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요즘 생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손콩콩 Feb 02. 2018

몸살 예고

어제부터 등이 아프다. 뻐근하고 묵직하고 쿡쿡 쑤셔 기분이 나쁘다. 서른 즈음에 비슷한 증상을 겪은 적 있었는데 등에서 날개라도 뚫고 나올 것처럼 아팠다. 밤새 두드려 맞기라도 한듯이 아프고서야 ‘아! 이게 몸살이구나.’ 하고 깨달았다. 살면서 처음 겪는 증상이라 나이가 드는 건가 싶어 서글프면서 한편으로는 다른 감기와 확연히 구분되는 몸살의 존재가 신기하기도 했다. 이후로 누가 ‘몸살 기운’이 있다고 이야기만 해도 그 때의 고통이 떠올랐다. 몸살. 일상적으로 쓰이기엔 그 통증이 대단했다. 다시는 겪고 싶지 않았는데 등이 아프다니.

어제부터 입덧하는 사람마냥 냄새에 예민하다. 구두를 수선하러 간 구두방에서 본드 냄새가 역해서 욕지기가 났다. 아저씨가 본드를 사용한 건 단 몇 분이었는데 도중에 뛰쳐나갈 뻔 했다. 나가 있을 곳이 없어 겨우 참았다. 저녁을 먹으러 간 식당에서도 그랬다. 매장 한 켠에 가스 난로를 틀었는지 냄새 때문에 가스중독으로 쓰러지는 거 아닌가 싶을 만큼 역했는데 일행들은 별 말이 없었다. 컨디션이 심상치가 않다.

어제부터 입맛이 없다. 내게는 매우 드문 일이다. 입맛은 내 컨디션의 바로미터다. 몸 뿐만 아니라 정신적으로도 그렇다. 일을 마치고 집에 돌아왔는데 시장기가 별로 없다. 비타민C를 좀 먹어야 겠다는 생각에 겨우 과일을 좀 집어 먹고 말았다. (생각해 보니 이건 아닌가 보다. 바나나 두 개랑 두유 하나, 크래커 몇 쪽과 귤 세 개를 먹었다.)

지금 막 짜증이 늘었다. 브런치에 글을 쓰다가 중간 저장을 했는데 로딩이 한참 되더니 “임시저장됩니다.” 라는 알럿이 떴다가 사라졌다. 이제껏 썼던 글도 함께 사라졌다. 망할 네트워크!!!!!! 임시저장 되었다던 내 글은 대체 어디에 있나. 분노에 가까운 짜증이 일었다. 앞서 썼던 문장이 마구 뒤엉키면서 다시 쓰는 문장마다 마음에 안든다. 내가 지금 이 컨디션에 이 시간까지 글을 쓰고 있는 게 맞는가. 아오.




원래 ‘몸살’이라는 단어가 뜯어 볼수록 신기하다는 이야기가 하고 싶었다. 순우리말이고, 사전을 뒤져봤는데 다른 언어로는 번역이 안된다. 이렇게 명확한 증상을 우리나라 사람들만 겪는 것도 아닐텐데 왜 없을까. 혹시나 ‘살’이사람을 해치는 독한 귀신의 기운을 말하는 살(煞) 에서 온것이 아닐까 하고 찾아보았는데 명확한 근거가 없다.

찾는 김에 감기도 찾아봤는데 재미나다. 감기(感氣)는 ‘느낄 감’에 ‘기운 기’를 쓴다. 문자 그대로라면 ‘기운을 느낀다’는 의미인데 사실 ‘기운’은 너무 일반적인 단어다. 수 많은 기운을 대표할 만큼 존재감이 대단한 기운이라는 뜻일까? 하긴 감기에 걸릴 것 같으면 느낌이 ‘뽝!’ 오기는 하니까. 그리고 그 느낌은 틀리는 법이 없지.

독감도 찾아봤지만 그 이상은 생략한다. 잠만한 예방이 없으니까. 아무튼 몸살 오지마. 분명히 오지 말랬다.



#목요일의글쓰기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중독자의 고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