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 결혼을 결심하게 되셨어요?
결혼하기 힘든 사회입니다. 통계적으로 지난 십 수년간 결혼 숫자가 감소하는 추세인 데다가 초혼 나이도 점점 늦어지고 있습니다. 단군 이래 가장 연애를 하지 않는 세대가 지금의 청년들이라는 말도 있습니다. 수년 전부터 인기를 끌어온 짝짓기 예능 프로그램의 인기가 아이러니처럼 느껴집니다.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들은 먹방을 보며 대리만족을 한다더니, 비슷한 이유에서 짝짓기 예능이 성행하는 것일까요. 비혼이 하나의 키워드가 된 지금, 많은 젊은이들이 결혼과 연애를 망설입니다.
문제는 복합적입니다. 특히 경제적인 부분이 가장 큽니다. 요 몇 년간, 물가(특히 주거비용)가 급격하게 상승하고 취업난이 지속되며 젊은 층은 점점 미래를 그리기 어려워하고 있습니다. 경제적으로 안정되지 않고, 사회 진출이 늦어짐에 따라 결혼을 하기도 어렵고, 결혼을 하더라도 아이를 낳기는 더 어려운 상황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요컨대 '이 한 몸 건사하기 어려운' 사회가 되었기 때문에 나 말고 타인을 지켜야 하는 결혼은 사치재가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는 결혼을 결심합니다. 먼저, 결혼을 한다는 것은 무엇인가요. 일반적으로 말하는 결혼은 한 쌍의 부부가 모여 결혼식을 올리고, 혼인 신고를 하고, 함께 살아가는 것입니다. 결혼은 단 한 명의 배우자와 맺는 공식적인 약속입니다. 사회적으로 유부남, 유부녀로 살아가겠다는 공표이며, 누군가와 평생을 함께 하겠다는 다짐입니다. 결혼은 영구한 법적 결속이고, 설령 이혼을 선택하게 된다고 해도 그 흔적을 지울 수 없습니다.
때문에 누군가를 사랑하고 만남을 지속하는 것과 결혼을 하는 것은 별개의 일입니다. 단순히 연애를 하거나 동거를 하는 것과는 큰 차이가 있습니다. 이와 같은 결혼에 대한 복잡한 고민은 과거 결혼과 출산이 필수라고 생각하던 시대의 눈으로 바라보면 이해하기 어렵습니다. 그러나 지금 젊은 세대에게 이것은 분명 선택이며, 결심입니다. 근래 사회, 경제적인 분위기를 생각하면 결혼할 수 없는 이유는 더욱 많아집니다. 그럼에도 결혼을 선택하게 되는 이유는 몇 가지로 좁혀집니다.
우선, 자녀를 낳고 양육하기 위해 결혼을 선택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이는 매우 숭고하고 현실적인 이유입니다. 자녀를 낳고자 하는 것은 인류의 본능이라고 할 수 있으며, 우리 사회의 현실을 생각하면 결혼하지 않은 상태로 아이를 낳아 기르는 것은 아무래도 한계가 있습니다. 우리나라도 근래 들어서는 사실혼 관계만으로 많은 것들이 보장되어가고 있지만, 출산과 양육에서 만큼은 아직 유, 무형의 제한이 있습니다.
또 자식 된 도리를 다 하기 위해서, 주변 친구들 중 나만 미혼이기 때문에 등 일종의 사회적 역할을 충족시키기 위해 결혼을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얼마 전까지만 하더라도 우리 사회에는 결혼하지 않는 성인을 이상하게 바라보는 풍조가 있었습니다. 결혼은, 혼례는 인간이 사회적인 필요에 의해 발명한 산물이고 인류의 역사를 보았을 때, 광범위하고 보편적으로 자리 잡아온 관습입니다. 이를 따르려고 노력하는 것 또한 그 의미가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 서약의 의미로 결혼을 결심합니다. 이것은 가장 쉽게 떠올릴 수 있는 이유이지만, 사실 가장 비합리적인 이유라고 볼 수 있습니다. 약속이란 그 특성상 영원할 수 없는 종류의 것입니다. 위의 두 가지 이유를 떼어놓고 생각하면, 현대 사회에서 동거하는 연인은 결혼을 선택할 이유가 거의 없습니다. 영원할 수 없는 약속을 하며 둘만의 사적인 관계를 공식적으로 만드는 것은 어쩌면 조금 지나친 것으로 느껴집니다.
그럼에도 결혼을 결심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저는 가장 비합리적인, 마지막 이유가 결국 그들을 결혼에 이르게끔 한다고 믿습니다. 사랑이란 원체 비합리적인 것이기 때문에 그럴 수도 있겠습니다. 우리는 사랑하는 사람과의 마지막 한 단계를 밟고 싶어 합니다. 그것이 설사 실패로 귀결될 수 있다고 해도 한 명의 누군가와 이전에 없던 가장 친밀한 관계를 맺길 원합니다. 지킬 수 없다고 하더라도 평생을 함께 해주겠다고 약속해 주는 사람을 원합니다.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그러면 언제 결혼을 결심하게 됩니까. 결혼은 인생에 있어 아직 다른 누구와도 경험해보지 않은 미지의 영역이며, 또한 위험도가 높은 모험입니다. 결국 모험을 떠날 때는 가장 믿을 수 있는 사람을 선택하게 됩니다. 시쳇말로 '함께 미래를 그릴 수 있는 사람'과 결혼한다거나 '한 사람과 사계절은 겪어봐야 한다'는 말도 결국 같은 맥락입니다. 결혼에 있어서만큼은 신뢰가 가장 우선되는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보다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 결혼을 결심하게 됩니다.
믿음을 얻는 곳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오랜 세월 함께하면서 쌓인 신뢰가 바탕이 될 수도 있고, 상대방이 살면서 지금까지 쌓아온 배경이 믿음을 줄 수도 있습니다. 그런 믿음을 바탕으로 사람들은 일견 비합리적으로 보이는 결혼이라는 결론에 도달합니다. 결혼은 본인의 선택에서 비롯된 것이므로 언젠가 가지 않은 길에 대한 후회가 생기는 것도 당연합니다. 그러나 왜 결혼을 결심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 보는 것 만으로 스스로의 결혼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지게 될 것입니다.
그리고, 네. 저도 믿을 수 있는 사람과 그 모험을 떠나기로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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