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까지 하라구요?? {스토리마이닝 with 스토리씽킹 연구소}
“아~따~ 마 몸 봐라. 직이네”
스물다섯 살 여름.
나는 친구들과 해운대 바닷가에 널브러져 있었다.
다들 깡마른 이쑤시개들이었다.
그때 내 눈에 꽂힌 한 사람이 있었다.
아름다운 비키니 여성이 아니었다.
탄탄한 허벅지, 넓은 등짝에 선글라스를 낀 남자였다.
나도 저렇게 되고 싶었다.
멋있었다.
집에 가자마자 냅다 푸쉬업을 갈겼다.
“하나! 둘!”
힘찬 구령 속도는 서서히 느려졌다.
“열셋, 열...넷, 열...드...아....스엇... ”
팔이 덜덜 떨렸다.
‘어? 이게 아닌데…? 그래 무리하지 말고 차근차근히 해보자.’
충분히 쉬고 다시 엎드렸건만 여전히 팔이 아파 10개도 못 채우고 무릎을 바닥에 떨궜다.
굴욕적이다.
‘그래, 무슨 운동이냐 그냥 살던 대로 살자~’ 배달 어플을 켜고 포테이토 피자와 맥주 주문!
여느 때처럼 헤드셋을 끼고 게임 속으로 들어갔다.
몇 년 뒤 가평 동호회 술자리에서 난데없이 바디프로필 얘기가 튀어나왔다.
“야야 우리 단체로 바디프로필 이런 거 한 번 찍어보자. 병철이도 할래?”
내가 대답하기도 전에 먼저들 끼어들었다.
“야~ 병철이 지금 안 그래도 말랐는데 바프는 무슨. 거기서 살을 더 뺀다고?”
들고 있던 소주잔을 꽉 쥐었다.
평생 이쑤시개 꽂힌 옹심이 같은 몸으로 살기 싫었다.
내심 흥미로웠다. 하고 싶었다.
몇 년 전 해운대에서 봤던 그 선글라스 낀 남자처럼 되고 싶었다.
그런데 “나도 하겠다”라는 말을 선뜻 뱉기 힘들었다. 한다고 하면 끝장을 보려는
내 성격을 알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망설이는 뇌와 달리 입은 이미 말하고 있었다.
“아 해야죠. 무조건 해야죠. 근데 저 운동 안 해봤는데 저도 할 수 있어요?”
‘방금 내 뭐라 했노. 이게 맞나?’
‘운동이 뭐야?’로 살던 내가 시작하니 하나둘 따라 바프 프로젝트에 올라탔다.
빠른 속도로 팀이 꾸려지고, 촬영 일자를 잡았다.
21년 6월 19일. 집에 돌아와 달력에 d-day를 크게 표시해두었다.
“그래 까짓거 해보자. 겨우 바프 하나 추가된다고 뭐 그렇게 크게 달라지겠어?
기왕하는 거 하드 모드로 제대로 한번 가보자.”
‘해보지 뭐’, ‘까짓거’, ‘겨우 하나 추가’ 가 아니었다.
지진, 쓰나미, 태풍…. 125일 대장정의 시작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