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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Feb 01. 2021

멕시코 직원들은 왜 파티에 지각할까?

carne (고기)

멕시코인의 영혼을 힐링하는 carne(고기)


고기라는 뜻의 carne[까르네]는 멕시코에서 너무나 중요한 음식 재료 중 하나다. 멕시코인의 주말에 '바비큐, 맥주, 축구'는 힐링과 같은 의식이다. 이 3가지를 즐기기 위해 한 주를 견디어내는 것이다. 다행스럽게 소고기 가격이 아주 싸다. 마트를 가면 한우 대비 20~25%정도 가격에 좋은 품질의 고기를 먹을 수가 있다. 식당을 가더라도 6,000 ~ 12,000원 정도면 부담없이 스테이크를 즐길 수 있다. 최고급 식당이라고 해도 20,000원대였다. 소 한마리 이상은 먹고 한국으로 복귀한 것 같다. 한국에서 마음껏 먹지못한 한을 풀기라도 하듯 기회만 주어지면 소고기를 먹었다.


< 멕시코마트, 출처 : El sol de la laguna >



멕시코 식 바비큐 파티, carne asada [까르네 아싸다]


멕시코에서는 바비큐 파티를 carne asada(구운 고기라는 뜻)라고 한다. 한국은 '불금'이지만 멕시코인들에게는 '불토'가 일상적이다. 토요일 저녁에 친구, 가족들을 불러 carne asada를 즐긴다. 고기, 맥주를 준비하고 축구를 보면서 한 주의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 필자와 같이 근무하던 직원들도 돌아가면서 집에서 파티를 진행했다.


멕시코에 부임한 지 얼마 안되어서의 일이다. 한 직원이 집에서 저녁 7시부터 팀 파티를 할테니 집으로 오라고 초대했다. 늦는 것이 결례일 것 같아 사무실에서 일을 하다가 6시 50분쯤에 맥주를 사들고 직원 집에 도착했다. 집에 도착하니 직원이 약간은 놀란 표정이었다. 집주인은 아무런 준비를 안하고 있었다. 팀장인 필자가 도착하니 이제 막 테이블과 음식을 준비하기 시작하는 것이었다. 멕시코는 그런가 보다 하고 같이 준비를 했다. 그런데 다른 팀원들이 30분이 지나고 1시간이 지나도 오지 않는 것이었다.


'나만 초대한 것이 아닐텐데 무슨 일이 생겼나 싶었다. 내가 시간을 착각했나 싶었다.'


천천히 숯불을 피우기 시작하고 날이 어두워지니 하나 둘씩 오기 시작했다. 심지어는 11시에 도착하는 직원들도 있었다. 7시부터 기다리던 필자는 12시쯤 되니 체력이 바닥났다. 한국에서는 1시간 ~ 2시간이면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것에 익숙했다. 빨리 먹고, 빨리 취하고 집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회식을 해도 집에 가서 9시 뉴스를 봤다.


멕시코 직원들과 맥주 한 두병으로 4~5시간을 이야기하면서 버티려니 좀이 쑤셨다. 12시가 지나도 끝날 기미가 안보였다. 직원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먼저 일어났다. 나중에 들은 이야기지만 다음날 새벽까지 음악과 춤을 즐기면서 밤을 보냈다고 한다. 그 일이 있는 이후로는 요령이 생겼다. 너무 일찍 가지 않는다. 밤새도록 진행되는 바비큐 파티의 중간정도를 참석했다. 멕시코 직원들의 파티에 대한 열정과 체력을 따라갈 수가 없기 때문이다.


문화적 충격이었던 것이 있다. 멕시코에서는 음악을 크게 틀고 밤새 시끄럽게 논다. 밤새 소음을 생산해내도 이웃들이 뭐라고 하지 않는다. 한국 같으면 경찰에 신고할 일이다. 멕시코에서는 밤새 시끄럽게 놀아제껴도 경찰에 신고하는 사람이 없다. 밤새 노는 것에 대해서는 관대한 사회적인 공감대가 있다. '나도 다음에 놀텐데...'생각하면서 뭐라고 하기 어려운 것이다.


한국에 복귀한 지금은 숯불에 잘 구운 고기 한조각, 맥주 한 모금, 흥겨운 멕시코 음악과 춤으로 밤을 불태우던 carne asada가 그리울 때가 있다. '멕시코에서 섭취한 방대한 양의 carne가 라틴의 피를 흐르게 만들었나 보다.'


<필자가 좋아하던 carne asada>



인생 첫 차, 카니발


필자의 첫 신차는 카니발이었다. 할부금이 부담되었지만 꼭 사고 싶었던 차였다. 10년간 가족의 발이 되어 주었다. 아이들은 카니발에 이름도 붙어주었다. '캐니'라고 불렀다. 어디들 가든지 가족과 함께 는 동반자가 되어주었다. 시간이 흘러 카니발도 나이가 들었다. 자꾸 아팠다. 200만원카니발을 팔아야 했다. 중고차업자에게 인도되어 가던 날 아이들은 펑펑 울었다. 주차장에서 다른 운전자에 인도되어 가는 캐니를 보면서 이별을 슬퍼했다. 아이들에게는 가족처럼 정이 들었던 것이다.

 "안녕 카니발, 잘 가 캐니!"


※ 추억의 카니발2 광고

https://www.youtube.com/watch?v=0FhT0X0R4aM  



사육제, carnaval


카니발은 스페인어로 carnaval[까르나발]이다. 기독교 절기 중 하나인 사순절에는 고기 먹는 것이 금지된다. 사람의 마음은 비슷하다. 사순절에는 고기를 못먹으니 사순절이 오기 전에 미리 실컷 고기를 먹고 즐기는 것이다. 여기서 carnaval 유래했다고 한다.


사순절(四旬節)
사순(四旬)은 40일을 말한다. 40일 동안 예수님의 십자가를 생각하는 기간이다. 회개, 기도, 절제, 금식, 깊은 명상, 경건의 생활을 통해 고난의 길을 걸어가신 예수님을 기억하며 감사하는 기간이다.
초기 기독교에서는 이 사순절 기간 동안 '사순절 식사'라고 하여 '고기를 금하고' 채소 중심의 단순한 음식을 먹었다. 하루에 한끼 저녁만 먹되 채소와 생선과 달걀만 허용했다.


carnaval고기를 금한다는 뜻이다.  carne(고기, 살) levare(이태리어로 '없애다'의 의미)로 구성된 합성어다. 한국어로는 carnaval 사육제(謝肉祭)로 번역한다. '謝(사)'는 '물리치다, 없애다'의 뜻이다. 육(肉)은 고기의 의미다.


브라질 carnaval 축제는 세계적으로 유명하다. 브라질 리우 carnaval은 브라질의 항구도시 리우데자네이루에서 매년 사순절 전날까지 열리는 축제다.  이 시기 밤낮을 가리지 않고 축제가 열려 그야말로 도시 전체가 축제의 열기로 활활 타오른다.


리우 카니발 최대 볼거리는 ‘삼바 퍼레이드’다. 삼바 퍼레이드는 삼바 스쿨당 60~80분 동안 준비한 삼바 프로그램을 펼쳐 보이는 삼바의 경연이다. 화려한 의상, 그리고 현란한 삼바 춤까지 뜨거운 열기를 느낄 수 있는 축제다.


죽기 전에 가봐야할 세계 5대 축제가 있다고 한다. 삿포로 눈 축제, 브라빌 리우 축제, 스페인 토마토 축제, 독일 옥토버페스트, 베네치아 carnaval이다. 당신이 경험한 축제가 이 중에 있는가?


<HMG저널 전게>



[라틴어 어원]
carnis 고기



 carne[까르네] : 라틴어 carnis에서 유래

carne  살 /  고기
 - carne asada  구운 고기
 - carne cruda  날고기
 - carne secada 말린 고기 [육포]
carnecilla, carnecita 살점, 살의 조각
carné  증명서


carnicería[까르니쎄리아] : carne(고기) + cero(직업을 나타내는 접미어) + ía (명사형 접미어)

carnicería  정육점
carnicero   정육점 주인


○ carnaval[까르나발] : carne(고기) + val('제거하다'의 의미를 가진 접미어)               *[영어] carnival

carnaval  사순절 시작하기 전 3일간 / 카니발, 사육제


encarnecer[엔까르네쎄르] : en(안에) + carne(고기) + ecer(동사형 접미어)

   - 몸 안에 살이 늘어나는 과정을 '살이 찐다'고 한다.

encarnecer  살이 찌다. 살이 붙다


escarnecer[에스까르네쎄르] : es(~로) + carne(고기) + ecer(과정을 의미하는 동사형 접미어)

   - 면전으로 고기를 집어던지는 것은 상대방을 조롱하는 것이다.

escarnecer 조롱하다. 비웃다





당신에게는 고기 / 축제에 관련된 추억이 있으신가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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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비스입니다. 참고하실 분만 보세요]


※ 고기와 사육제에 대한 5개국어 표현. 서로 비슷하게 생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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