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의 의미
누군가 제게 가장 좋아하는 영화가 무엇이냐 묻는다면, 노아 바움벡 감독의 <결혼 이야기 Marriage Story>를 꼽습니다. 넷플릭스 오리지널 영화로서 2019년에 공개된 이 영화는 유수의 영화제에서 여러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던 명작입니다. 저는 이 영화의 여러 면을 좋아하지만, 그중에서도 제목을 가장 좋아합니다. 일반적으로 제목을 보고 떠올리는 바와 다르게, 이 영화는 이혼하는 부부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감독은 의도적으로 영화의 제목을 '결혼 이야기'로 설정하고, 관객에게 결혼생활의 이면을 보여줍니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결혼의 본질을 보여준 이야기이기 때문에 잘 지은 제목이라고 생각합니다. 두 명의 다른 개인이, 다른 세계가 서로 섞이고 부딪히는 것, 때로는 또 다른 하나의 세계를 만들어내는 것이 결혼입니다.
제 이야기는 결혼을 준비하는 이야기입니다. 저는 지금 결혼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결혼을 준비하다 보니 결혼이 우리 사회에서 무엇을 의미하는지 생각해 보게 됩니다. 우리나라에서 '결혼'이라는 말은 대게 결혼식(wedding) 또는 결혼식 전까지의 준비과정이라는 뜻으로 해석됩니다. "조세호가 내년에 결혼한다더라", "요새 결혼 준비 중이에요" 같은 대화에서 '결혼'이라는 말은 결혼식이라는 의미로 사용됩니다.
사실 '결혼'에는 결혼생활(marriage)을 의미하는 한 가지 뜻이 더 있습니다. 일상생활에서 두 가지 뜻을 크게 구분하지는 않지만, 잘 생각해 보면 우리가 첫 번째로 받아들이는 뜻은 결혼식을 의미하는 '결혼'입니다. 언어는 사회를 반영하는 경향이 있다고 합니다. 그만큼 우리가 결혼생활의 전체 과정에서 결혼식 자체에 큰 의미를 두고 있다고 생각됩니다.
결혼식은 통상 한 사람의 인생에 있어서 주로 한번(많으면 몇 번 정도) 겪는 일입니다. 그만큼 모두에게 낯설고 서툰 경험입니다. 결혼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평생에 중요한 결정들을 단기간에 해야 하기도 하고, 배우자와의 가치관 차이로 생각지도 못했던 난관을 마주하기도 합니다. 결혼식은 하나의 커다란 문제해결 과정에 가깝습니다. 두 명의 개인이 익숙하지 않은 문제에 맞닥뜨리고, 그 안에서 성숙한 태도로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하는 것이며 또한 서로에 발을 맞추는 단계입니다.
때문에 이전에 이루어오던 연애와 결혼은 판이하게 다른 성격을 가질 수밖에 없습니다. 어쩌면 하나의 동업 관계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라고 할 수도 있겠습니다. 다만, 사업 파트너는 사업의 확장과 이윤 추구를 목적으로 만나 그것만을 위해 협력하는 관계라면, 결혼의 두 배우자는 지극히 개인적인 감정에서 출발하여 주변 인간관계, 육아, 커리어, 재산 증식에 이르는 다각적인 과제에 부딪히게 되므로 더욱 어렵고 복잡한 관계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제 이야기는 결혼을 준비하는 이야기입니다. 아직 결혼생활을 시작하지 않은 입장에서 어떻게 하면 결혼식을 잘 준비하고 행복한 결혼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결혼의 여러 준비 과정에서 느끼는 저만의 진솔한 생각을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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