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편한 코미디 <걸캅스>

<걸캅스>를 불편하게 본 이유

by 치타

라미란 배우의 첫주연 작품이라는 타이틀로 이미 많은 기대를 받고 있었던 <걸캅스>.

대부분의 관객이 <걸캅스>의 표를 끊으면서 <어벤저스 : 엔드게임>같은 블록버스터를,

<그린북> 같은 높은 작품성을 기대하지는 않았을 것이다. 우리가 걸캅스에서 바랬던 건 포복절도 코미디.

이런 분위기는 <극한직업>이라는 B급 코미디의 성공이 크게 한몫 하였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를 보고 나온 뒤에 병맛같은 코미디 보다 불편한 무언가가 마음을 무겁게 했다.


*스포가 될 가능성이 있으므로 영화를 보지 않았으면 보지 마시길... 아니 봐도 되요.. 보세요..



1.페미니스트 영화? NO.

나는 저 말이 이해가 되질 않는다. 페미니스트 영화? 여성이 주인공이면 페미니스트 영화인가?

<걸캅스>는 페미니스트 영화가 아니다. 확실하다. 차라리 그렇게 깊은 뜻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을..

그럼에도 사람들이 페미니스트 영화처럼 느끼게 되는 이유는 캐릭터가 한 몫하고 있다.

영화 속에 나오는 남자들은 하나같이 이기적이고, 바보처럼 그려진다. 그 것도 대놓고..

윤상현 배우가 맞은 역할은 감초도 아니고 그냥 비교대상을 위해서 만든 캐릭터다.

강력반 형사들? 정의감 없는 실적만 쫒는 그저 그런 형사들이다.

거기에 반해 등장하는 여성 캐릭터들.. 모두들 하나 씩 과거를 가지고 있거나,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건 페미니스트 영화가 아니라.. 그냥 남성 폄하 영화라는 말이 더 어울린다.



2. 안타고니스트의 부재.

이런 형사 버디물 경우. 상대하는 안타고니스트가 매력적일수록 이 버디들의 활약이 더욱 재미있게 그려진다. 대표적인 예가 <배테랑> 이 있겠다.

그런데 여기 나오는 4인방은 뭘까. 약간 단적인 모습들만 부각되는 캐릭터들이었다.

말 그대로 그냥 나쁜 짓 한 나쁜 놈이 끝이다. 오케이. 요즘 세상이 이러니 저런 이유 없이 나쁜 놈들 있을 수 있다. 그런데.. 너무 쉽다. 숨어있는 것을 찾는 것도, 만나서 검거하는 것도, 심지어.. 나쁜 짓도 제대로 못한다.

그러다 보니 주인공들이 넘어야 하는 허들이 너무 낫다. 그러다 보니 관객이 가져야 할 긴장감도 떨어졌다.

마지막은 이들을 잡아야 하는 이유가 바뀐다. 동영상 유포를 막는 것이 아닌, 해외로 떠나는 것을 막는 것으로..

처음에 등장할 때, 클럽 안에서 여성들을 상대로 범죄를 저지르는 이들의 잔혹한 모습이 지워져 버렸다.


3. 잘못 풀어낸 이슈.

개인적으로 이 부분에서 실망보다는 화가 났다. 다루기 민감한 소재인 불법 성관계 영상의 유포라는 소재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그냥 도구로써 사용한 것 같았다. 피해자들의 고통도, 사항의 무계 감도 어디서도 느끼지 못했다. 그냥 그 행위가 나쁜 행위다 에서 그쳐버렸다. 아무리 코미디 영화지만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그 사건을 보고 떠올리는 사건들이 있을 텐데. 이런 식으로 물 흐르듯이 가볍게 넘겨버리고 해결해버리는 건 아닌 것 같다. 보는 이들로 하여금 이 상황이 불편해야 하는데 불편할 겨를도 없이 그냥 중간중간 등장하는 웃음코드가 참 불편하게 다가왔다. 적어도 어떤 영화이든 실제 사건이 모티브가 되었으면 어느 정도 그 사건에 대한 책임감은 가지고 이야기를 펼쳐야 하는 것 아닐까?


4. 출발은 좋은 기획 영화. 하지만 마무리는..

이 영화가 기획된 이유는 너무 잘 보인다.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서는 영화. 거기다 지금 현실의 말도 안 되는 모습들에 대한 풍자. 정확히 지금 시기를 겨냥한 기획영화임에는 분명하다. 그런데.. 기획을 하고는 이야기를 풀어가는 과정에서 기획의 힘 역시 죽어버렸다. 형사 버디물에 코미디 영화이면 허술한 이야기에 대한 감안은 하겠는데. 캐릭터 역시 허술하다 보니 이도 저도 아닌 영화가 되어버린 것 같다. 라미란 배우, 이성경 배우가 맡은 역할에서 관객들은 기억에 남는 무언가를 찾기가 힘들다. 기본적으로 주인공이 가져야 할 갈등이 없다. 여성이기에 여성이 피해자인 이 사건에 뛰어든다는 너무 설득력이 약하다. 그렇다고 이들이 포기해야 하는 것들이 있는 것도 아니다. 각 캐릭터들이 지금 현실의 문제들을 가지고는 있는데, 그 문제를 모두들 가뿐히 해결해 버린다. 아무런 위기 없이. 캐릭터가 매력적이지 않은 코미디 영화는 기본적으로 기억에 잘 남지 않는다.


5. 추억이 살아나는 영화.

실제로 극장에서 40대 이상의 관람객들은 재미있게 영화를 보더라. 이유인즉슨. <걸캅스>는 90년대 홍콩 영화들이 생각나게 한다. 액션 시퀀스라던가, 코미디 장치라던가. 과장 대고, 직접 몸을 쓰는 듯한 그 모습들. 그리고 요즘 트렌드와는 다른 배우의 액션 장면들의 분할. 그렇다면 아예 이 컨셉으로 밀고 갔으면 좋았을 텐데. 또 그건 아니다. 안전하고 좋은 것들을 모아서 진행을 했는데, 조화가 되질 않으니 이 또한 슬펐다. 곳곳에 나오는 까메오들이 정말 코미디를 위한 장치적 역할만 하는 것도 불편했다. 그리고 제일 불편했던 것은 과거 90년대 영화들처럼 모든 상황의 전달을 배우의 대사로 대체해 버린다. 이해는 쉬우나 설득이 되질 않는다. 뭔가 좋은 재료로 요리를 잘못한 죄책감이 느껴진다.


6. 네티즌, 관람객들의 평점.

영화가 개봉하기 전 많은 매체들과 많은 리뷰글들을 보면서 어마어마한 영화가 한편 나오겠구나 기대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포털 사이트에서 <걸캅스>의 평점은 9점대를 훌쩍 뛰어넘는다. 그 속을 보면 중간이 없다. 10점 아니면 1,2점. 이런 평점은 또 처음 보는 것 같다.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드는 것은. <걸캅스> 영화의 흥행이 과연 우리나라 영화판에 긍정적인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까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끝으로 <걸캅스>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충분히 좋은 영화가 될 수 있었음에도 그러지 못했다는 사실이 매우 안타까웠다. 특히, 노이즈 마케팅의 정말 좋지 않은 면을 본 것 같아 마음이 무겁다. 개인적으로 여성 배우분들이 주인공이 되는 영화들을 좋아한다. 최근에 본 <미스백>같은 경우에는 그 기대를 정말 잘 충족시켜줬었는데, 믿고 보는 배우 라미란 배우의 주연 데뷔작에, 지금 시기와 딱 어울리는 사건과 소재들까지. 이 모든 것을 살렸더라면 <걸캅스>는 어떤 영화로 우리에게 다가올 수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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