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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e Jun 11. 2019

나의 산후조리원 실패기(feat. 우는 아기)


산후조리원은 한국 특유의 문화라, 해외에서도 관심을 갖고 있기도 합니다. 예전에 중국에 출장 갔을 때 현지인이 중국 부자 대상으로 산후조리원 사업을 구상하고 있어서 신기했던 기억이 납니다.


한국의 산후조리원, 과연 좋기만 한걸까요. 


산후조리원을 이용해본 저로서는 산후조리원에 있었던 기간에 아쉬움이 많습니다. 모든 것이 처음인 초산맘이기 때문이기도 하겠지만 산후조리원 구조적으로도 개선되어야할 부분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이전 글에서 쓴 것처럼 산모들의 산후조리원 이용율은 75%나 됩니다. 아마 많은 분들이 이 글을 읽고서도 산후조리원을 이용하실텐데요, 산후조리원 이용시 이것만은 주의해라 정도로 읽어주시면 좋겠습니다.  

© 1041483, 출처 Pixabay


우선 산후조리원에 처음 당도했을 때를 복기해볼까요? 산부인과에서 퇴원한 뒤 산후조리원에 옵니다. 조리원에 와서는 신생아실에서 아기 기본적인 사항을 체크한 뒤 저는 방으로 갑니다. 호텔 체크인하는 것처럼요. 아기는 신생아실 큰 창을 통해서 볼뿐입니다. 아기 침대가 창 가까이 있으면 다행이지만, 멀찍이 있으면 보이지 않습니다. (사실 신생아들은 멀리서 보면 남의집 애기가 우리집 애기처럼 보이기도 하고 비슷비슷합니다)

 
문제는 아이와 생각만큼 같이 있지 않게 된다는 것입니다. 산모별 개인차가 있을 겁니다. 산모의 회복 속도나 산모의 성향 등등 따라 다르겠죠.  
 
물론 모자동실(왜 모자동실일까요. 딸맘은 모녀동실인데 말이죠!), 정확히는 "아이와 엄마가 함께 머무르는 시간"이 있습니다(저는 딸맘이니까 모녀동실이라 칭하겠습니다). 신생아실 청소/소독 시간에는 신생아들이 있으면 안되기에 대체로 조리원들은 2시간 정도 산모가 신생아를 데려가게 합니다.  
 
조리원 입소 후 첫날, 처음으로 저희 아이와 함께 머무르는 시간. 신생아실에서 작은 아기를 건네 받아 제 방으로 향하던 순간을 잊을 수 없습니다. 이 작은 생명체가 내가 낳은 아이가 맞는지 여전히 실감이 나지 않을 정도로 마음이 벅차오릅니다.  

© RitaE, 출처 Pixabay


하지만 방에 들어서는 순간, 초산맘에게는 바로 감당하기 힘들었던 현실이 펼쳐집니다. 아기는 머지 않아 바로 웁니다. 종잇장 같은 아기를 안고 있는 것도, 기저귀 가는 것도, 속싸개 씌우는 것도 모든 게 조심스러워집니다. 심지어 무서워집니다.


아이 성향에 따라 다르지만 저희 아기는 무조건 울고보는 아기였습니다. 그것도 처음부터 하이톤으로요.
 

결국 첫날에는 "모녀동실" 2시간도 채우지못하고 바로 신생아실에 아이를 데려다줬던 기억이있습니다. 그 다음날에는 2시간 채워서 데리고 있긴 했지만 계속 해서 우는 아이를 두고 안절부절 못했습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이가 우는 건 당연한데 왜 바로 아기를 ‘반납’하다시피 신생아실에 바로 데려다줬는지 몹시 후회가 되는 부분입니다. 많이 안아주고 더 같이 있어야 하는데 말이죠.

© joffi, 출처 Pixabay


수유콜 받고서도 아이를 만나긴 했지만 (다음 편에서 자세히 다루겠지만) 모유수유는 뜻대로 되지 않았고 좌절감 속에서 아이를 다시 신생아실에 데려다줬었습니다. 그러는 사이 아이는 계속해서 울었구요.  

 
지금 와서 생각해보건데,


아이가 우는 건 당연합니다. 아직 엄마와의 ‘합’을 많이 못 맞춰서겠죠. 엄마인 제가 아이를 모르듯, 아이가 엄마인 저를 모르는 건 더욱 당연했습니다. 엄마 냄새를 맡게 해주고 엄마 목소리를 들려주고 엄마 품의 오감을 느끼게 하고 …. 이런 과정이 많이 부족했던 게 너무 후회되는 부분이죠.


엄마인 저 역시 아이를 관찰할 기회를 잃게 됐죠.  


우리는 연애하기 앞서서 서로 "간보는" 기간을 갖죠. 바로 상대에 대해 탐색하는 기간! 조리원에 있는 기간은 산모가 회복하기 위한 기간이기도 하지만, 아이와 '합'을 맞춰보면서 "모의 육아"를 해보는 기간이기도 합니다. 정 안 되면 신생아실 간호사들이 계시니까요.


저는 아기와 엄마가 조리원에서 서로 탐색하는 기회를 많이 가지라고 해보고 싶습니다. 다만 아기의 울음이 걸림돌이 되는데, “아기야 원래 우는거지“라고(실제로 그렇죠!)자신감 갖고 대하면 아기 울음쯤이야 하는 마음이 들겁니다.  
 
신생아는 울음을 통해 자신의 욕구를 부모에게 전달하고, 주변과 상호작용을 합니다. 부모 역시 아이 울음을 통해 아이의 상태를 감지할 수 있습니다.  
 

아기가 우는 건 당연한만큼 아기가 울어도, 그래 네가 나 없으면 어떻할건데? 나 없으면 어떻게 밥먹을건데? 이런 심리로 아기를 대하는 거죠.


오히려 이때 할일은 울음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고, 울음 감별사가 되는 것이죠. 배고파서 우는 울음, 졸려서 우는 울음, 기저귀가 젖어서 우는 울음 미세하게 다릅니다. 이런 차이를 알아채기까지 역시 아기 기질 별로 차이가 있어서 오래 걸릴 수도 있습니다만 가급적이면 빨리 아기를 “공부”하면서 그 미세한 차이를 알 수 있는 기간을 최대한 줄여보는 거죠.

© cherylholt, 출처 Pixabay


이 울음 차이를 감별하면 부모는 울음에 대해 즉각적으로 대응할 수 있고 결과적으로 아기 역시 우는 기간이 짧아지게 되는거죠.

 
하지만 산후조리원에서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어쩌다 만나는(?) 아기를 보면서 서로 간을 보고 탐색할 시간을 갖기란 어려웠을테죠. 심지어 아기는 앞도 잘 보이지 않는데(신생아는 시력이 약하죠), 신생아실 간호사 선생님이 자신을 안는지 엄마인 제가 안는지조차도 구분하지 못하지 않았을까 합니다. 세상은 그저 엄마 뱃속보다 불편한 곳이란 생각이 들었을 것 같습니다. 아기에게 미안해지는 부분입니다.  
 
이렇게 아기와 데면데면하게 있다가 집에 온 저. 조리원 입소 후 2주뒤 집에 돌아온 제 상황을 설명해보자면요?
 
조리원 온 첫날 상황 무한 반복이었죠. 아기는 여전히 많이 울었고 저는 당황스러운 시간 시즌 2를 찍었다고나 할까요.  
 
아이는 많이 울어서 화가 많이 나있는 상태였는지, 꽤 예민한 기질의 아기가 되었고 저 역시도 아기가 언제 우는지 알 턱이 없어서 집에 와서 아이와 적응하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걸렸습니다. 원래 아기들 백일 지나면 괜찮아, 라고들 하지만 산후조리원에 있었던 기간 아이와 좀더 스킨십을 강하게 형성했다면 덜 힘들었을 것 같습니다.  
 
물론 전제는 산모 몸이 어느 정도 괜찮을 경우입니다. 산후조리원에서 산모별 회복에도 개인차가 있으니 무조건 아이와 함께 하라고는 말씀드리지 못하겠지만, 최소한 아이와 같이 있는 시간을 순차적으로 늘리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사실 다시 출산한다면 산후도우미를 쓰는 방안도 심각하게 고려하고 싶습니다. 그래야 아이 리듬도 쉽게 알 수 있을테니까요) 어쨌거나 조리원은 산모 회복을 위한 장소이기도 하지만 향후 육아를 준비하는 기간이라는 점만 잊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다음 번 글에서는 조리원의 꽃(?), 그 험난한 모유 수유의 과정에 깔린 문화에 대해 써볼까 합니다.


엄마. 여성주의자
이른 아침 스벅에서 일기를 씁니다
유별나지 않게, 유난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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