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죠?
#1. 나를 키운 건 팔할이 욕심이다.
욕심중에서도 승부욕의 지분이 큰데 이기고 싶은 마음이라기보다 지기 싫은 마음에 가깝다. 그게 그거라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미묘하게 다르다. 전자가 승리 뒤의 만족이나 기쁨을 향한 것이라면 후자는 패배 뒤의 절망과 씁쓸함을 피하려는 것이니까. 그런데 이 승부욕이 승리와 패배로 나뉘지 않는 영역에서도 자주 발생한다. 약속을 취소하거나 성적이 떨어지거나, 도중에 그만두거나 하면 꼭 지는 것 같다. 그래서 약속을 지키고, 성적을 지키고, 완료를 지키려 애쓰면서 컸다. 이기고 싶어서가 아니라 지기 싫어서.
#2. 의지를 돈으로 샀다.
이미 다 커버렸는지 원래 승부욕은 ‘시작용’이 아니었는지 미루고 미루다 12월 말에 겨우 몇 개를 시작할 수 있었는데 여기에서 ‘시작’은 곧 ‘결제’였다는 걸 깨달았다. 배우들은 입금되면 뭐라도 해낸다는데 나는 입금을 해야 뭐라도 하고 있구나. 필라테스도 독서토론도 중간계 강의도 다 지난 연말 내가 돈 주고 산 의지다. 되게 비싸네...
#3. 이번 주는 너무 열심히 살았다.
비싸게 산 의지에 지지 않으려고 이번 주는 너무 열심히 살았다. 지난 며칠 동안 두 권의 책을 읽었고, 두 편의 글을 썼다.(목글까지 세 편) 중간계 강의를 듣기 시작했고, 독서클럽에도 출석했다. 한 편의 영화를 봤고, 한 편의 영상을 편집했다. 세 번의 도시락을 싸고, 두 번의 필라테스 교습을 받았다. 회사를 두 곳 다니는 기분이었다. 누가 시킨 것도 아니라 남탓도 못하고.
#4. 지구처럼 살고 싶기는 했는데...
지구를 좋아한다. 자전으로 하루를 완성하고 공전으로 일년을 완성하며 몇 십억 년을 살았다는 지구. 지구형 인간이 되어 오늘처럼 살다가 내일 죽기를 꿈꾼다. 그런데 지구도 이렇게 졸릴까.
#5. 목글은 얼마죠? 얼마면 되죠?
지지난주 목글은 토글이 됐고, 지난주 목글은 일글이었는데 이번주는 금글이다. 멤버들이 정해진 시간 안에 글을 써 내는 걸 보면 부럽다. 나만 맨날 목요일에 지고 있다. 아마 결제를 안해서 그런 모양이다. 목글에 돈을 내야겠다. 얼마죠? 누구한테 드리면 되죠? (현금영수증 되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