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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e Jun 15. 2019

100만원 넘는 성장앨범, 잠시 고뇌하다

산후조리원에 계약하신 분들은 다들 경험하셨을 텐데요. 이번 글은 성장앨범 계약 건입니다.


산후조리원 계약을 하면 먼저 스튜디오에서 전화옵니다.


"어머님, 만삭 사진하고 신생아 사진, 50일 사진까지 그냥 찍어 드려요. 만삭+신생아+50일 사진까지 해서 미니 앨범 저희가 무료로 만들어드리는 거거든요. 일단 만삭 사진부터 찍으면 되는데, 언제 오시겠어요?"

산후조리원과 연계된 스튜디오 전화입니다. 초산이라 "어머님"이란 호칭도 익숙치 않는데, 만삭 사진을 무료로 찍어준다고 합니다. 대체로 30주 이후부터 가게 되죠.  
 
공짜. 공짜. 공짜...  
 
돈도 안든다는 데 안 갈 이유는 없어 보입니다. 시간을 잡고 사진을 찍습니다. 옷을 두어개 갈아 입고 사진 작가님이 요구하는 포즈를 따라합니다. 결혼식 때에도 스튜디오 사진을 안찍은 터라 이런 식으로 촬영하는 게 신기하기만 합니다. 30~40분 찍었을까요. 상담을 하자고 합니다.

© ddivineimagery, 출처 Unsplash


어두운 방에서 뱃속 아기가 초음파에 있는 영상이 아기 심장 소리와 함께 뜨더니(촬영 전 영상 바코드를 그래서 물어봤나봅니다), 당일에 찍은 만삭 사진들이 영화처럼 나옵니다. 거기에 남편이 쓴 편지도 삽입되어 나옵니다. 제가 만삭 드레스를 갈아 입는 사이 스튜디오에선 남편에게 편지를 쓰라 했다고 합니다. 사진들도 결혼식 사진이라 해도 무방할만큼 맘에 들게 나왔습니다.  


자, 영화는 여기까지.


이제 형광등 불빛이 켜지고 스튜디오 상담 실장님은 안내 책자를 테이블에 꺼내놓습니다.


이제부터 영업의 시간!


두둥~


만삭 사진부터 조리원 사진, 50일 사진, 100일 사진, 돌 사진까지 해서 총 200 만 원인데 할인해서 170만 원에 할 수 있다고 합니다. 저가형(?)으로는 100만 원대 초반 패키지도 있었습니다.


"어차피 사진들 찍을 거고, 소중한 순간들 담는거니 아깝지 않겠다는 생각...하지만 꼭 스튜디오 촬영을 찍어야 할까"


두 가지 생각이 교차합니다. 상담 실장님은 특히나 오늘 공들여 찍은 사진의 원본은 줄 수 없다고 합니다(헉, 저희가 나온 사진인데 저희가 갖고 가지 못하다니요) 100컷 가까이 찍었건만 패키지 구매를 안하면 나중에 50일 촬영까지 한 뒤에야 두어컷만 준다고 합니다. (50일 촬영을 하러 스튜디오에 한 번 더 가니까 다시 한 번 패키지 구매 상담을 하고, 저희는 비슷한 상황에 봉착하겠죠)


남편과 저는 고뇌합니다.


고민과 고민, 고민을 거듭한 끝에 예상에 없는 지출이라 판단하고 “저희는 안할래요”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당일 투자한 시간은 아까워서 15만 원 주고 원본만 사오긴 했습니다. 뭐, 나쁘지 않았습니다. 사실 스튜디오도 땅 파서 장사하는 건 아닌만큼, 공짜 만삭 사진을 미끼로 산모들을 끌어들이는 거 이해못하는 것도 아닙니다.


하지만...어느새부터인가 이렇게 다단계 체인처럼 산모가 영업 대상이 되었다는 사실이 씁쓸합니다. 심지어 스튜디오 사장이 연락이 두절되어 선납금을 떼었다는 피해도 종종 발생하기도 하구요.

© kschneider2991, 출처 Pixabay


아기와 연관된 산업군이 참 많은데 대표적인 게 이런 성장앨범 산업인 것 같습니다. 아기를 키우는 입장에서 성장 앨범의 필요성이요? 글쎄요, 개인 판단에 따라 다르겠지만, 제 생각에는 "굳이 안 해도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물론 블로그 인스타 등등에서 보이는 성장앨범, 아기가 예뻐보입니다. 이것저것 꾸며놓고 찍는 방식도 점점 창의적으로 되기도 하구요. 하지만 유행이라는 게 있어서, 결국 다 비슷비슷해 보이기도 합니다.


이보다는 아기의 자연스런 모습을 엄마나 아빠의 독특한 시선으로 포착하는 게 더 가치 있어 보이는 것 같습니다.

참고로 저는 성장앨범 계약을 하지 않았습니다. 아이와 함께 하는 좋은 순간을 담겠다는 본질에 충실하는 게, 꼭 성장앨범을 통해서만 가능하리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다음 글에서는 100만 원 넘는 성장앨범 대신 어떻게 아이의 순간을 담고 있는지를 소개해볼까 합니다.  


엄마. 여성주의자. 신문기자
이른 아침, 스벅에서 일기를 씁니다
유별나지 않게, 유난하지 않게,
아이를 기르고 싶습니다


일하는 엄마의 임신 출산 육아기는

매일 밤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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