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가 만들어 낸 제도 중에 회사, 그 중에서도 ‘출근’을 좋아한다. 회사 가기 싫었던 날도 있었지만 주로 즐거이 출근했다. 가만 돌이켜 보면 출근이 싫었던 날도 회사에 가기 싫었다기 보다 좀 더 자고 싶었던 것 같다.
불러주는 회사가 없던 시절은 그 어떤 때 보다 힘들었다. 지독한 이별을 했을 때도 죽을 것 같지는 않았는데 취업이 안되니 죽을 것 같았다. 세상 쓸모 없는 사람이 바로 나 같았다. 하지만 회사에서 일을 할 때 내가 세상에, 세상까지는 몰라도 이 회사에, 회사까지는 몰라도 이 프로젝트에, 프로젝트도 크다 하면 이 시간에 쓸모 있는 사람 같아서 좋다.
나는 월요병이 없다. 교회에 가느라 일요일에도 일찍 일어나는 버릇이 월요일 컨디션을 유지하는 데 도움을 주었을 것이다. 하지만 회사에 가도 좋은 마음, 그 마음이 나의 월요일을 지킨다.
회사에 가고 싶어 죽겠고, 내일이 기대되고 오늘은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해 미치겠는 것은 아니다. 다만 회사에 가는 게 싫지 않고, 내일이 두렵지 않으며, 오늘이 빠르게 지나간다. 휴가보다 일이 좋다거나 주말보다 평일이 좋은 것도 물론 아니다. 평일과 주말이 구분된 생활을 사랑한다. 어딘가에 오아시스가 있어 사막이 아름답듯이 고된 일주일의 끝에 주말이 있어 평일이 아름답다고 생각하니까.
회사는 여름엔 시원하고 겨울엔 따뜻하다. 밥 먹을 시간이 있고, 그 밥을 나누어 먹을 사람이 있고, 그 사람이 심지어 수다스러운 나의 이야기도 들어준다.
회사는 산만한 나를 집중하게 만든다. 슬픈 나를 울지 않게 해준다. 가난한 나를 잠시라도 인심 나는 곳간노릇하게 한다. 제멋대로인 나를 제법 사회적인 인간으로 살게 해준다.
회사가 있어서 참 좋다. 그 동안 나를 불러주었던 회사들에 고맙고, 오늘도 내게 출근을 허락한 이 회사에 고맙다. 할 수 있는 한 오래 출근을, 출근 후에 일을 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