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픈 몸, 사그라지는 마음

by 이수민

워커홀릭의 최후였을까.


첫아이의 예정일은 9월 24일.

요가원의 인수인계를 마친 건 7월 31일이었고, 새로 이사 갈 집의 가전과 가구가 들어올 날은 8월 25일, 하루 전날 병원 내진으로 아이 상태를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와 가방을 챙기던 중이었다.

어... 어어??

물이 흥건하게 새어 나오고 있었다. 아니 터져 나왔다. 의지로 멈출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아... 양수?


혼자 집에 있던 나는 산부인과에 전화했고, 병원에선 즉시 오라고 했다. 택시를 기다리기엔 시간이 촉박해 보였고 양수는 계속 흘렀다. 차 키를 잡고 직접 운전해 도착했다.


“아기가 나오고 있어요. 대학병원으로 가셔야 합니다.”

“네? 지금요?? 여기서 낳으면 안 돼요?”

“35주라 옮기셔야 해요”

그렇게 졸지에 응급차를 타고 대학병원으로 이송되었다. 서울에서 엄마, 형과 짜장면을 먹던 신랑은 한 젓가락도 못 뜨고 내려와야 했고 친정 부모님은 응급실로 퇴근하셔야 했다.


아무런 준비 없이 첫아이는 뚱한 얼굴로 세상에 나왔다. 다행히 1년 먼저 출산을 겪은 동생 아내 선주 덕분에 급히 아기용품을 주문해 수습할 수 있었다.


아이는 태어났고, 신혼집은 텅 비어 있었다. 나는 아기를 보고, 신랑은 혼자 청소와 가전 정리를 하다 허리를 다쳤다. 아이는 사경 치료를 받았고 우리 가족의 일정표는 병원으로 가득 찼다.


출산 후 42일째 되던 날, 우리는 대구에서 서울로 이사했다. 나는 아기와 친정엄마와 기차에 올랐고, 아빠는 차를 몰고, 짐은 이삿짐차로—작은 수송작전 같았다. 부모님은 새집까지 데려다주고 떠나셨고, 나는 씩씩한 척 손을 흔들었지만 마음은 우주에 홀로 떠 있는 듯했다.


새로운 집, 새로운 도시, 새로운 역할.

잘하고 싶었다. 집과 아이, 신랑을 돌보며 쉬지 않고 움직였다. “오랜 요가로 단련된 몸이니까 출산쯤이야 괜찮겠지” 하는 자만도 있었다. 하지만 회복되지 않은 노산의 몸은 육아, 이삿짐, 끊임없는 밥 짓기 속에서 서서히 무너져갔다.


언제부턴가 얼굴엔 늘 힘이 들어가 있었고, 신랑은 “화났어?”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 이사 후 석 달쯤, 허리통증으로 쪽잠조차 못 자는 지경이 되었다. 병원에 끌려가 MRI를 보는데 흘러내린 디스크가 화면 가득. 시술 동의서를 쓰지 않을 수 없었다.


몸은 망가지고 마음은 날이 섰다.

결혼 전의 감수성은 고위험 산후우울증으로 뒤바뀌었다. 한 번 떨어진 체력은 쉽게 돌아오지 않았다. 회복에 2년을 썼지만 지금도 출산 전의 70%쯤. 말 그대로 소 잃고 외양간을 고친 셈이다.


그래도 다행인 건 “둘째 낳고 몸조리 다시 한다”는 어른들 말—정말이었다. 차근히 복기하며 준비한 둘째 덕분에 마이너스였던 몸 상태가 겨우 제로로 돌아왔고 각고의 노력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렸다.


출산은 내게 몸·마음·정신의 소중함을 뼛속까지 알게 해 준 사건이었다. 떨어진 체력 앞에서 정신력만으로 버티겠다는 건 결국 자기 학대다.

부디, 모든 출산이 안녕하기를!



출산 전 체크리스트

• 수유의자 or 소파 (+ 발받침)

• 아기용품: 출산 6개월 전부터 준비, 3개월 전 세팅

• 가족들과 스케줄 & To-Do 공유 (역할 나누기 필수!)

•스마트워치: 애기가 잘랑말랑할때 전화오면 예민해지기 쉬워요, 문자나 카톡보려 휴대폰 챙기는 것도 일이에요

•산후영양제

•미니멀한 살림을 세팅해 놔야 체력을 아낄 수 있어요!


출산 시 tip

• 립밤 · 미스트 · 스카프(마스크) 챙기기: 기침하면 복부가 너무 아파요!)

• 텀블러 챙겨서 출산 후 산후조리기간까지 음양탕 마시기

• 젠링으로 혈자리 자주 풀기 : 부은 다리부종에도 좋아요

• 체력 아끼려면 말 많이 하지 않기


출산 후 tip

•출산 후 3개월은 관절이 헐겁고 이완된 시기!

무리하면 몸이 틀어질 수 있어요.

•내장기관이 자리 잡도록 휴식 · 따뜻함 · 바른 자세 · 숙면이 핵심.












금요일 연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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