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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Oct 01. 2023

글쓰기와 골프는 닮았습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93

1.

집에서 일일 칩거 선언하고 원고 3차 수정을 마쳤습니다. 원고 수정 50분, 10분 휴식

10분 휴식이 뻔하지요. 핸드폰 들여다보기. 계절이 계절인지라 핸드폰을 열면 가장 먼저 골프장 예약 사이트로 들어갑니다. 아이 케어와 학원 수업 시간이 급하게 변동되는 경우가 있어서, 필드 멤버가 없습니다. 내가 시간이 될 때 조인이 가능하면 갑니다. 골프장이 집과 가까이 있어서 간혹 예약하고 피치 못할 상황이 생기면 대타로도 갑니다.


오늘, 열심히 일한 자에게 행운이  걸까요? 귀한 티가 나왔습니다. 이럴 때는 주저함 망설임 없이 조인에 클릭합니다. 엉덩이로 일한 자 의자에서 일어서라. 익숙한 리듬이 귓가에 돌고 어깨춤이 저절로 허밍은 나도 모르게. 오후에 필드 나갈 생각 덕분에 원고 수정하는 것이 어느 때 보다도 즐겁습니다. 신나는 취미생활이 지루한 일을 즐겁게 변화시킵니다.


글쓰기와 골프는 여러모로 닮았습니다. 


2.

지속력, 끈기의 싸움입니다.


연습장 가서 혼자 맥없이 벽이나 허공을 향해 채를 휘두르는 것만으로는 실력향상에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연습장에 가면, 지난 필드에서 애먹인 클럽을 꺼냅니다. 오늘은 하나만 잡는다! 다짐하며 클럽 하나를 선택해 집중적으로 연습합니다.


같은 방향으로 같은 자세를 유지하고 거리에 맞는 클럽을 선택해서 연습하는데 하루아침에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어제와 오늘 볼이 다르고 오늘과 내일은 또 다릅니다. 연습을 실전처럼 반복해서 어제와 오늘 그리고 내일이 균일하도록 해야 합니다.


비가 와서, 날씨가 더워서, 어제 술을 먹어서, 급한 일이 생겨서. 오늘은 잘했네, 못했네. 변명과 핑계 댈 게 아닙니다. 그러면 결론은 하나, 꾸준히 연습해서 항상 균일하게 해야 합니다. 클럽마다 일정 거리를 내도록 힘이 아닌 클럽에 의지해야 합니다. 그러려면 몸에 밸 때까지 끝까지 연습해야 합니다. 샷이 아름다우려면 매번 일정한 거리와 방향을 유지해야 합니다. 프로선수도 연습벌레 아마추어도 현실적으로 항상 그럴 수는 없습니다. 다만 그 균일함을 최대한 유지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노력은 보통의 연습에 그 이상을 더할 때 그때부터가 노력이라고 합니다. 연습에 끝은 없습니다. 이 끝이 나지 않는 연습이라는 것이, 같은 자세 같은 거리 같은 힘이라 뻔해서 지루할 수 있습니다. 그 지루함을 버티고 계속하는 사람이 싱글을 칩니다.


3.

내 원고가 투고 전까지 초고에서 시작해서 전체적으로 10번 정도 퇴고 거쳤습니다. 이쯤 되면 내 원고는 페이지를 모를 뿐 대략 외울 정도에 이릅니다. 그리고 다시 출판사에서 인쇄 날을 잡을 때까지 서너 번 더 교정과 교열을 거치고 수정합니다.


글을 수정하고 일이 주가 지나 다시 수정하고 그렇게 하다 보면 일 년은 족히 걸립니다. 그 사이 글도 숙성한 것인지 점점 글맛에 깊이가 생깁니다. 책 하나를 쓰겠다고 매일 하나씩 초고를 쓰고 계획했던 원고 수가 완성되면 그때부터 주기적으로 수정합니다. 새로운 것이 아닌 알고 있는 것을 읽고 고쳐 쓰는 게 너무 뻔해서 참 지루할 때가 옵니다. 그러면 잠시 덮어두었다가 다시 펼칩니다.


글을 쓰다 보면 언제나 잘 써지지 않습니다. 오늘은 비가 와서 로맨스가 잘 써질 것 같지만, 막상 날씨가 흐리면 마음만 우울하고 센티해집니다. 그러다 보면 원고는 뒷전이고 딴생각을 합니다. 결국 노트북은 덮어둔 채 넷플릭스를 시청하거나 맛있는 것 먹으러 갑니다. 결국 책상에 앉아서 쓴 게 없습니다. 맨날 펜말 손에 쥐면 술술 잘 써지는 게 아닙니다. 마음을 가다듬어 쓰려고 노력해야 써집니다. 일단 써질 때까지 앉아있어야 합니다.



3.

프로는 힘을 뺍니다.


골프에서 이기려면 힘을 빼고 가볍게 툭 쳐야 합니다. 내 말이 아니고 임진한 프로가 하는 말이니 믿어도 됩니다. 힘이 들어가면 몸이 경직되어 채를 가볍게 끝까지 휘두를 수 없습니다. 그러면 당연히 원하는 방향과 거리를 내지 못합니다.


사실 나는 기술과 요령보다는 힘으로 골프 하는 사람입니다. 주기적으로 레슨을 받거나 오랜 구력을 지닌 것도 아닙니다. 그저 골프가 좋아서 필드가 좋아서 플레이합니다. 처음 골프를 시작할 때, 골프에 대한 기본과 기술과 요령 없이 있는 힘을 다해 내두르면 되는 줄로만 알았습니다. 그것이 몸에 배여 힘을 빼는 것이 기술과 요령을 익히는 것보다 더 어렵습니다.


그래서 내가 필드에 나갈 때 가장 주의하고 신경 쓰는 부분은 기량이 아닌 마음입니다. 힘이 들어가면 원하는 아크를 만들지 못하고 거리 내는 것에도 실패합니다. 유독 잘 치고 싶을 때 티박스에서 주문을 겁니다. "힘 빼고! 가볍게 툭!" 채는 가볍게 빨리 휘둘러집니다. 그러나 그런 날이 가뭄에 콩 나듯 어쩌다 한 번 올까 말까 합니다. 힘을 빼는 것, 이것이 나에게는 골프를 정복하는 것이며, 가장 많은 연습과 정신훈련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나는 가벼운 글쓰기를 원합니다. 글의 소재나 분위기 주제가 무엇이든, 무겁지 않고 힘이 빠진 쉽고 자연스럽게 읽히는 글을 쓰고 싶습니다. 누구든지 읽고 이해하고 공감하고 행할 수 있는 글말이지요. 그러려면 쓰고자 하는 글의 목표가 뚜렷해야 합니다. 글이 간결하고 필요 이상 꾸밈이 없어야 합니다. 멋진 말을 너무 남용해도 글이 버거워집니다.



4.

단순함, 장비는 간소할수록 좋습니다.

필드에 나가 골프를 칠 때 채를 많이 사용하지 않습니다. 드라이브, 우드, 7번, 샌드, 퍼터. 이 정도입니다. 내가 골프를 잘 쳐서 몇 개만으로 가능하다는 뜻은 결코 아닙니다. 나는 처음부터 클럽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태에서 골프를 시작했습니다. 연습장에 놓인 것을 얻어 썼는데, 연습장에 비치된 클럽만으로 연습했습니다. 그래서 가장 기본 중에 기본 드라이브, 우드, 아이언, 퍼터만 연습하다 보니 평상시 플레이를 할 때도 그 이상 벗어나질 못합니다. 거리에 맞는 클럽을 사용하라고 조언하지만 이상하게 잘 안 들어집니다. 사실 요 부분은 내가 단순함 간소함을 즐기는 이유이지 골프를 잘 치려면 클럽 사용은 변화가 필요하긴 합니다.


글을 쓸 때 내 테이블에는 아무것도 놓지 않습니다. 노트북과 핸드폰 아니면 A4와 연필만 있으면 됩니다. 당장 필요한 물건 외에 눈에 들어오는 것이 있으면 그곳에 한 눈을 팔고 에너지가 분산됩니다. 내가 짧은 시간에 일을 빨리 끝내는 데는 필요한 물건 외에는 두지 않는 것도 한 하는 것 같습니다. 물론 성향에 따라서 관련 서적과 자료, 필기도구와 먹을 것을 늘어놓는 사람이 있습니다. 각자의 취향이니 뭐라 말할 필요는 없습니다. 


골프를 즐기듯 글쓰기도 즐기겠습니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을 계속 즐기려면 계속 연습하고 몸에 익숙해질 때까지 연습해야 합니다. 연습만이 살길이라고, 연습을 실전처럼. 오늘도 오잘공을 기대하며 가볍게 툭! 치겠습니다. 오늘도 쉽게 읽힐 글을 위하여 쉽고 명료하게 슥슥! 쓰겠습니다.



*** 알고 씁니다

퇴고: 교정, 교열, 윤문 작업을 모두 일컫는 말로, 글을 다듬고 고치는(수정하는) 글쓰기의 마무리 단계이다.

교정, 교열: 오자, 탈자, 띄어쓰기 같은 맞춤법과 비문 등에 대한 수정 작업을 말한다. 

윤문: 구두를 윤이 나도록 닦는 것처럼, 문장을 자연스럽게 가다듬어 글의 가독성과 전달력을 높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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