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를 통해 20년차 직장인의 하루 루틴을 나누고 있습니다. 아침에 하고 있는 '외국어 놀이'를 소개할 차례입니다.진짜로 놀면서 하고 있습니다. '5개 외국어를 안다'같은 '자랑질'따위가 아닙니다. '직장인에게 저런 특이한 루틴도 있구나!' 정도로 보아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제게는 좀 특이한 루틴이 있습니다.
출근해서 독서, 글쓰기, 커피 한잔, 운동/체조, 영어공부, 물마시기, 인맥관리는 직장인이라면 누군가는 이미 하고 있는 루틴입니다. 지금 소개하는 루틴은 아마도 직장인 중에서도 독특한 케이스가 아닐까 생각해 봅니다.
아침에 출근해서 30분 정도 '5개 국어놀이'를 합니다. '놀이'라고 표현하는 것은 공부하려는 생각보다는 '논다는 마음'으로 하기 때문입니다.
매일 날짜에 해당하는 '잠언'을 골라서 5개 외국어로 묵상을 합니다. (오늘이 1월 25일이니 25장에 해당하는 잠언 구절을 고릅니다.)
<1/25일 루틴 분량>
언어를 잘하는 것은 절대 아닙니다
평범한 20년차 직장인입니다. 영어는 고만고만하고, 스페인어는 초급 수준입니다.
'그런데 5개 국어라구요?'
가능한 것이 선택한 5개 외국어가 라틴어의 자식들이어서 가능합니다. 5개 언어가 서로 비슷비슷합니다. 특히 스페인어, 이태리어, 포르투칼어, 프랑스어 4개 언어는 로망스 언어(Romance languages)라고 합니다. 로마(Rome)에서 사용한 라틴어의 방언이라는 의미죠.
<로망스 언어 영향과 지도 / 출처 : thespanishgroup.org>
전치사, 대명사, 접속사의 경우 서로 다른 경우가 많지만 명사, 동사, 형용사, 부사의 경우 비슷한 단어들이 제법 많습니다. 같은 라틴어 어원을 공유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물론 간혹 그리스어 어원을 공유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문장내에서 명사, 형용사, 동사만 알면 대충 뜻을 유추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게다가 한글로 그 해석을 이미 읽어보았으니 생각보다 쉽게 해석이 가능합니다.
※예를 들어 의사소통을 뜻하는 어휘는 접미어만 다를 뿐 동일한 어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영어 communication 스페인어 comunicación 이태리어 comunicazióne 포르투갈어 comunicação 프랑스어 communication
왜 5개 국어를 가지고 노는가?
첫째, 내가 스스로 통제할 수 있어서 좋습니다.
저는 이태리어, 포르투갈어, 프랑스어는 회화를 못합니다. 누군가에게 외국어로 말하려고 노력하지 않습니다. 시험을 볼 필요도 없습니다. 누가 하루 분량을 체크를 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틀려도 지적하는 사람도 없습니다. 못하면 그만입니다. 잘 모르면 그냥 넘어갑니다. 누군가에 의해 강제되는 시간이 아니라, 내가 스스로 통제하는 시간입니다.
그러다가 '음...이렇게 서로 다른 언어인데 비슷한 단어가 있구나' 하는 발견을 하기도 합니다. '세상에 나만 아는 지식이 있다'는 착각을 즐기면서 혼자 놉니다.
둘째, 매일 하니 쌓이는 것이 있습니다.
'낙숫물이 바위를 뚫는다'라고 합니다.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도 하죠.
가끔 외래어나 외국어 브랜드 이름을 볼 때 '어 저건 이태리어인데?, 프랑스어인데?'하고 알게 될 때가 있습니다. 뜻을 알고 보면 그 브랜드가 새롭게 보입니다.LG생활건강의 '드봉(De bon)' 비누는 '좋은 것'이라는 프랑스어입니다. 제과 브랜드인 '뚜레쥬르(Tous les jours)'는 '매일'이라는 의미의 프랑스어입니다. 아이들이 좋아하는 비안코(Bianco)라는 아이스크림이 있습니다. '하얀색'이라는 뜻의 이태리어입니다. 엄지 척하면서 외치는 '따봉(Ta bon)'과 제가 좋아하는'빵(pan)'은 포르투갈어입니다.
JTBC에서 진행했던 팬텀싱어3를 보면 이태리어, 스페인어 노래가 나오기도 합니다. 반가운 단어들이 들립니다. 혼자서 슬며시 미소를 짓습니다. 저도 아는 단어가 있으니까요. 한 문장도 매일 하니까 머리에 들어가는 것이 있는 모양입니다.
셋째, 목표가 있어서 좋습니다. 성취감이 있어서 합니다.
전체 구절이 대략 900문장 정도 됩니다. 직장인 근무일 기준이 년간 250일 정도라고 하면 매일 한 문장씩 한다고 했을 때 4년은 해야 합니다. 4년동안 꾸준하게 할 수 있는 루틴이 있어서 좋습니다. 평범했던 직장인의 아침을 여는 의미를 만들어줍니다. (현재 진도율은 30% 정도입니다.)
딱 한 문장만 합니다.
욕심을 내지 않습니다. 당분간 길게 할 '놀이'기에 오늘 많이 하려고 하지 않습니다. 때로는 다음 문장을 보고 싶다는 열정이 생기기도 합니다. 그래도 멈춥니다. 그래야 부담없이 즐기면서 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오늘도 한 문장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