 


플래너는 나의 인생을 쓰는 것이다. 나를 담아낸 한 권의 책이 된다. 플래너에는 나의 비전, 미래계획, 자기계발, 아이디어, 자녀교육, 자산관리, 인간관계, 경영정보, 개인정보, 나의 역사, 선배생각과 같은 것을 담을 수 있다. 나와 관련된 모든 것을 담을 수 있는 것이 플래너다.


김 부장의 플래너 쓰기 20년 노하우를 하나씩 공유해보려고 한다. 한 가지라도 당신의 마음에 울림이 있기를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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