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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수민 Jul 08. 2023

우리는 행복해져도 됩니다

 한참 요가원을 운영하고 있던 때였다. 사회적으로도 인정받고 스스로도 꽤나 멋져 보이는 삶이었다. 그런데 어쩐지 맞지 않는 옷을 입은 기분이었다. 가족의 아픔은 애써 모른척한 체 가족이 모아준 에너지 위에서 고고한 척 살고 있는 것 같았다. 당시 아버지도 어머니도 여전히 조금은 고달픈 일상을 이어가고 있었지만 가족 중에 나만은 성공한 요가사업가로 비춰지고 있었다. 균형이 맞지 않았다.


 여전히 배움이 고파서 여러 곳에서 공부를 이어갔는데 그중에 한 곳은 배가 불룩하게 나온 남자원장님이 운영하는 곳이었다. CST(두개천골요법)와 연금술을 배우고 싶어 그곳에 찾아갔다. 매주 토요일 모여 앉아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 타로를 뽑는 일이었다. 희한하게 같은 카드를 연속으로 3번 뽑는 경우도 있었고 정확히 지금의 상황을 반사시켜 주는 카드들이었다. 그리고 그곳에서 침묵과 고요가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여러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기에 그곳 또한 다양한 소음들이 존재했지만 원장님 특유의 젠을 가득 뿜는 아우라가 참 재미있기도 하고 괜히 마음이 즐거워지기도 했다.


 그렇게 내적갈등 속에서 발을 구르며 우아한 척 동동 떠있던 날들 중 하루였다.


우리는 행복해져도 됩니다

 쿵하고 와닿았다. 나는 나에게 매우 인색했다. 다양한 테라피를 경험하면서 스스로를 소중히 여기는 훈련들로 보기에는 그럴듯해 보였으나 나는 알고 있었다. 스스로에게 끊임없이 일을 시켰고 쉼에 죄책감을 느꼈다. 아주 좋은 것을 나에게 주는 것에 대해 저항감을 가지고 있었다. 나에겐 분명 그러한 인자가 깊고 깊게 박혀있었다. 그리고 이것은 아마도 가족 혹은 더 윗대에서 전해진 카르마였던 것 같다. 그리고 그러한 인자를 알아차리고 해원하는 것이 나의 몫이었을 수도 있다. 그 인자는 원장님의 말에 뜨끔해했다.


 영혼이 듣는 얘기가 있다. 그때 나의 영혼이 쫑긋하고 그 이야기를 들었다. 그리고 노예근성의 인자도 함께 듣고는 뜨끔해했다. 그렇게 몇 번의 나쁜 인자들을 보내는 작업들을 했다. 결혼하고 배우자와 살고 보니 끝이 아니었다. 나도 몰랐던 나쁜 버릇이 끈질기게 나를 끌고 가려 하고 있었다.


  그렇게 나는 나에게 행복을 허락하자고 스스로에게 얘기했다. 참 많이 미안했다. 나에게. 월 1000만 원이 훌쩍 넘은 돈을 벌어대느라 힘겨운 왕관을 쓰고 찌그러져가는 나에게 미안했다. 그리고 그런 나를 받쳐주느라 야위어 가는 부모님께 죄송했다. 내가 무얼 하는 건가 싶었다. 행복해질 줄 알고 했던 선택들이 나를 짓누르고 있었다. 그리고 몇 년 후 요가원을 철거한 후 그 공간에서 느꼈던 후련함은 그러한 무게감들도 함께 비워낸데서 오는 것이리라 여겨진다.


 그때 그 얘기를 듣지 않았더라면 여전히 본질과는 점점 멀어지는 방향을 바로 잡지 못했으리라 생각한다.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고, 바로잡기로 한 순간부터 힘이 나기 시작했다. 그리고 선순환으로 돌아서자 내일이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영혼은 답을 알고 있다. 다만 영혼에게 재갈을 물리고 날개를 꺾는 에고 때문에 힘을 잃었을 뿐이다. 그렇지만 역시 살아있는 한 희망은 있다! 영혼은 아주 오랫동안 기다려온 생을 통해 분명히 해원하고자 하는 소명이 있다.  


  오늘은 엄마가 아기였던 나를 안고 거닐던 동네를 유모차를 끌고 산책한 첫날이다. 기념하고 싶었다.


사랑하는 엄마
우리는 행복해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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