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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손콩콩 Dec 01. 2017

가시

내 안을 파고드는

노력해도 안되는 일이 있다. 해도해도 잘 안되면 포기는 어쩐지 진 것 같으니 흥미가 떨어졌다는 핑계로 스스로를 보호한다. 그런데 포기도 못하겠고, 흥미가 떨어지지도 않는데 노력해도 안되는 일이 여전히 있다. 다들 그러면 모르겠는데 유독 나만 그런 것 같을 때, 그럴 때면 바울의 가시를 생각한다. 


13편의 서신서를 쓴 바울은 고린도후서에서 육체의 가시가 있음을 고백한다.  '가시'는 간질같은 질병이라는 의견부터 유혹이나 특정한 사람이라는 의견까지 해석이 아주 분분하다. 바울은 '가시'를 '사탄의 사자'라고 표현할 만큼 고통스러워 했다. 그 시절에 무려 세계를 무대로 선교여행을 할 만큼 강심장이었던 바울을 무엇이 그렇게 고통스럽게 만들었을까.


가시의 진짜 의미가 중요했다면 바울은 '가시'라는 단어를 쓰지 않았을 것 같다. 구체적으로 어떤 증상인지, 아니면 사람인지, 사건인지를 썼을 것이다. 바울은 '가시'를 겸손하라는 하나님의 메시지로 받아들인다. 그렇다면 나는? 나는 왜 하필 이걸 '가시'로 주셨는지를 생각한다. 겸손하라는 메시지를 다른 '가시'로 주셔도 좋았을 것이라고. 


노력해도 안되는 일, 뭐 이까짓 것이 가시인가 싶다가도 내 안을 파고들며 제발 가라고 아주 가라고 애써도 나를 괴롭힌다. 마음이 잠시 바닥이 났나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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