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하고 나서 흔히들 하는 오해가, 아이를 낳으면 모유가 절로 나온다고 생각하는 것일 겁니다.
사실일까요? 모유수유가 의무는 아니지만, 모유수유를 하고 싶은 산모라면, 누구나 아이를 처음 안았을 때 당혹스러워했을 겁니다. 아이는 빽빽 울고, 젖을 물리려 해도 모든 아이가 모유를 쪽쪽 먹는 건 아닙니다.
저도 예외가 아니었습니다. 수유콜을 뒤늦게 요청해서, 수유실에 가서 아이를 건네받습니다. 태어나서 처음 안아본 우리 아기.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신기한 느낌입니다.
가슴을 풀어헤치고 아이 입을 가슴에 갖다대지만, 아이는 탐색 정도 할뿐 먹지는 않습니다. 좀 입을 대더니 입을 빼고 있습니다. 반면 옆자리 산모. 저보다는 능숙해보입니다. 하루 이틀 정도 먼저 출산한 것 같은데, 아이를 계속 안고 잘 먹이는 듯 보입니다. 옆자리 산모는 아이에게 모유 먹이면서 말도 잘 거는데, 그럴수록 저는 저희 아기 얼굴을 보기만할뿐 답이 없습니다.
결국 10분도 못채우고 풀어헤쳤던 단추를 잠기고 아기를 다시 맡기고 병실로 올라옵니다. 그리고 자꾸 생각합니다. 아, 왜 안되지...그러다가 시간이 되면 또 아이에게 젖을 물려 보려 하지만,
다시 느껴지는 좌절감 무한반복
지금 생각해보면 대체로 모유가 안나오는 건 너무도 당연한 일인데 욕심이 앞섰던 것 같습니다. 앞편에도 썼듯이 저 때는 수유실 가서도 모유 나오면 좋지만 안나와도 아기를 안고만 있어도 좋았을텐데요. 괜한 스트레스를 받았던 것 같습니다.
전문가들은 젖은 수시로 물리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출산 직후 병원에 머무를 때, 그러니까 3,4일차때까지는 안나오는 게 당연하고, 안나오는 젖 물리기를 억지로 하려면 엄마뿐 아니라 아기도 힘들 수 있을테니까요. 엄마도 분만 과정을 거치면서 힘들었을테지만, 아이 역시 엄마 산도를 빠져 나오면서 온갖 고된 일을 겪었을 겁니다. 기를 쓰고 밖에 나오느라 체력을 소진한 아이를 따뜻하게 안아주는 것만으로도 엄마로서 꽤 많은 일을 한 게 될 겁니다.
모유 수유 전문가 박경숙 선생님(박경숙아카데미 대표) 조언입니다.
아이를 충분히 안아주고
모유가 나오지 않더라도
가슴에 자극을 주세요.
우리 뇌는 모유를 내보내라는 신호를 받고
모유를 준비하고 있을테니까요
자극은 하루 8번에서 12번 정도 주는 게 적당하다고 합니다. 아기를 충분히 안아준 다음 5분, 10분, 15분씩 2~3시간 간격으로 양쪽을 물리되 여의치 않으면 적당한 자극을 주는 것입니다. 여기서 방점은 젖을 물리라는 게 아니라, "아기를 충분히 안아준 다음"에 찍혀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마세요.
덧붙이자면)
모유수유를 강요할 이유도 없지만, 모유수유를 원하는 산모를 위해서 병원에서 모유수유를 구체적으로 알려주지 않는 시스템은 아쉽기 짝이 없습니다.
병원에 입원해 있는 기간에는 아이를 충분히 안아주되, 가슴에 적당한 자극을 주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얘기만 해줬어도, 쓸데 없는 스트레스를 안받았을 텐데 말이지요.
엄마, 여성주의자, 신문기자
출근 전 스벅에서 일기를 씁니다
유별나지 않게, 유난하지 않게
아이를 기르고 싶습니다
일하는 엄마도 행복한 육아를!
일하는 엄마의 임신 출산 육아기는
매일 밤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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