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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e Jun 24. 2019

맘카페 가입, 연거푸 퇴짜 맞은 사연

지난 번 글인 <숱한 까만밤, 위로가 됐던 '맘카페 동지'들>이라는 글에서는 출산 이후 느꼈던 맘카페의 고마운 점들을 정리해봤습니다.


하.지.만.


모든 맘카페가 좋기만 한 건 아니었습니다. 어느 시점에 이르자 전국구 카페 말고 지역구 카페도 가입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사실 직거래 같은 경우엔 지역 카페가 좋다고 하고  무엇보다도 동네 어린이집, 동네 병원에 대한 정보도 얻으면 좋고 동네 맘들과 오프라인 교류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등등으로 가입을 하려 했었죠.

하.지.만.  

저희 동네 지역 카페는 3개월 마다 한 번씩 회원 가입을 받는 곳이었죠. 그래서 캘린더에 다음 회원 받는 날을 크게 동그라미 치고 기다렸다가 해당 날짜에 가입했었습니다.  

하.지.만.  

회원 가입은 안됐고 또 다시 캘린더에 동그라미 치고 3개월을 기다려 다시 가입을 시도. 하지만 알 수 없는 이유로 가입이 안됐고  이런 과정을 서너번 반복했죠. 가입이 안되는 이유라도 알고 싶어지는 저는 답답한 마음에 전국구 맘카페 맘*홀릭에 검색해봅니다. 이 지역카페가 원래 가입이 어려운지 말이죠. 역시나, 저와 같은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습니다.


"왜 이렇게 가입이 어려운가요. 저만 그런가요."
"1년 전 가입 신청을 했는데 감감 무소식이네요."
"세번이나 가입에 도전했는데 실패했어요. 왜 그런지 아직도 모르겠어요."
"등업 신청하느라 임신 상태로 사진 올렸는데 영문도 모른채 무통보 사진 삭제 당했어요."
"어렵사리 겨우 가입했더니 등업은 8개월 있다가 한다고 하네요."



지역 맘카페에서 거부당한 무수히 많은 또다른 동지(?)들을 발견하고 맘편히 지역 맘카페 가입을 포기했습니다 하아


아마도 카페 주인장은 각종 광고 등등을 차단하기 위해 가입 요건을 어렵게 만들었으 것으로 추정은 되는데, 저를 포함해서 선한 의도로 가입하려 했으나 여전히 가입에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이 있는 걸 보면 맘카페, 이렇게 운영하는 게 과연 맞나 싶었습니다.


카페 회원들이 올린 정보는
카페 주인장 개인의 정보가 아닌,
일종의 공공재(public goods)라고 볼 수 있습니다.

이런 공공재인 정보에 순수한 목적으로 카페에 가입하려는 사람들의 접근(access)까지 제한을 두는 건 어찌보면 카페 주인장이란 ‘완장’을 차고 권력을 남용하는 것과 다름 없습니다. 일상의 비민주적인 행태죠.


저희 지역에선 비슷한 어려움을 겪는 사람들을 위해 다른 맘이 카페를 만들었습니다만, "네트워크 효과"라는 게 있죠. 이미 사람들이 한 번 많아지기 시작하면 그걸로 계속 굴러간다는.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만으로도 큰 자산이고 뭐든 부익부 빈익빈입니다. 사람 많은 곳엔 많다는 이유로 더 많이 모이려 하지만 사람 적은 곳엔 그닥 모일 유인책이 없는거죠. 지역 맘카페에서 거부당한 사람들이 모여서 만든 맘카페는 안타깝게도 아직은 그닥 활성화되진 않습니다.


맘카페도 일종의 사회이고, 누구나 수긍할만한 규칙과 규범이 있어야 합니다. 취업 시장에도 무조건 불합격 통보조차 하지 않는 건 무매너 회사로 통하죠. 비호감의 전형이죠. 이유를 설명해주는 편이 나을 것이구요.  

사실 맘카페 부작용은 종종 지적되는 문제이긴 합니다. 비근한 사례로 맘카페에서 나온 소문이 호도되는 경우. 예를 들면 김포 어린이집 교사 자살 사건이 있었죠. 팩트가 불분명한 어린이집 사건과 관련해 어린이집 교사 신상이 급속도로 공개됐고, 결국 어린이집 교사가 스스로 목숨을 끊는 비극으로 마무리됐죠. 일종의 마녀사냥처럼요.

물론 한국 사회에서 맘카페의 역할이 큽니다. 주변에 육아에 대해서 궁금한 걸 물어보기가 힘든 요즘같은 수퍼 핵가족 시대에 맘카페는 매우 유용합니다. 회원들 간에 유기적으로 연결되는 촉매가 되기도 하구요.


저는 출산 초반에 여러모로 저에게 위로와 위안이 됐던 맘카페에 대한 애틋한 맘을 갖고 있습니다만 일부 맘카페에는 공동체 구성원으로서의 마음가짐을 갖춰보길 바래보는 마음에서 써봤습니다. 대부분의 맘카페가 저희 지역의 맘카페 같진 않겠지만, 맘카페 이용들 많이 하시니, 맘카페 이용자로서 혹시 모를 부작용에 대해 한번쯤은 생각해봤으면 좋겠습니다.


엄마. 여성주의자. 신문기자
유별나지 않게, 유난하지 않게,
아이를 기르고 싶습니다
일하는 엄마도 행복한 육아를!


매일 밤 뭐라도 씁니다

매일 밤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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