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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Jan 21. 2021

중년의 생일은 외롭다.

선배님 생일 축하드립니다.
코로나로 힘든 시기지만 건강하고 행복한 하루 되세요.
코로나19 풀리면 같이 식사 한 번 해요.


출근해서 수첩을 펼쳤다. 오늘 날짜에 전 팀에서 같이 근무하던 이 선배 생일임이 적혀있었다. 생일 축하 메시지와 살가운 이모티콘을 같이 보냈다.

잠시 뒤 전화벨이 울렸다. 선배의 전화번호였다.


김 책임!! 왜 그래?  


다짜고짜 따지는 목소리다. '헉! 축하 메시지가 잘못 갔나???'


... 감동할뻔 했잖아.


선배는 수줍은 새색시마냥 쑥스러워하면서 고맙다고 했다. 아내도, 아이들도, 자신조차도 생일임을 몰랐다고 한다.


선배는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고 있었는데, 메시지가 와서 놀랐다고 한다. 잠시 일상을 내려놓고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다.

'입사한 것이 엊그제 같은데... 20년이 훌쩍 지나 정년을 향해 달려가는구나...'

'신입사원처럼 변함없이 정신없는 하루를 보내는 중년의 직장인...그리고 생일...'


선배는 연신 축하 메시지 고맙다는 이야기를 했다. 오히려 평범한 축하 메시지를 보낸 내가 부끄러워질 지경이었다.


<게티이미지뱅크>

'오늘 보내는 생일 축하 메시지 한 줄이 누군가에게는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축하와 위로가 될 수 있겠구나.'


나는 매일 아침 수첩에 적힌 메모를 보면서 지인과 동료의 생일을 기억해낸다. 수첩에 담긴 우리의 기억을 담아 축하메시지를 보낸다.



내 수첩이 따뜻한 루틴을 하나 품고 있어 감사하다.



'생일 축하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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