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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민 Jul 07. 2023

신은 나보다 더 큰 계획을 가지고 있다


 나는 내가 최선의 선택을 했다고 착각하기 일쑤였다.  뜻대로 되지 않으면 왜 안되냐고 우겨대는 것이다. 일도 사랑도 돈도 그러했다. 신은 때로 도저히 안 되겠다 싶을 땐 나를 들어다가 다른 곳에 놓아두기도 한다는데 그곳이 발리와 인도였다. 아무튼 인생에서 이러한 일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분야는 연애였다. 이 정도면 된 것 같은데, 분명 똑 부러지는 선택을 했는데라고 생각하는 순간마다 찾아온 이별이었다. 말도 안 되는 여러 가지 이유로 헤어짐을 받아들이며 자연스럽게 남자와의 사랑은 인생에서 보류라고 여겼다. 그러다 세 번을 나에게 물어온 남자가 있었다. 아무리 생각을 해보아도 도무지 그럴만한 연결고리가 크게 없었다. 그리고 나는 그와 결혼해서 아이를 낳아 키우고 있다.  이 남자에 대한 얘기는 꽤나 재밌으니 다음에 써봐야겠다.


 31살 1월 1일, 생애 처음으로 요가원을 운영하게 되었다. 백 평이 훌쩍 넘는 꽤 큰 사거리에 있는 요가원이었다. 이 요가원을 인수받기 전 강사로써 어느 정도의 커리어를 쌓았고 무엇보다 이제는 내 요가원을 해봐야겠다는 마음이 크게 올라올 정도로 자신감이 충만했었다. 요가원 인수를 제안받기 한 달 전 댄스학원에서 요가클래스 구인공고가 났다. 경력으로도 몸의 컨디션으로도 에너지 상태로도 분명 붙어야만 하는 곳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웬걸 연락이 오지 않았다. 물론 그전엔 수업 하나를 얻기 위해 이력서를 프린트하고 녹차티백을 일일이 붙여 모든 주민센터와 문화센터에 우편을 보내기도 할 정도로 간절하게 구직을 하기도 했고 팸플릿을 직접 찍어서 차에 꽂도 다닌 적이 있을 정도로 간절함을 넘어 절박한 시절을 지나왔다. 하지만 서른살땐 이미 나름의 갖춤을 했다고 생각했던 때였다. 당황스러웠다. 그리고 할 수 있는 모든 최선을 다했지만 안되는구나 생각하고 통장에 있는 500만 원으로 인도에 가야겠다 하고 알아보기 시작했다. 그러고 얼마 안 돼 요가원의 인수제안이 왔다. 아주 좋은 조건으로 말이다. 인력관리가 안 돼서 힘들어하던 기존의 원장님의 제안은 회원을 인계받고 운영만 하면 되는 조건이었다. 더욱이 내가 그동안 해왔고 가장 자신 있는 스타일로 풀어내면 돼서 인수인계를 위해 무언가를 더 해야 할 게 없었다. 물이 흐르듯 자연스럽게 나는 그 도시에서 꽤나 큰 요가원을 운영하게 되었다. 그런데 그 요가원의 위치가 일전에 면접을 보러 갔던 그 댄스학원에서 100미터도 떨어지지 않은 곳이었다. 하마터면 회원을 이탈시키기 위해 잠입한 걸로 오해를 받을 수 있는 상황이었던 것이다. 모든 일이 완료가 되고 나서야 ’아 그랬구나, 그때 내가 원하는 데로 되었으면 큰일 날뻔했구나 ‘ 싶은 일들이 인생에서 종종 일어났다.


 그러한 경험을 하면서 순리대로 일을 할 때 느껴지는 혼자만의 내적희열을 즐기게 되었다. 그리고 무언가를 함에 있어 계속해서 충돌과 어긋남이 생기면 극복의 문제인지 내 이기를 놓아야 할 것인지 고요히 조율한다. 그럴 때 묘한 기분이 든다.


 인생을 바꾼 요가를 만난 것도 그러했다. 계획대로라면 27살의 나는 커리어우먼이나 워킹맘이 되어있을 거라고 철석같이 믿었다. 인연은 뜻대로 되지 않았고 요가가 아니면 안 되는 상황에 놓였기에 온전히 몇 년간 요가에만 매진했다. 그리고 요가를 하면서 삶의 많은 부분이 달라지는 경험을 하기 시작했다. 물론 앞서 얘기한 규모가 큰 요가원을 다년간 운영하면서 고통에 담긴 시간도 많았지만 그로 인해 타파스의 과정을 지나온 것도 사실이다. 그리고 코로나로 또 한 번 뒤집힌 시간들을 겪었다. 부숴야 했다. 한 푼도 남지 않았다. 그리고 참 홀가분했다. 공간이 나에게 그랬다. ‘이제 당분간은 좀 쉬고 싶다’고. 그리고 그곳을 떠나 가장 나다운 요가원을 아주 작고 아름답고 만족스럽게 2년간 운영하고 나보다 잘할 수 있는 이에게 인계를 해주고 서울로 올라오게 되었다.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세상을 원망한 적이 있다. 아니 많았다. 이러고도 나를 안 도와주면 당신은 직무유기라며 온갖 때를 쓰며 엄포를 부리던 날들도 있었다. 그러나 신은 언제나 나보다 더 큰 계획을 가지고 있었고 내가 지쳐버렸을 때는 나를 꼭 안아 신의 땅에 놓아두었다.


혹시라도 나와 같은 이에게 도움이 될까 싶어서 글을 쓰고 있다. 어쩌면 철부지에 변덕쟁이에 일희일비하는 과거에 나에게 보내고 있는 메세지일수도 있겠다.



너는 잘 모르겠지만,
신은 너보다 더 큰 계획을 가지고 있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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