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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 Feb 02. 2021

미얀마 쿠데타는 무엇을 기억하게 하는가?

golpe (때리기)

미얀마 군사 쿠데타


2월 1일 월요일, 미얀마에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켰다. 업무상 해외에서 지진, 테러, 쿠테타와 같은 위기 상황이 발생하면 시설물 보호, 직원 및 가족 보호, 위험국가 철수 시나리오에 대해 검토를 한다. 업무로 인해 오늘 미얀마 상황을 주시하게 되었다. 미얀마 군사 쿠데타를 간단하게 요약하면 아래와 같다.


[ 미얀마 쿠데타 진행경과 ]


  - 쿠데타 배경 : 2020년 11월 8일 치른 총선 결과를 놓고 군부가 부정의혹 제기하며 쿠데타 진행

  - 미얀마 군이 아웅산 수지(75) 국가고문과  윈 민 대통령 구금 조치

  - 미얀마 군부는 1년간 국가 비상사태 선포

  - 민 아웅 흘라잉 군 최고사령관에게 국가권력 이양되었다고 공식 선언

  - 이동통신, 인터넷, 유선전화 등 통신기기 중단 및 장애 상황

  - 국제사회의 비난 쇄도, 미국 바이든 대통령은 군부에 권력을 포기할 것을 종용

  - 한국 진출기업 : 태평양물산, 효성, 포스코, 삼성전자/LG전자(지점과 판매·관리 담당 사무소) 등



미얀마(Myanmar), 아웅산 묘역 테러 사건


1989년 이전에는 버마(Burma)라는 국명이 사용되었다. 한국인들에게는 '버마 아웅 산 묘역 테러 사건'을 기억하게 하는 나라이다. 1983년 10월 9일, 미얀마 수도 양곤에 위치한 '아웅 산 장군의 묘역'을 전두환 대통령일행이 참배하기로 되어있었다. (아웅 산 장군은 아웅 산 수지 여사의 아버지다.) 차량 정체로 인해 전두환 대통령이 약 30분 지연도착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도착한 것으로 착각한 폭탄 테러 용의자가 미리 설치된 폭탄을 터트렸다. 한국인 관료 등 17명과 미얀마인 4명 등 21명이 사망하고 수십 명이 부상을 당했다. 너무나 소중한 한국의 관료들이 희생되었다. 영상이 유튜브에 공개되어 있지만 너무 끔찍해서 링크는 걸지 않았다. 삼가 순국 사절단의 명복을 빕니다.


<아웅산 묘역 순국사절 기념비>



5.18 광주 민주화 운동


미얀마는 군부가 정권을 장악하는 과정에 있다. 군부의 정권 장악 과정을 생각하면 5.18 광주 민주화 운동의 변두리에 서있었던 내 기억이 떠오른다. 나는 그 때 국민학교 3학년이었다. '보성군 벌교읍'이라는 작은 시골 마을에 살고 있었다.


1980년 5월 어느 날, 집에서 동생과 놀고 있는데 어른들이 심각하게 웅성웅성거리는 것이 느껴졌다. 아버지가 다른 집에 빨래를 하러 가신 어머니를 빨리 불러오라고 하셨다. 어린 내 귀에는 '전쟁', '군대' 같은 것들이 들렸던 것 같다. 어머니는 하던 빨래도 버려두고 집으로 급하게 돌아오셨다. 온 가족이 안방에 모여 장롱안 솜이불을 모두 꺼내놓고 두려움에 떨고 있었다. '솜이불을 덮으면 총에 맞아도 산다'는 이야기를 들은 것으로 기억한다. 철이 없던 나는 어수선한 상황이 신기하기만 했다. 2층집 창문에서 목만 빼곡히 내밀고 거리를 내다보았다. 제법 많은 사람들이 우르르 벌교 경찰서로 몰려가는 것을 지켜봤다. 지금 생각해보면 시민군이었던 것 같다. 무장을 위해 벌교 경찰서를 간 것이 아닌가 싶다. 아마도 광주로 가느니 마느니 했었던 것 같다. 세상물정 모르던 국민학교 시절이라 기억의 조각들이 제각각이다.


대학생이 되어서야 비로소 광주에서 그런 끔찍한 일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 시절 기억의 조각이 엄청난 역사의 소용돌이 한 켠에 있었던 것임을 나중에야 알게 되었다.  진실을 알기에는 너무 어린 나이였다.



쿠데타


쿠데타(coup d'état)는 프랑스어다. 프랑스어로 coup[ku]는 '치기, 때리기'의 뜻이다.  État[eta]는 '국가, 정부'를 의미한다. '정부를 때린다'는 뜻이다. 군대와 같은 무력(武力)을 이용하여 정권을 빼앗는 일을 통상 쿠데타라고 한다.


개인적으로 쿠데타 맞춤법과 발음을 잘 틀리는 편이다. 글을 쓸때나 발음을 할 때 쿠타를 쿠타와 자꾸 헷갈린다.  격음 'ㅋ'과 격음 'ㅌ'사이에 평음 'ㄷ'이 위치해 있어서 그런 것 같다. 자연스럽게 '데'를 격음 '테'로 발음하게 된다.


영어로는 쿠데타를 coup[ku:]라고 한다. 예문을 들어보자. He seized power in a military coup in 1979.(그는 1979년에 군사 쿠데타로 정권을 잡았다.) 1979년이면 12월 12일에 그것이 일어났다.


스페인어로는 쿠데타를 'golpe de Estado[골뻬 데 에스따도]'라고 한다. 스페인어에서 golpe[골뻬]는 '타격,  때리기'를 뜻한다. Estado[에스따도]는 정부를 의미한다. 랑스어와 구조가 같다. '정부를 때린다'는 의미이다. 군사 쿠데타는 'golpe militar[골뻬 밀리따르]'라고 한다.


스페인어 golpe 프랑스어 coup 라틴어 cólăphus [콜라푸스] (때림, 침)에서 유래했다.




오늘은 어원으로 정리하는 내용은 없습니다. 재미없고 무거운 내용이지만 그런 이야기를 하는 날도 있어야 할 것 같았습니다.

스린이(스페인어 어린이)로서 쿠데타를 스페인어로 한 번 확인해보고 싶었습니다.

이번 일로 인해 고통받는 미얀마 국민이 없기를 간절히 바라며,

혼돈의 미얀마에 조속하게 평화가 찾아오기를 기원합니다. <끝>


<추신> : 제가 자주 하는 실수인 오타 '쿠테타'를 하나 숨겨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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