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부장은 올 9월 전사조직효과성 진단을 마치고 경영층에게 보고를 했다. 각 본부별로 진단 결과 설명을 했다. 진단 결과를 바탕으로 조직 변경도 검토를 하게 되었다. 시간이 훌쩍 지나갔다.
바로 10월부터 리더스 포럼을 진행했다. 임원급, 팀장급, 중간관리자급을 연이어 진행했다. 허투루 할 수 없는 큰 행사다. 정신없이 일하다보니 한 달이 훌쩍 지니갔다.
끝이 아니다. 11월부터는 회사의 새로운 제도를 기획하고 런칭하는 일을 담당하게 되었다. 이것도 중요한 일이다. 연말까지 반드시 성공해야 하는 프로젝트다. 11월도 정신없이 지나간다.
이렇게 직장생활 25년을 보냈다. 항상 바빴다. 항상 중요하고 의미있는 일들을 추진했다. 숨돌릴 틈이 없었다. 아내는 농담처럼 '직장에는 보이지 않는 손이 있다'라는 이야기를 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있어서 직장인을 모니터링한다. 죽지 않을 만틈만의 일을 계속 준다는 것이다.
영국의 경제학자이자 행정학자 한 명이 영국의 공무원 사회를 조사했다. 흥미로운 결과를 발견한다.
'공무원들은 일이 많아서 사람이 필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 많기 때문에 일이 필요한 것이다'
이를 파킨슨의 법칙(Parkinson's Law)이라 한다. 영국의 파킨슨(Cyril Northcote Parkinson)이 1957년에 주장한 법칙이다. '공무원 수는 업무량과는 직접적인 상관이 없다'는 것이다. 그저 심리적 요인에 의하여 증가한다는 이론이다. 사람이 증가하니 일이 필요할 수 밖에 없다. 상승하는 피라미드의 법칙(the law of rising pyramid)이라고도 불린다.
파킨슨은 영국 해군을 조사하면서 조직에 관련된 2가지 법칙을 찾아냈다.
① 부하 증가의 법칙
업무량이 늘어날 때 어떤 사람들은 업무 재분배를 하려하지 않는다. 신입 직원을 보충하려는 '심리적 특성'이 있다.
② 업무 증가의 법칙
'부하 증가의 법칙'로 인해 신입 직원이 늘어나면 조직내 업무가 늘어난다.(신입직원 교육, 직원 관리, 상사의 지시, 통제 업무, 업무보고, 결과보고 등) 자연스럽게 업무량이 더 늘어난다.
즉 사람이 증가하면 일도 늘어난다는 것이다.
덴마크의 데니스 뇌르마르크(Dennis Nørmark)와 아네르스 포르엔센(Anders Fogh Jensen)은 그 들의 저서 <가짜 노동>에서 '불필요한 노동에 의해 직장인들이 혹사되고 있으며, 번아웃으로 나아가고 있다' 지적한 바 있다.
이들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2020년 이후 발생한 코로나를 통해 숨겨진 조직의 진실을 알게 되었다. 코로나가 터지고 회사는 재택 근무 체제를 경험했다. 강제적인 업무 다이어트에 돌입했다. 그리고 알게 되었다. 우리는 정말 하지 않아도 되는 일들을 그동안 해왔었다. 경영 컨설팅을 받지 않아도 기업은 돌아갔다. 무수한 회의들이 줄어들었다. 그래도 회사는 굳건하게 움직였다. 감사는 일을 최소화했다. 기업은 문제없이 운영이 되었다. 회사에는 가짜 노동이 숨어있었다. 사람들의 숫자에 맞추어서 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조직이 아닌 개인에게도 가짜 노동이 숨어 있었다. 불필요한 회의 참석 및 대응을 위한 자료 준비, 무의미하게 반복되는 정기 업무 보고 자료, 메일 발송 시 불필요한 CC(메일 참조자) 추가, 특정 상사의 만족을 위한 자료 만들기 같은 것들이다. 8시간 즈음의 일을 하기 위해 일을 만들어내는 것이다.
필자가 근무하는 조직은 경영환경의 어려움을 겪고 있다. 안타깝지만 올해 상반기 인력합리화를 단행했다. 관리직 천 여명 중 약 15%의 관리직들이 직장을 떠났다. 남아 있는 사람들이 일을 나누어야 했다. 떠난 사람들의 업무를 분류했다. 기존 직원들도 자신의 업무를 분류했다. '업무 재분류'를 한 것이다. 필요없는 일들을 중단했다. 꼭 필요한 일들만 재분배했다. 그렇게 반 년이 지났다. 이상 없이 조직이 운영되고 있다. 불필요한 일들이 사리진 것이다.
물론 아직도 각 조직에서 충원 요청이 잇따르고 있다. 사람들은 관성에 따라 일을 하고자 한다. 계속 가짜 노동을 하려고 한다. 필자는 충원을 요청하는 부서에 업무를 재분류해보라고 한다. 그리고 가짜 노동이 숨어있지 않은지 분석해보라고 한다. 과감하게 가짜 노동을 폐기하라고 제안하고 있다.
나도 스스로 생각해보기로 했다.
내가 하는 일에 가짜 노동은 없는지?
내가 해야 하는 일이 아니라 위임해야 하는 일은 없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