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들, 회사 다니다가 지칠 때 흔히 드는 생각이 있습니다.
아, 카페나 차려볼까
커피를 내려 마시며 손님이 오면 내어주고 남는 시간에는 음악도 듣고 책도 읽으며 짜증나는 상사도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서인지 저희집 근처 로스팅 카페에서 사장님이 커피 강의를 종종 하는데, 커피 파는 날보다 아예 문을 닫고 강의하는 날이 더 많습니다. 여전히 카페 창업 희망자는 많은 것 같습니다.
최근 나온 책 ‘서울의 3년 이하 퇴사자의 가게들: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냐 묻는다면?'에서는 비슷한 사례가 나옵니다. 정확히는 일반 회사원은 아니지만, 경력 10년차의 카페 직원이 카페를 창업한 이야기인데, 회사 그만두고 창업해서 좋은 점, 힘든 점을 담담하게 설명하고 있습니다.
이대 근처 주택가에 자리한 머스타드라는 카페의 김도엽 대표인데요. 시바견이 있는 카페로 잘 알려져 있습니다. 그는 업계에서 비교적 조건이 좋은 서점 계열 카페에서 일했는데도 퇴사를 결정합니다. 일 자체도 힘들었고 자유도도 생각보다 적고 포스에 찍힌 매출이 꽤 괜찮아 나도 해볼까, 이런 생각이 들었다고 합니다.
퇴사 3년차, 카페 창업 2년차. 현재 어떨까요?
대체로 하루 10시간 일을 하는데, 이게 끝이 아니라고 합니다. 카페 영업 시간이 끝나면 일주일에 두 서너번은 로스팅을 하느라 가게에서 잘 때에도 간혹 있다고 합니다. 가게를 차리고 나서는, 자취에서 본가로 들어갔기 때문이죠.
수익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고 합니다. 커피 원가가 낮은 것? 맞습니다. 원두만 치면 그렇지만, 원두 비용은 전체 비용 중 극히 일부에 불과합니다. 고가의 그라인더와 에스프레소 머신, 월세, 그리고 전기세처럼 잡다하게 들어가는 비용까지 감안하면 남는 게 그닥 없다는 이야깁니다.
대신 얻은 것도 있습니다.
일의 자유도가 높아졌다고 합니다. 스스로의 속도에 맞춰서 일하면서요.
이를테면 앉고 싶을 때 앉을 수 있는 것이요. 이전에는 계속 서 있어야 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사소하지만 중요한 것.
아이스라떼 만들 때 에스프레소와 우유를 섞지 않고 내보내도 된다고 합니다. "내 가게"니까요.
저도 개인적으로 이런 아이스라떼 애정합니다. 우유 위에 에스프레소 부으면 자연스레 층이 나누어 집니다. 어렸을 적 미술 시간에 마블링 기억 나시나요? 액체의 흐름에 따라서 흰색 우유와 고동색 에스프레소가 휘휘 시간 대별로 다르게 섞이는 게 눈에 보입니다. 예쁘기도 하고 어느 부위(?)를 마시는지에 따라 맛도 다릅니다. (많이들 가시는 카페 커피로 예를 들자면, 스타벅스는 첨부터 다 섞어서 주지만 폴바셋이 이렇게 줍니다 개취)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그는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기도 하고 내 일을 하는 거라, 일이 많다고 해서 괴롭게 느껴지지 않는다고 합니다.
제 귀에 쏙 들어오는 글귀가 있었습니다.
가끔 힘들다고 생각하지만 힘든 것과 괴로운 것은 분명 다르다.
하고 싶은 일 해서 행복하다고 느끼면 최소한 불행하지는 않다.
월급 없는 삶에 대한 불안함이 밀려올 수도 있겠지만, 전 직장에서 받던 돈도 많은 게 아니었기 때문에 대단한 걸 포기한 것도 아니라고 합니다. 다만 월 1000만 원을 받는 사람이 그만둔다면 대단한 용기가 필요할 수 있겠다고 말합니다.
여기서 시사하는 바, 대부분의 직장인들은 회사에서 힘들면서도 괴로운 게 문제인 것 같습니다. 힘들어도 하는 일에 성취감을 느끼고 어떤 의미 혹은 재미가 있으면 괴롭지 않을텐데 말입니다. 카페 차려서 몸은 여전히 고되도 하고 싶은 일을 하기 때문에, 적어도 괴롭지는 않다는 뜻일텐데요.
글을 다 읽고 나면 당연히, 카페 차리는 거 만만치 않게 된다고 느끼게 됩니다. 사실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 없는 요소니까요.
다만 직장에 다니는 분들, 이걸 한 번쯤은 생각해봄직 한 것 같습니다. 지금 하고 있는 일이 힘든 건 괜찮지만 우리를 불행하게 만들고 있는지 아닌지에 대해서요.
한번 뿐인 인생, 내 소중한 시간은 월급에 대한 기회 비용입니다. 그 비용이 아깝지 않게 하려면,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최소한 나에게 의미가 있는지, 재미가 있는지에 대해서 생각해보고, 그게 아니라면, 카페 차리기 같은 과감한 선택(?)이 아니어도, 최소한 나를 둘러싼 환경을 바꾸려는 노력을 하는 게 한번뿐인 인생에 대한 예의라고 생각이 듭니다.
(일단 저부터 성찰을....)
엄마. 여성주의자. 신문기자
유별나지 않게, 유난하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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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밤 뭐라도 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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