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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Sep 14. 2023

내려놓아야 할 때입니다

쓰는 자의 일상 076

1.

삶은 여행이고, 삶은 음식이며, 삶은 수행입니다. 각자 자신의 처지에서 삶을 모든 것에 비유합니다. 글을 쓰는 지금 내 처지에서 말하면, 삶은 글과 맞닿아 있습니다.          

 

글을 쓰고 수정하면서 가장 어려운 것은 내가 토해낸 글을 줄이고 지우는 것입니다. 이것도 좋고 저것도 좋아 버릴 것이 없고 나쁠 게 없어 보입니다. 이때야말로 많은 것을 버리고 내려놓아야 할 때입니다.



2.

모든 것에는 내려놓기를 할 줄 알아야 합니다. 준다고 다 받아 행복할 일은 아닙니다. 내 것 이 되지 않았다고 원망하고 슬퍼할 일도 아닙니다. 내 것으로 받아들이는 데는 한계가 있고 그 한계를 넘어서면 과함으로 인해 부담과 거북함이 동반됩니다. 과하게 가졌기 때문에 잃어버릴 것을 염려하고 빼앗길 것을 걱정합니다. 적당히 채움으로 만족할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려면 내가 정확히 원하는 것, 살아야 하는 이유, 삶에 의미를 알아야 합니다.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필요치 않은 것과 과하게 지니고 있던 것을 내려놓아야 합니다. 움켜쥔 주먹에서 손가락을 하나씩 펴고 이완시킵니다. 손에 쥔 힘을 풀었을 뿐인데 내 마음까지 평화가 찾아온 듯합니다.     


아, 말은 이렇게 해놓고 정작 나는 움켜쥔 손에서 힘을 빼지 못하고 식은땀을 흘립니다. 내려놓는 것은 머릿속에서 이루어진 순간인데, 몸이 따라 주지 않습니다. 쌓아 올리는 것보다 내려놓는 것, 부수는 것이 더 조심스럽고 어렵습니다. 다시 심호흡하고 다짐합니다. 내려놓기도 연습이 필요합니다.    


      

3.

그동안 책을 쓰네! 아이를 돌보네! 워킹맘이네! 뭐 하네! 바쁘기만 했습니다. 지금도 나는 바쁩니다. 바쁜 나를 바라보는 사람은 숨이 막혔을 것 같습니다. 안절부절못하고 허둥지둥 움직이는 나를 보며 멈추어주고 싶었을 겁니다. 일단 밥이나 먹고! 앉았다가 가자! 나를 보면 하는 소리가 이렇습니다. 바쁘게만 사는 게 훈장으로 여기면 이리 뛰고 저리 뛰었던가 봅니다.    

 

오늘 하루 스스로 휴식을 선언합니다. 잠시 쉬어가겠습니다. 정신적 목표와 물리적 계획 아래서 하루를 열심히 여유 있게 살길 바라며 일과 휴식을 잘 챙기겠습니다.     


글쓰기는 템포를 가지고 장난을 치는 것이라 말합니다. 마치 작곡하듯이. 물이 흐르는, 삶이 지나가는, 그곳에는 강약 완급 호불호가 있기 마련입니다. 그것을 잘 조절하고 조화롭게 만드는 것이 좋은 삶이고 좋은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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