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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e Jun 13. 2019

산후조리원에 월급 몽땅?!!

오늘은 산후조리원 가격에 대해 말씀드려볼까 합니다. 산후조리원 입소를 결정하신 분들이라면 임신 초반부터 가격을 많이들 알아보셨을텐데요.


우선 올해 2월에 공개된 서울시 산후조리원 가격을 볼까요?


155만 원에서 2500만 원까지!

가격의 스펙트럼이 컸습니다. 물론 저와는 해당사항이 없지만 '연예인 산후조리원'은 당연히 비쌌습니다. 입소할건 아니지만 나와 있길래 봤습니다. 고소영 한가인이 거쳐갔다는 곳은 650만 원(특실은 1200만 원)입니다. 전지현 산후조리원으로 알려진 곳은 680만 원(특실은 1500만 원)으로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 곳은 삼성동에도 조리원을 냈는데 더 비쌉니다. 1300만 원(특실은 2000만 원)입니다. ㄷㄷㄷㄷㄷ

© JESHOOTS-com, 출처 Pixabay


조리원 동기 인맥을 쌓으러 일부러 비싼 곳에 간다는 사람도 더러 있지만, 인위적으로 네트워킹하는 것보다는 저는 자연스럽게 만나는 걸 좋아하는 타입이고, 인생에서 만날 사람은 만나게 되어 있다는 생각이 강했던 지라 "굳이..."란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돈을 탈탈 털면 입소야 하겠지만 ㅎ 안그래도 돈 들어갈 곳 많으니까요.


문제는 일반 산후조리원도 부담스럽긴 매한가지라는 겁니다. 2월 기준으로 서울시 산후조리원 가격은 대체로 300만~400만 원 안팎으로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웬만한 회사원의 월급과 맞먹죠. 2인 기준으로 도시 근로자 가구당 평균 소득은 5400만 원. 이를 세후로 따지면 실수령액 380만 원 정도 되니까요.


(※실제로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 산후조리원의 일반실을 2주 이용할 때 발생하는 평균 비용은 234만 원. 특히 서울은 314만 원이었습니다. 2016년 기준이니, 현재 평균은 물가 상승 반영해서 더 올랐을 듯합니다)

게다가 이게 끝이 아닙니다. 마.사.지.라는 게 있으니까요.

조리원 투어를 가면 조리원 입소 비용에 대한 설명을 들은 뒤, 바로 마사지에 대한 설명도 함께 이어집니다. 이 비용, 상당합니다. 대체로 200만 원 안팎이 드는 것 같습니다. 제가 간 곳은 그나마 조리원 가격도 서울시 평균보다도 아래인 곳이라 그런디 80만 원에서 100만 원대 후반까지 몇 개의 패키지가 있었습니다. 가격을 알아보면서 다시 한 번 놀랄 수밖에 없었습니다.

© sharonmccutcheon, 출처 Unsplash


"와, 이렇게 비싼데 다들 산후조리원에 간단 말이야?"


"월급이 빤한데 다들 어떻게 가능한거지?"

이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론 산후조리원, 일생에 딱 한두번 가게 되는거죠(생애 주기에 출산 한 두번 한다고 하면요). 결혼식 준비할 때와 마찬가지로 일생에 몇 번 안되는 순간인데 이 정도 비용 쓰는게 대수야,라고도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산후조리 잘못하면 평생 고생한다, 혹은 산후조리 초반에 잘해야 바로 몸매 회복한다는 생각도, 지불에 대해 더 관대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제 생각은 좀 달랐습니다. 시설이 호텔 같다고 해서, 몸 회복을 더 잘 할 수 있게 될까도 싶었고, 마사지는 마지막까지 고민하긴 했으나, 평소에도 마사지를 많이 안받는 터라 꺼려졌습니다.


게다가 시장 자체가 불투명해보이기도 했습니다. 각종 블로그에는 광고성 홍보성으로 추정되는 글들이 많아보였습니다. 대체로 온라인으로 하는 조리원 투어처럼 자세히는 나와 있는데, 문제는 너무 자세히 나와서(이를테면 식사 사진 매 다른 끼니를 10개 모두 올리고 각종 시설을 자세히 찍어놓는 것이죠!) 이게 조리원에서 어떤 대가를 받고 올리는 글이구나라는 합리적인 추정을 가능케하는 글들이 적지 않았습니다.


가격 이벤트 하는 곳들도 많았습니다. 예를 들면 원래 400만 원인데 지금 계약하면 혹은 지금이 행사 기간이니까 50만 원 깎아주겠다는 식이었죠. (사실 그러면 350만 원이 정가인데 왜 그렇게 가격을 높이 부르는지...)


처음부터 맘을 정했습니다. 여러 군데 투어해볼 것도 없이, 제 동생이 다녀온 곳으로 택하기로 했습니다.

특출나게 비싼 곳도 아니지만 아예 후진 곳도 아닌 곳. 그리고 저는 저만의 다소 유니크한 기준이 있기는 했습니다. 뜬금없어 보이지만 나무가 보이면 좋겠단 생각을 했습니다. 여름 출산이라, 봄쯤에 산후조리원에 갔는데, (병원 부설로 만들어진 곳이어서 정원이 있었습니다) 벚꽃이 엄청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몸 회복도 회복이지만, 마음도 쉴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했기에 고민 없이 계약하고 왔습니다. 대신, 제가 입실할 방은 나무가 잘 보이는 방으로 해달라고 신신당부를 했습니다.

[que 설명] 뜬금없는 벚꽃 사진입니다만, 저는 조리원 정원에 있는 벚꽃 때문에 조리원을 택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습니다. 뜬금없는 이유라도, 본인의 기준에 본인이 확신을 가지면 된다고 말씀드리고 싶어요. © shell_ghostcage, 출처 Pixabay


아마 여러분들도 지인들이 다녀온 곳을 그나마 믿고 택하게 될거라 생각합니다. 자기 만의 기준을 세우는 게 중요할 듯 싶습니다. 그게 저에게는 나무였지만 아마도 이런 기준들이 되겠죠.


소아청소년과 의사와 잘 연계된 곳인지(혹여 모를 아이의 이상징후에 대비해서요. 제가 택한 곳은 병원 병설이라 의사 선생님이 오셨었습니다), 조리원 선생님 1명이 돌봐주는 신생아가 너무 많지는 않은지, 조리원 주인이 잦게 바뀌지는 않은지 등등의 기준을 먼저 세우는 게 좋겠죠.


실제로 조리원에 입소해서도 산후조리는 나름대로는 선방(?)했다고 생각합니다.
 
○ (귀찮지만!) 좌욕 열심히 했고, 덕분에 조리원에 있는 기간 회복이 잘 되었습니다. 좌욕은 매 끼니 별로 밥먹고 나서 빠지지 않고 했었습니다.

○ 밥도 조리원에서는 어차피 건강식 집밥 모드로 나오니까 열심히 먹었습니다. 굳이 적게 먹을 필요도 없습니다. 조리원에 있을 때에는 대체로 모유 욕심(?)을 갖고 있을테니(퇴소 후에 완분 완모 혼합 등으로 갈라지지만, 대체로 그때는 정도의 차이이지 모유 수유를 하고 있을 때입니다), 조리원에서 주는 거 먹으면 됩니다.

[que 설명] 산후조리원 식사와는 무관한 사진이지만! 신선한 식재료를 쓴 한식을 잘 먹는 것만으로도 영양 보충/산후관리가 잘 되는 듯 싶습니다© congerdesign, 출처 Pixabay


살빼는 거 신경쓰는 분들 많으실텐데요, 평소에도 "세가지 흰색 음식"을 피하라고 하잖아요.


바로, 밀가루/설탕/소금

조리원 밥은 웬만하면 이들 재료 피해서 나오니까, 간식은 일부러 찾아 먹지 않으면 됩니다. 물론 한 번 땡길 때 있죠. 조리원에 있을 때 치킨 정도는 밖에서 한 번 사다 먹었습니다. 매일 이런거 먹지만 않으면 됩니다.

○ 마사지는 마사지 받는 "느낌적인 느낌"을 즐기는 분이라면 받으시라고 말씀 드리겠습니다. 특유의 relax되는 느낌을 좋아하는 분들 있으니까요. 하지만 마사지를 살 뺄 목적으로 받는다고 하시면, "글쎄"란 생각이 듭니다. 대체로 마사지 받고 살 빠졌다는 말씀 하시는 분도 있었지만 마사지 안받고도 살은 어느 정도 빠지는 것 같습니다.


저 같은 경우에는, 조리원에서 당연히 배가 여전히 불룩 나와 있었는데 배 부분을 위에서 아래로 밀면서 셀프 마사지를 했습니다. 오로도 나오고 살도 빠지라고요(자세한 방법은 '만인의 튜토리얼' 유튜브에 나와 있습니다). 물론 개인차가 있겠지만, 이것만으로 충분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다만) 가슴 마사지는 뭐라 말씀드리기 힘듭니다. 제가 있던 산후조리원은 다행히 가슴 마사지는 그냥 해주는 곳이어서, 1주일에 1번 받고, 막힌 유선을 뚫는 건 도움 됐습니다만, 이 역시도 출산 병원에서, 그리고 조리원 와서도 바로 아기에게 젖을 꾸준히 물리신 분이라면 굳이 받아야할까란 생각이 듭니다. 앞글인 고독한 모유수유 패잔병(산후조리원 ver.)에서도 언급했습니다만 출산 병원과 조리원 와서 아이랑 시간을 많이 보내지 못한 저로서는 가슴 마사지 받았던 게 도움이 되기는 했습니다.

 
쓰고보니, 식이요법과 마사지 팁이 담긴 글이 되고 말았지만, 다들 관심 많이 가지시는 부분이기에 현실적으로 어떤지를 정리해봤습니다. 산후조리원 선택 과정에서 느꼈던 좌절(?)이나 의문, 불편했던 마음도 함께 정리해봤습니다.

요약하자면, 저는 비싼 곳이 좋은 곳일 것이다라는 생각을 버린 게 유일하게 잘 했다고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1000만 원 산후조리원에 안가봐서 이런 말씀 드리는 건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어차피 산후조리원 편차가 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산후조리원 비용을 합당한 서비스에 대한 대가로 보면 되겠지만, 웬만한 가구에 부담이 되는 것도 엄연한 사실이니까요. 올해 발표된 보건복지부 조사에서 산모들이 산후조리원에서 산후조리와 관련해 필요한 정책 1순위는 '산후조리원 경비지원'(48.7%)을 든 것도 이런 이유이지 않나 싶습니다.


자신만의 명확한 기준을 먼저 세워두면 남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평생에 얼마 안되는 희귀한 인생의 이벤트다. 고로, 이 정도의 금액을 쓸 가치가 있다는 유혹이 들 수는 있습니다. 저 역시도 제가 간 산후조리원이 평균 가격이 안 되는 곳이어서, 우리 아기한테 혹여나 미안한 게 아닐까 간혹 망설여지기도 했습니다만 결국 산후조리 본질에 집중한다는 생각으로 선택을 밀고 나간 것이니까요.


산후조리원에서 느껴졌던 불만 사항은 한국 산후조리원 자체 특성에서 오는 것이라, 제가 갔던 조리원 자체에 대한 불만은 없습니다. 결국 산후조리는 중요합니다만, 비싸다고 해서 산후조리가 잘 되는 건 아니라고 감히 말씀을 드리면서 글을 마무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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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마. 여성주의자. 신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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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를 기르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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