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의 한정된 자원이 흐르는 방향

끝이 있기에 더욱 아름다운 순간들에 대하여

by ㄱㄸㄸ



우리 세상에서 살고 있는 모든 것들에게는 끝이 있다.

어쩌면 그렇기에 더욱 소중하게 느껴지는 것들이 많겠지만,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이 저미도록 아쉽기도 하다.


사랑하는 가족과의 시간이 그러하다.

또 사랑하는 자식과의 시간은 더욱 그러하다.




딸과 함께하는 주말은 소중하다.

특히나 딸이 유치원에 다니면서부터는 하루 종일 붙어서 함께 웃는 날은 매우 소중하다.

물론 너무 피곤해서 왜 내 딸은 더 이상 낮잠을 자지 않을까? 생각하는 날도 있지만, 그런 날도 까르르 웃으며 장난치는 딸의 모습을 보고 있노라면 금세 정신을 다잡게 된다.


그렇기에 부모로서 우리는 딸에게 특별한 주말을 주기 위해 상당히 노력하는 편이다.

그중 특별한 것은 ‘마음대로 하는 하루'.

그날도 물론 위험한 행동을 허용한다던지, 너무 비싼 물건을 고른다고 사준다던지 하는 것은 아니다.

다만 소소한 것들, 예를 들면, 그날 먹고 싶은 간식을 직접 고를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다.

그럼 딸은 당당하게 마트로 들어가 이곳저곳을 살펴보며 자기가 먹고 싶은 간식을 신중하게 고른다.

어느 날은 자기가 예전부터 봐둔 것이 있다며 아빠를 끌고 가서 찹쌀떡을 사 오기도 했다.


직접 고른 간식을 사 오는 그 당당한 발걸음과 얼마나 맛있을까 기대하며 한입 베어 먹는 설렘이 가득한 볼따구, 물론 실망했을 때의 그 표정 역시 한 순간도 놓치고 싶지 않은 소중한 순간들이다.


이런 사소한 순간들이 뭐 그렇게 소중하겠냐고 물어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물론 그날은 아쿠아리움에 다녀오고, 처음 가보는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고, 함께 깔깔 웃으며 즐거운 하루를 보낸 특별한 이벤트로 가득한 날이었다. 가지고 싶은 장난감도 1개는 살 수 있도록 허용해 주었고, 레스토랑에서 좋아하는 음료수도 주문해 주었다. 지하철을 타고 오가며 많은 이야기도 나누었다. 정말 특별한 일들로 가득한 하루였다.


그런데 막상 잠들기 전에 오늘 하루가 즐거웠는지, 뭐가 가장 행복했는지 묻는 질문에는 자기가 직접 고른 간식이야기를 했다. 정말 사소해서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그 순간이 내 딸에게는 자기의 삶에 주도권을 가져간 매우 중요한 순간이었고, 잊을 수 없는 경험이었던 것이다. 물론 나와 남편에게도 잊을 수 없는 삶의 한 페이지를 장식해 준 순간이긴 했다. 자기가 먹고 싶던 간식을 손에 쥐고 어찌나 당당하게 걸어오던지.




육아를 하다 보면 모든 것이 그런 것 같다.


나는 특별한 일들로 채워주려고 노력한 하루였는데, 결국 내가 가장 노력하지 않고 그저 함께 웃으며 즐긴 순간이 아이에게는 가장 행복한 순간으로 기억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실망하거나, '아니, 네가 오늘 했던 것들이 얼마나 특별한데, 너는 그딴?!' 이런 식의 대응은 하지 않는다.


그저 "맞아, 맞아. 우리 딸이 그렇게 당당하게 사 오던 모습이 엄마에게도 너무 멋져 보였어."라던지, 함께 깔깔 웃으며 "기대만큼 맛있지 않아서 더 웃겼지?" 하며 그 순간에 특별함을 더한다. 그 순간에 대한 기억을 각자의 마음속에 좀 더 깊숙하게 새겨 넣는다.






결국은 시간이다.


내가 가진 한정된 자원에서 내 마음껏 한껏 쏟아줄 수 있는 것은 결국 시간이다.

그리고 그 효용성이 가장 높은 것 역시 결국 시간이다.


좋은 환경에서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내는 것은 더할 나위 없이 좋을 것이다. 하지만 좋은 환경이라는 말의 기준은 주관적 기준에 따라 다를 것이며, 보살핌을 받는 자식의 입장에서 좋은 환경이란 그저 엄마와 아빠와 함께, 온전히 자기에게 집중된 시간일 것이다. 즉 시간이다.


그래서 나는 오늘도 나의 가장 많은 시간을 내 딸에게 할애한다.


아직은 엄마가 자기 세상의 전부이지만, 언젠가는 자기만의 세상을 향해 나아갈 순간이 오리라는 것을 알고 있기에 최대한 많이 필요로 하는 지금, 가장 많은 엄마의 시간을 주려고 한다. 언젠가 나의 시간은 오로지 나만의 것이 될 순간이 올 것이다. 간식을 들고 당당히 나를 향해 걸어오던 그 걸음이, 언젠가는 다른 방향을 향해 걷게 되리라.


아마도 그런 끝이 있기에(끝이라는 단어보다는 내 딸 삶의 변환점이라고 하고 싶다) 지금 이 순간들이 더 소중하고 빛나는 것이겠지. 그렇기에 내 딸에게 쏟아붓는 나의 시간은 너무나도 소중하고, 더 값지게 느껴진다.


나의 삶이 너의 시간으로 인해 빛이 나듯, 너의 삶도 우리의 시간으로 더 탄탄하게 다져지길, 오로지 그것만 바라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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