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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Aug 05. 2023

50대에는 행복해도 될까요?

치열하게 살아야 하는 줄 알았다.


10대와 20대는 공부에 치여 살았다. 부모님 말씀처럼 '좋은 대학 가는 것'이 인생 목표인 줄 알았다. 좋은 대학을 가면 모든 것이 다 해결되는 줄 알았다. 그때는 그랬다.


대학에 와서 보니 아직 미래는 불투명했다. 좋은 성적을 얻기 위해 애를 썼다. 전공(법학)을 따라서 사법고시를 준비했다. 새벽이면 도서관 불을 켜고 들어섰다. 늦은 밤 불을 끄고 도서관을 나섰다. 대학 동기들이 공부에 미쳤다고 이야기할 정도로 공부에 매진했다. 그래도 사법고시는 고배를 삼켜야 했다. (누구처럼 10수를 하면 합격하지 않았을까?)


남들이 회사 이력서를 쓰길래 따라 썼다. 직장이 있어야 사람 구실을 한다고 하길래 면접을 보았다. 감사하게도 늦은 나이지만 입사했다. 직장 선배들이 '성실함과 근면함'이 직장인의 미덕이라고 이야기했다. 성실해야 되는 줄 알았다. 정말 열심히 일했다. 새벽 어스름에 사무실 불을 켜고 출근했다. 늦은 시간까지 일에 매달렸다. 워커홀릭(workaholic)이라는 (다소 명예롭지 못한) 타이틀이 붙기도 했다. 회식이 있는 날이면 누구보다 뜨겁게 술을 삼켰다. 상사와 함께 간 노래방에서는 머리에 넥타이를 매고 노래도 불러젖혔다. 직장인은 그렇게 살아내는 것이라고 하길래... 그렇게 살았다. 



50대, 행복해도 되는 나이


어영부영 살다 보니 50대다. 정신을 차리고 앞을 내다보니 직장에서 지나온 길보다 퇴직이 더 가깝다. 

50년 동안의 치열함은 이제는 좀 내려놓고 싶다. '행복'이라는 녀석을 생각하면서 살고 싶다. 50년 동안 무엇인가를 이루기 위해 열심히 살아냈다. 이제 50대에는 좀 행복해도 되지 않을까?


첫째, 야근과 주말 출근을 줄여야겠다. (항상 그렇게 결심하지만...) 회사 업무와 개인 생활 간 균형을 유지하려 한다. 일에도 한계 효용체감의 법칙이 있다고 믿는다. 쉴 때는 충분하게 쉬어야 효율이 오르는 법이다. 나만을 위한 여가 시간을 만들어야겠다. 50대에는 글쓰기 시간을 늘려야겠다.


둘째, 같이 일하던 주재원이 암으로 중도 귀임했다. 다들 너무 놀랐다. 일을 잘하는 친구였다.  '세상의 모든 것을 얻어도 건강을 잃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라는 말이 실감 난다. 부서 직원들이 나에게 운동을 하라면서 난리다. 김 부장과 오래 근무하고 싶다면서 규칙적인 운동을 하라고 한다. 점심 식사 후에는 일을 내려놓고 산책을 해야겠다. 스트레스를 관리하는 나만의 방법을 찾아야겠다.


셋째, 사람들을 더 만나려고 한다. 주재원 동료들이 좋은 사람들이 많다. 감사하게도 저녁 식사 초대를 해준다. 산더미 같은 일에 치여서 시간을 못 내는 경우가 많았다. 현지인 직원, 주재원 동료들과 소통해야겠다. 직장 생활은 업무 반, 인간관계 반이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감사하게도 동료들이 김 부장에 대해 긍정적인 피드백을 해준다. 칭찬을 해주는 편이다. 나도 사람인데 칭찬과 위로가 필요하지 않은가. 사람의 목소리를 듣고 위로받아야겠다.


넷째, 나이 50에도 여전히 성장할 수 있다고 믿는다. 50대 직장인이라고 해서 성장을 멈추는 것이 아니다. 새로운 기술이나 지식을 습득할 것이다. 요즘은 통계와 데이터 분석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 50대의 성장은 여전히 새로운 기회를 만들어 낼 것이다. 


다섯째, 그동안 손을 놓았던 그림을 다시 시작해야겠다. 그림을 그리면 잡생각이 없어진다. 붓 끝을 따라가면 의식도 따라간다. 덧입혀지는 색깔 하나하나에 몰입하게 된다. 쓸데없는 생각, 불필요한 고민들, 스트레스를 잊게 된다. 50에는 다시 그림을 그려야겠다. 


여섯째, 웃어야겠다. 감사해야겠다. 지금까지 지내온 것 모두 감사할 일들이다. 내가 누리는 모든 것들이 내게는 축복이다. 앞으로의 인생에 어려움이 없지는 않겠지만 방법은 있지 않겠는가. 웃어야겠다. 감사해야겠다.




50부터 시작하는 새로운 시작은 '행복'에 조금 더 욕심을 부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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