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부엌으로 달려가 냉장고를 열어보자. 냉동실에 검은 비닐로 싸인 정체불명의 식품들이 가득하지 않은가? 원하는 식재료를 찾을라치면 일일이 꺼내 뒤집어보아야 한다. 오래된 검은 봉지 비닐 속 무거운 냉동식품이 가끔 발등을 찍기도 한다. 냉장실 구석에 놓인 야채들이 이미 상해 가고 있다. 냉장고에 이미 있는데 이를 몰라서 중복해서 식재료를 사기도 한다. 냉장고가 관리되지 않아서이다. 냉장고에서 물건을 찾다가 짜증이 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휴가 중에 장모님 댁을 갔다. 새벽에 부엌이 분주했다. 장모님 댁 오래된 냉장고가 고장난 것이다. 새 냉장고를 사드렸다. (오랜만에 사위 노릇을 했다.) 장모님 냉장고 정리를 도와드리기로 했다. 냉장고에 복잡하게 쌓여있는 재료들을 '수납 바구니'를 사용하여 정리하기 시작했다.
<냉장고 정리 컨셉>
이제 정리를 할 시간이다. 다이소로 달려갔다. '냉장고 정리용 바구니'를 샀다. 규격화된 바구니에 유사한 삭재료를 분류하여 담았다. (장류, 유제품, 반찬류, 소스류, 곡물류, 건조된 식재료 등) 비슷한 용기에 식재료를 소분하고 각각의 바구니에 정리했다. 그리고 냉장고에 보기 좋게 끼워 넣으면 된다.
장모님은 정리된 냉장고를 보더니 놀라셨다. 전에는 냉장고에서 식재료를 찾느라고 고생하셨다고 한다. 냉장고에 수납 바구니로 분류해 두니 알아서 스스로 정리된 공간을 활용하시고 있다. 새로운 식재료가 생기면 각각의 수납바구니를 활용하여 정리하신다. 이런 방식을 배워서 김치냉장고도 알아서 정리하셨다.
나를 중심으로 엄청나게 많은 사건들이 일어난다. 수많은 정보들이 생성된다. 제대로 관리되지 않으면 엉망진창이 되기 마련이다.
- [불효자는 웁니다.] 부모님 생신(특히 음력)을 어디 적어두었는지 몰라서 가끔 축하를 놓치기도 한다.
- [매년 계획만 세워요] 올해 이것을 하겠다고 굳게 마음을 먹었는데 시간이 지나니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 [이름을 잘 못 외웁니다.] 업체 사람과 미팅을 하게 되었다.
작년에 분명히 인사를 나눈 사람인데 이름도, 직책도 하나도 기억이 안 난다. 상대는 내 이름을 불러준다.
- [업무관리 실패] 오늘 무슨 일을 해야 하는지, 이번 달에는 무슨 일들을 해야 하는지 관리가 안되고 있다.
급한 일들, 생각나는 일들 중심으로 하고 있다. 그러다 중요한 일을 놓치기도 한다.
- [지시사항 미이행] 상사의 중요한 지시사항을 까먹어 상사에게 질책을 받기도 한다.
- [약속 중복] 저녁 약속을 메모하여 두지 않아서 중복하여 잡았다. 양해를 구하고 약속을 연기했다.
- [인생 계획이 없어요] 세상에 태어나 무엇인가 의미 있는 사람이 되고 싶은데 매번 고민만 한다.
- [세금은 남들보다 많이 냅니다.] 세금 내야 하는 날짜를 잊어버려서 매번 가산금을 추가로 지급한다.
- [휘발되어 날아가는 독서] 책을 가끔 읽기는 하는데 책 장을 덮고 나면 아무 생각이 나지 않아요,
- [아이이어 저장공간 부재] 좋은 생각들이 날 때가 있어요. 적어두는 공간이 없으니 사라집니다.
- [정보관리 부재] 중요한 정보들이 관리되지 않는다.(다양한 주소, 금융 정보, 각종 포인트 관련 정보,
개인 건강 관련 정보) 매번 정보를 찾느라고 시간을 허비합니다.
나는 잘 관리되어야 한다. 나를 중심으로 한 정보들은 관리되어야 그 가치를 발휘한다. 나를 중심으로 한 다양한 정보들을 관리할 때 내가 주체가 되어 내 인생을 경영할 수 있다.
복잡한 냉장고에만 수납 바구니가 필요한 것이 아니다. 인생에도 '수납 바구니'가 필요하다. 인생의 다양한 정보를 체계적으로 분류하여 담을 공간이 필요하다.
여러 개의 수납 공간을 준비하기만 하면 된다. 나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과 정보를 각각의 바구니에 분류하여 담으면 된다.
필자의 경우 16개의 수납 공간을 활용하고 있다. 나를 중심으로 일어나는 사건과 정보를 16개의 공간으로 분류해 두었다. 나와 관련된 발생하는 모든 사건과 정보는 각각의 바구니로 보내져 처리/저장된다. 필요할 때 바구니를 꺼내서 사용하기만 하면 된다.
필자는 16개의 수납 바구니를 '하나의 노트'에 담았다. 이것이 중요하다. 단권화다. 인생 플래너다. 필요한 정보가 있으면 언제 어디서나 플래너를 꺼내든다. 거기서 마음껏 정보를 꺼내 쓴다.
계획된 인생, 잘 관리된 인생을 살고 싶다면 다양한 사건과 정보를 '수납 바구니'로 분류해보자. 냉장고 정리 때 처럼 수납 바구니를 사야할 필요도 없다. 그저 분류하기만 하면 된다. 자신이 관리하기 편한 방식으로 분류 목록을 나누기만 하면 된다. 내가 주체가 되는 인생경영을 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