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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병철 Jun 16. 2024

옹심이 바프 도전기 (2)

운동까지 하라구요??  {스토리마이닝 with 스토리씽킹 연구소}

(2) 보험 설계사입니다


“안녕하세요. ㅇㅇㅇ님 되시죠? 보험 설계사 김병철이라고 합니다. 

무료로 보험상담 받아보고 싶다고 하셔서 연락드렸어요.”

전화 건너편에서는 아무 답이 없다.

“일정 확인하려는데 그날 ㅇㅇ동으로가면 될까요?”

“그냥 안 받을게요. (뚝)”


“안녕하세요~ ㅇㅇㅇ님! 보험 설계사 김병철입니다. 보험상담 신청하셔ㅅ.. ”

“(뚝)”


“안녕하세요~ ㅇㅇㅇ님! 보험 설계사 김병ㅊ”

“(뚝)”


“여보ㅅ”

“(뚝)”


하루에 많게는 30통. 갑갑했다. 

옥상에 올라가서 밑을 내려다보았다. 

뚝섬역 빌딩아래 오가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나한테 보험 들 사람이 어떻게 하나도 없냐?


보험회사 들어오기 전, 나는 자동차 그룹사 기획실에서 나름 잘나갔었다. 

회장님 비서였으니 만나는 사람들도 소위 급이 있었다. 

갑이 아닌 갑으로 살다가 갑을병정으로 내려와 사는 건 꽤나 도전이었다. 

주위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만둔 이유가 있었다. 

안한 직장에서 10년 뒤 해이해질 내 모습이 싫었다. 

한 살이라도 젊을 때 다른 길을가고 싶었다. 

나의 사업체, 내가 모르는 세상을 알고 싶었고, 다양한 세상 사람들이 어떻게 사는지도 궁금했다. 

무엇보다 빨리 돈을 많이 벌 수 있는 일을 하고 싶었다.


“야야, 그런 맘 먹지 마라."

아들이 장손이라는 부담감에 그러나 싶어 부모님도 퇴사를 말리셨다. 

나를 끔찍이 여기는 할매가 제일 손사래를 쳤다. 

하지만 당신들의 아들, 장손 김병철이 서울에서 번듯하게 자리 잡은 모습을 보이고 싶었다. 

아래로 줄줄이 나를 따르는 동생들에게도 본보기가 되고 싶었다. 

스무 살에 서울로 대학을 가면서 울산을 떠났으니 

어떻게든 서울에서 승부를 보리라 마음먹었다.


처음 보험 설계사로 입사해서는 패기가 하늘을 찔렀다. 

800쪽이 넘는 약관을 달달외울 정도로 완벽하게 상품을 설명하면 고객들이 사인해줄 거라 믿었다. 

음 3개월영업 실적 0원. 

어떻게 이런 일이 있을 수 있을까? 

다들 고객과 약속을 잡고 깔끔한 슈트 차림으로 외근을 나가고 나면 나만 텅 빈 사무실에 앉아 있었다. 

멘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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