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라고 난리 칠 땐 언제고.
살림을 줄이지 못하는 엄마에게 목소리를 높인 적이 있었다.
엄마는 아직도 '잘 살던 때'를 벗어나지 못하는 거라고, 우리를 둘러싼 모든 환경이 더이상 선명할 수 없을 정도로 말해주고 있는데도 듣지 않는다고, 이 큰 가구들을, 이 많은 그릇들을, 집이 좁아지고 좁아지는 동안 대체 왜 지고 매고 있느냐 비난했다. 엄마는 이건 어디서 샀고 저건 어디서 샀으며 그것들 안에는 당시 기억들이 묻어있어 내 추억이고 내 과거인데 너는 왜 자꾸 줄이라 버리라 하느냐, 너도 언제까지 그렇게 꼿꼿할 줄 아니 이 못된 것 너 나중에 늙어보면 이게 무슨 말인지 알게 될 거다, 라고 젖은 목소리로 소리치시고 방으로 들어가 벽이 흔들릴 정도로 힘껏 문을 닫으셨었다.
그런 날이 있었다.
지난주에 집에 잠시 들른 엄마가 다과를 담은 접시를 곰곰이 보시더니 생전 무늬 있는 그릇 안 쓸 것 같더니 너도 이제 꽃무늬가 좋아지지? 하신다. 부정할 수 없기에 요즘 왜 이리 꽃무늬가 좋은지 모르겠다, 정말 늙어가나 봐 웃었더니 엄마는 이제 나이가 들어 손목이 아파 코렐이나 플라스틱 아니면 사용하기도 힘들고 설거지도 부담스럽다며 마음에 드는 그릇들을 가져가라 하셨다.
그래서 오늘 나는 아마도 내 나이 혹은 그 이전에 사셔서 아마도 집에 손님이 오시면 꺼내셨을, 아마도 언니와 내가 학교에 다녀오면 과일을 내어 주셨을 접시와 잔들을, 칠이 다 벗겨지고 문짝이 맞지 않는 그릇장 속에서 찾아내어 들고 왔다.
버려버리라고, 누구든 줘버리라 못된 말을 내뱉은 장본인인 내가 어머 이 접시 뭐야, 너무 예쁘잖아 라는 말을 천연덕스럽게 흘리며 싸들고 왔다.
나란 인간이란 뭐 이럴까.
너무 형편없어 눈물이 날라 그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