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의 노트에는 업무만 쓰는 것이 아니다. 소중한 것을 써야 한다. 코카콜라 전 CEO 브라이언 다이슨은 인생을 ‘5개의 공 저글링’에 빗대어 표현한다.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우선순위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인생이란.
인생을 공중에서 5개의 공을 돌리는 저글링이라고 상상하십시오.
각각의 공은 일, 가족, 건강, 친구, 그리고 나의 영혼이며 이 공들을 모두 늘 공중에 떠 있습니다.
조만간 당신은 일이라는 공은 고무공이어서 떨어뜨리더라도 바로 튀어 오른다는 것을 알게 될 것입니다.
그러나 다른 4개의 공들 (가족, 건강, 친구, 그리고 나의 영혼) 은 유리로 되어 있다는 것도 알게 될 것입니다. 당신이 이중 하나라도 떨어뜨리게 되면 떨어진 공들은 닳고, 상처입고, 긁히고, 심지어 깨져 흩어져 버리기까지 해서 다시는 이전과 같이 될 수 없을 것입니다.
우리는 일에 매달리다 보면 정말 소중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있다. 대표적인 것이 '가족'과 '건강'이다. 이렇게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지금은 열심히 돈을 벌어야 한다. 나중에 은퇴해서 가족들이 행복하게 지내면 된다. 나중의 행복을 위해 지금은 희생을 해야 한다'
평사원으로 입사해서 대기업의 부회장까지 오른 박 부회장이 필자가 근무하는 해외법인에 출장온 적이 있다. 필자가 보기에 직장인으로서 엄청난 성공을 이룬 분이다. 필자와 개인적인 술자리에서 그는 이런 한탄을 했다.
"김 부장, 나는 입사해서 35년을 회사에 몸을 바쳤어. 집안 일과 자녀 양육은 아내에게 맡겼지. 회사 일에만 올인했어. 그리고 지금은 남들이 부러워하는 성공을 했어. 금전과 마음의 여유가 생겨서 가족들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하는데... 집에 내 자리가 없더라. 아이들은 이미 성장해서 자기들의 인생을 살고 있어. 아내도 자신의 인생을 살고 있고. 휴일에 집에 있으면 어떻게 시간을 보내야할 지 모르겠더라. 김 부장은 지금부터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세요. 지금부터 행복하세요."
성공한 경영자의 고백이었다.
사람은 망각의 동물이다. 망각이 있어서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모르겠다. 실연의 아픔도 시간이 지나면 희미해진다. 고통스러웠던 가족과의 이별의 순간도 세월이 약인 경우가 많다.
문제는 좋았던 기억, 소중했던 기억도 잊혀진다는 것이다. 결혼 후 알콩달콩했던 기억, 아이들과의 소중한 추억들도 사라진다는 것이다. 조선왕조실록이 아니라 우리 가족 실록을 만들어보자.
조선왕조실록(朝鮮王朝實錄)은 조선 제1대 왕 태조로부터 제25대 왕 철종에 이르기까지 472년간의 역사를 연월일 순서에 따라 기록한 역사서다. 조선 건국 때부터 역사의 기록자인 사관(史官)을 두었다. 그리고 사관들은 왕들을 따라 다니면서 왕과 관료들이 하는 행동을 빠짐없이 적은 기록물을 만들었다. 그렇게 조선의 역사가 빼곡하게 기록으로 남을 수 있었다.
가족의 중요했던 이벤트를 한 줄 메모로 기록하면 소중한 역사가 된다. 우리 가족 실록이 된다. 가족과 함께 경험한 일을, 체험한 일들을 한 줄씩 메모해두면 훌륭한 역사가 된다. 메모하는 것이 익숙해졌다면 사진과 같은 특별한 추억들을 붙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당시의 사진들을 보면 추억이 되살아나기 때문이다. 메모두었다가 일정 기간이 되면 디지털 환경으로 옮겨두면 관리하기 편하다.
필자는 결혼한 순간부터 가족 히스토리를 쓰고 있다. 많은 내용을 쓰려고 하면 부담이 된다. 한 줄 정도로 메모를 남긴다. 아래와 같이 간단한 메모다.
2007.12 아내 친구들과 송년회
2008.1 가족들과 춘천행
2008.4 함춘 산부인과 방문
2009.3 첫 아이 출산 (호산부인과)
2010.2 딸, 서울성모병원 치료
2011.4 모친 환갑 행사
2014.7 비염 수술
2014.9 주재원 발령 (멕시코)
2015.6 미국 맥알렌 방문
2016.9 멕시코 강도 당함
2017.4 미국 오스틴 여행
2019.6 한국 경주 여행
2020.1 함백 여행
2021.5 순천, 벌교 여행
2022.7 가족 중국 입국
2023.1 중국 황산 여행
이러한 한 줄 메모가 쌓이면 수 백개, 수 천개의 가족 역사가 남는다. 적지 않으면 수 많은 추억들이 잊혀진다. 노트에 적으면 영원히 기억에 남게 된다. 가족 이야기와 추억을 노트에 남기면 가족의 중요한 순간과 사건을 기억할 수 있다. 이는 가족들 사이의 감정적 연결을 강화시킨다. 가족의 특별한 순간들을 다시 회고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한다. 이러한 기록은 아이들에게 전달될 수 있다. 자녀들이 우리 가족의 뿌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 메모로 남긴 가족 이야기를 나누면 가족 구성원들 간에 이해와 공감이 증가한다. 가족의 결속력을 더욱 강화할 수 있다.
<요약>
일잘러들은 노트에 업무만 쓰지 않는다. 노트에 가족들의 이야기도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