앉아서 생각한 것들
인생이란 참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때가 있다. 계획한 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것은 물론이고, 때로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는 것을 보면 인생은 내가 만드는 것이 아니라 외려 주어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다소 종교적인 말처럼 들릴지 모르겠지만, 이런 불확실성이 삶의 본질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한다.
어릴 적 꿈을 이루고 사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네 꿈은 뭐니, 담임선생님께서 물었을 때 나는 발명가라고 답했다. 이 세상에 없던 걸 만들고 싶어요. 이렇게 무언가 새로운 것을 계속 써내길 열망하는 것을 보면 '세상에 없던 글'을 만들어내는 발명가가 되길 여전히 원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하지만, 난 결국 발명가는 되지 못했다.
꿈을 이루는 것이 현실적으로 힘들다면, 무엇을 좇아 살아야 할까를 고민한다. 요새 홀로 되뇌이는 것은 스스로 설명되는 방식으로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사람이란 설명되기 어려운 존재이다. 특히나 타인의 삶을 보았을 때는 더욱 그렇다. 누구나 자신에게는 너그럽고 타인에게는 엄격하다. 타인의 행동을 이해하고자 하면, 그 사람의 삶을 되돌아볼 필요가 있다. 간혹 누군가가 이해되지 않으면, 반대로 그가 어떻게 살아온 사람인지를 공부한다.
그럼에도 저 사람은 왜 저럴까 이해되지 않는 경우가 있다. 그럴 때면 나 자신은 과연 타인의 입장에서 잘 이해되는 삶을 살고 있는지 생각한다. 분명 사람들은 모두 제각기 다른 삶의 가치를 가지고 살아간다. 나는 그 가치관이 사회 규범에 부합하고, 일관성이 있다면 대부분 그를 이해하려고 노력한다. 나도 마찬가지로 나만의 뚜렷한 주관과 일관성을 가지고 살도록 노력한다.
최근 방영하는 넷플릭스의 [흑백요리사 요리계급전쟁]을 보다가 출연자 최강록 셰프의 말이 와닿았다. 본인의 요리를 설명하며 하는 말이다.
너무 억지스럽지만 않으면 좋겠다는 생각
억지스럽지 않은 삶이면 좋겠다는 생각. 무언가 목표를 향해, 성공을 향해 내달리는 삶도 의미가 있지만 그 도중에 나를 잃고 싶지는 않다. 무리해서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그 과정에서 반칙을 사용하는 것은 나답지 않다. 나부터 납득시킬 수 있는 삶이라면, 타인에게도 자연스럽게 느껴질 것이다.
최강록 셰프의 '억지스럽지 않은 요리'는 무엇일까. 본인 스스로도 맛있게 생각하면서, 대중적으로도 인정될 수 있는 요리를 말하는 것은 아닐까. 존경받는 삶은 아니더라도 타인이 만족스럽게 음미할 수 있는 진미(眞味)를 살고 싶다.
2024.09
© Quasar
|| 앉아서 생각한 것들 || '걸으며 생각한 것들' 사이 쉬어가는 편. 인생은 눕기와 서기 사이에 있는 앉기라고, 제가 말했습니다. 걷지 않을 때는 앉아서 생각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