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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que Jun 25. 2019

백일 아기 두고 이른 복직하다

복직맘을 위한 애착 형성 가이드


워킹맘들이라면 출산휴가+육아휴직 1년 3개월을 모두 쓸거라 생각하는 분들이 많습니다만, 모두 소진 못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정말 많습니다.


돈을 벌어야 하는 상황이거나 회사 사정상 휴직을 오래 쓰지 못하는 등 저마다 피치 못할 이유가 있습니다. (마땅히 개선되어야할 문제지만) 당연히 직장 규모가 크거나 안정적일수록 사용률이 높습니다. 혹은, 자발적으로 이른 복직을 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저도 출산 전에는 출산휴가와 육아휴직 모두 쓰려고 했었습니다만, 출산휴가가 끝날 무렵부터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다행히 몸 회복 속도가 생각보다 빨랐고 저또한 회사 다니기에 무리가 없다 싶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 michal9335, 출처 Unsplash


단 하나, 아이가 고민이었습니다. 다행히 친정 엄마가 케어해주신다고 선뜻 나서주셨습니다(저는 엄청 운이좋은 경우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1년 3개월 간 엄마인 제가 직접 케어하지 못했을 경우 따라올 득과 실을 생각하면서 고민할 수 밖에 없었습니다.

애착(attachment)이 가장 걱정됐습니다. 어렸을 때 기억은 안난다지만, 엄마와의 안정적인 애착이 형성되지 않으면 성인이 된 뒤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었습니다.

또 애들 둘을 키우는 친구가 있었는데 친구가 말하는 이야기도 걸렸습니다.
첫째 때는 엄마인 자신이 혼자 보다시피 했지만 둘째 태어나니 손이 달려서 첫째는 자신이 계속 보고, 둘재는 주로 남편이 봤는데, 남편입장에선 첫째랑 둘째 대할 때 느낌이 다르다더라. 그만큼 누가 키우는지가 중요한 것 같다.

하지만! 회사 복귀하게 되면 돌아올 장점들도 무시하기 힘들었습니다.
비록 3개월이었지만 집에서만 있게 되면서 느끼는 웬지 모를 무력감에서 벗어나고 싶었고
한창 일할 때라 일을 다시 하고 싶기도 하고
무엇보다도 월급도 다시 받고 싶었습니다

여전히 아이는 엄마가 가급적 키워야 한다는 친구는 조기 복귀하겠다는 저에게 "소탐대실하지 말라"는 얘기를 했습니다.

주변에 3개월만 아이를 보고 바로 복귀한 친구가 있었는데, 나중에 아이가 심리 상담을 받아야 할 정도로 힘들어 하더라. 실제로 만나보면 또래들을 불편하게 하고 정서가 안정되지 않은 것 같더라는 말도 덧붙였습니다. 그런데 그 경우는 할머니가 키워주다가 사정이 생겨서 바로 어린이집을 몇 군데 돌아다니면서 다닌 경우였습니다. 안정적으로 봐주시는 분이 없으니 사실 그럴 법도 하단 생각이 들었습니다. 할머니 육아를 고민하는 저와는 상황이 조금 달랐습니다.

당시에는 일생 일대의 고민처럼 느껴졌던 이 고민을 한방에 끝내게 해준 또 다른 친구의 한마디는 이것이었습니다.

엄마 같은 할머니가 있으면 된다.


어차피 아이는 지속적으로 봐주는 사람이 엄마인지 할머니인지 크게 상관하지 않는다. 최소 1년, 적어도 3년 간 안정적으로 봐주면 된다. 맞습니다.


실제로 몇몇 육아서들을 보면서 제 생각에 확신을 가질 수 있었습니다. 신의진 연세대 교수는 <아이 심리백과>라는 책에서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엄마가 평일에 기껏 아이를 돌볼 수 있는 시간은 저녁 퇴근 후부터 아침 출근 때까지인데, 아이는 당연히 엄마가 키워야 한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에게는 위험해 보일 수 있다. 하지만 일하는 엄마라고 해서 아기와이 애착 관계가 특별히 불안정하게 형성되지는 않는다. 퇴근 후 단 몇 시간 만이라도 아이를 진심으로 돌보면 아이는 엄마와의 안정적인 애착을 유지하면서 건강하게 자랄 수 있다.

© ddimitrova, 출처 Pixabay


육아는 양보다는 질이라는 점에 무릎을 쳤습니다. 저는 이 때 회사 복귀로 맘을 굳히고 몇 가지 원칙을 세웠습니다.


●아이를 같이 데리고 잔다. 
아이가 통잠을 못자더라도 같이 자야 아침에 눈을 떠서도 그나마 함께 볼 수 있기 때문입니다.


●퇴근은 최대한 빨리 한다 
저녁 약속은 최대한 자제하고 집에 빨리 와서 아이와 함께 하는 시간을 늘립니다. 회사 출근은 느긋하게 하지만 퇴근길은 마치 시간에 쫓겨 지각하는 사람처럼 집에 갑니다.


●우선 순위를 조정한다
집에 와서는 일보다는 아이와 있는 시간을 최우선시 합니다. 책을 보고 싶어도 핸드폰을 하고 싶어도 일단은 아이와 눈맞추고 놉니다.

복직한지 몇 개월이 지난 지금도 아이를 친정 엄마에게 맡긴 점에 대해서는 후회는 없습니다. 처음에는 백일 갓 지난 아기를 두고 복직하는 엄마들을 보면 "어떻게 핏덩이를..."이라는 생각도 들었던게 사실입니다. 흔히 미디어 등에서 학습된 모성을 생각했기에 모성을 잘못 생각했던 거죠.


막상 엄마가 되어 생각해보니 상황에 맞게 엄마가 행복한 방향으로 결정하는 게 최고라는 겁니다. 모름지기 "엄마가 아이를 돌봐야 한다"는 죄책감은 없어졌으면 합니다. 마찬가지로, 이른 복직을 하는 엄마를 두고 모성이 덜한 엄마로 보는 시선도 거둬져야 할 것입니다. 아이 주양육자가 되지 못해도(혹은 않아도), 그렇다고 해서 아이를 생각하는 마음이 덜한 것은 아니니까요.

단, 애착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을 것입니다. 애착이 잘 형성되면 순조로운 출발을 할 수 있기에 세상에 믿음과 신뢰를 가질 수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 주변을 부정적이거나 불안한 것으로 인식해 소심하거나 공격적 성향을 가질 가능성이 많다고 합니다.

아이의 안정적인 애착 형성을 돕되, 엄마가 주양육자가 되기 힘든 여건이라면 안정적인 애착을 쌓을 수 '있는 '주양육자'를 지정해 주양육자와 아이의 애착 형성을 도와주는 게 현실적으로 좋습니다. 그렇다고 엄마/아빠와의 애착을 무시해도 좋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부양육자인 엄마/아빠는 아이가 주양육자 이외에도 추가로 애착을 쌓을 수 있는 대상인만큼 아이에게 "세상은 너가 믿고 살아갈 수 있는 곳이야"라는 메시지를 주는 게 중요하겠죠. 당연히 주양육자-부양육자는 제로섬 관계가 아니라 서로 더해지면 상승 작용을 일으키는 존재가 될 것입니다.


다음 번에는 조기복직맘을 위한 번외편으로, 주중에 시댁이나 친정에 아이를 맡기는 경우, 그리고 영유아 어린이집에 보내는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대한 글을 소개해보도록 하겠습니다.


<같이 읽으면 좋을 글> 

https://brunch.co.kr/@que/19

https://brunch.co.kr/@que/15



엄마. 여성주의자. 신문기자
유별나지 않게, 유난하지 않게,
아이를 기르고 싶습니다
일하는 엄마도 행복한 육아를!


매일 밤 뭐라도 씁니다

매일 밤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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