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병철 Jun 16. 2024

옹심이 바프 도전기 (4)

운동까지 하라구요??  {스토리마이닝 with 스토리씽킹 연구소}

(4) Day 2-15


문제는 회사였다. 

날마다 11시 45분이면 슬슬 점심 메뉴 얘기가 나오기 시작했다.

겁도 없이 신입 주제에 6월 19일까지 점심을 따로 먹겠다고 했다. 

반응은 크게 세 개파로 나뉘었다. 


제일 순한 맛은 ‘궁금 파’였다.

“왜 안 먹어? 무슨 일 있어?”

중간 맛은 ‘냉소 파’였다.

“네가 호강에 겹구나, 얼마 안 간다. 놔둬라. 며칠 지나면 같이 밥 먹자고 할 거야~.”

매운맛은 ‘안가 파’였다. 

비슷한 질문을 하며 당최 가질 않았다.

 보름 정도는 비슷한 대답을 반복해야 했다. 

자리에서 혼자 고구마와 닭가슴살을 먹고 있는 내가 신기했는지 무슨 맛이냐고 묻기도 했다. 

‘한 입만’ 하며 뺏어 먹는 놈도 있었다.


1주가 지났다. 

‘운동할 만한데?’라고 생각할 무렵 하체 운동을 배웠다.

이래 봬도 자전거로 국토 종주도 했던 나다. 

'스쿼트 까짓거 밀어 올리면 되지' 인줄 알았는데...


헛구역질이 나서 운동 후 샤워장에 주저앉아 한참을 물줄기를 맞았다. 

내가 괴로워할수록 관장님은 하체 제대로 한 거라며 즐거워했다. 

불타는 다리를 이끌고 집으로 돌아갔다. 

갓 태어난 기린이 걷는 게 이런 기분이었을까.

2주 차부터 운동하러 가는 발길이 가벼워졌다. 

누군가와 같이 운동하는 것이 엄청나게 좋다는 걸 깨달았다. 

혼자 할 때는 60~70% 정도 힘을 쓰면 내려놓고 쉬곤 했는데, 

관장님이랑 하니 반강제로 90%까지 힘을 쥐어짜 내게 되었다. 

“2개만 더!”에 격렬하게 무게와 싸우다 못 들어 올릴 때 살짝 도와주는 손이 눈물 나게 고마웠다.


주먹만 한 고구마 3덩이, 닭 가슴살, 삶은 달걀, 방울토마토, 아몬드…. 

매일 아침 이렇게 보냉 가방에 총 세 묶음을 담았다. 

3시간마다 내 몸에 넣어주는 연료들이었다.

아침 배송 샐러드도 3통씩 냉장고에 쟁여두었다. 

3일간 먹을 아침이었다. 

내 생에 풀때기를 돈 주고 사 먹을 줄이야. 

처음에는 돈이 아까웠는데 서서히 샐러드가 좋아지기 시작했다. 

어느새 2주 식단이 끝났다. 

식단 별거 아니네. 계속할 수 있겠는데?


그날 저녁, 관장님이 고기를 먹자고 했다.

‘뭐지? 몰래카메라 그런 건가?’ 다시 물어봤다. 

삼겹살이 불판에서 지글지글 익어가고 있었다.

“진짜 먹어도 돼요?”

계속해서 되물었다. 

칭얼대는 초등학생 같았다. 

‘저 2주 동안 진짜 정말 식단 열심히했어요. 

근데 고기 먹으면 다시 내장 사이사이 지방 끼는 거 아니에요?’ 

관장님이 잘 구워진 삼겹살 한 점을 김이 모락모락 나는 쌀밥 위에 올려주었다. 

쌀밥에서 단맛이 난다는 걸 처음 알았다. 

수라상이 별게 아니구나. 죽어도 좋았다. 


물론 다음 날 아침,

다시 고구마를 씹는 고통스러운 현실로 돌아와야 했지만....




작가의 이전글 옹심이 바프 도전기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