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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Sep 28. 2023

내 책을 서점에서 만나는 기적을 만났습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90


1.

"

꼭꼭 숨어라 머리카락 보일라! 

앗! 찾았다~ 

엄마!

오래 기다렸지?

보고 싶었어!

"


2023년 4월 27일. 드디어 내 손가락 아파 지은 책 엄마책 속엣말 ‘눈물나는 날에는, 엄마’가 다연 출판에서 탄생했습니다. 인터넷 서점과 전국 오프라인 서점에서. 내 책을 서점에서 만나는 이 기적 같은 일이 기적적으로 일어난 것입니다.


현장에서 느끼는 아우라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나는 내 첫 책을 지인이 사진과 함께 보낸 문자를 통해 알았습니다. 집에 오는 길에 서점에 들렀습니다. 내 책이 누인 가판대 앞에서 납골당 고인을 뵙듯 두 손 모아 공손하게 서있을 뿐이었습니다. 첫 책을 만난 곳에서 인증 샷을 찍어두었어야 했는데 처음 겪는 일이라, 낯설고 어색해서 그냥 돌아온 것이 지금 생각하면 두고두고 후회되는 일입니다. 다시 서점에 가면 '이것이 내가 쓴 내 책이다!' 자랑스럽게 인증 샷 찍어야지 다짐했습니다. 하지만 서점에 가면 볼 일만 보고 나올 뿐 내 책을 찾는 일도 사진을 찍는 일도 없었습니다.



2.

광활한 우주에서 광석을 찾는 우주비행사의 마음은 어땠을까, 상상이 갑니다. 서울 시내 거대 책방에서 한낱 내 책 한 권을 찾는 건 사막에서 바늘 찾기라 생각했는데, 서점 한가운데 판매대에 떡 하니 누워있는 책을 보니 얼떨떨하다, 말고 딱히 생각나는 단어도 표현할 감정도 없었습니다.


아... 엄마 찾아 십 년, 다시 십 년. 그렇게 꿈속에서나마 찾아 헤매던 엄마. 그리고 먼발치에서 흘깃거리다 꿈에서 깨어보면 눈가에 눈물 맺히던 나날들. 이번에는 어디 가지 않고, 꼭꼭 숨어 지내지 않고, 나보고 찾아오라고 그렇게 내 앞에 나타난 엄마. 바로 찾았습니다. 오래도록 보았습니다. 집에 돌아와 눈물인지 콧물인지 모를 이 뜨뜻 미지근한 액체가 입가로 스며들었습니다. 단지 짠지 모를 이것이 엄마 고향 부산 바닷물이려니 하고 닦지 않아주지 않았습니다. 흐르게 두었습니다.



3.

제 머리 못 깎는다고 내가 딱 그런 사람입니다. 남의 일에는 감 나라 대추 나라 훈수도 잘 두고 입바른 소리도 잘합니다. 그런데 막상 내 일에는 영 재주가 없습니다. 그래도 급하면 우물 판다고 내 책 홍보를 좀 해야 할 것 같습니다. 혼자서 이런저런 수식어를 붙이며 혼자 이렇게 사부작 홍보를 합니다. 


"

한번 인연도 다 인연이라는 다연출판에서 엄마와 딸의 투박하지만 찐한 이야기, 눈물나는 날에는엄마

눈이 부신 날에 애틋함으로 눈물 한 방울 머금어도 좋겠습니다

쓰는 동안 당신을 생각했어 엄마

"


4.

누가 작가 사인을 해달라면 이렇게 쓰겠습니다.


"

나는 엄마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그 추억이 나에게는 살아갈 힘이 되었습니다.

친애하는 당신, 

당신은 오늘 안녕한가요?

"


5.

누가 내 책에 대한 질문을 하며 이렇게 대답하겠습니다.


질문 1.  누가 읽었으면 좋겠나요? 예상 독자는 누구인가요?

전 국민요. 

 엄마는 언제나 어디서나 어떤 식으로든 내 편이죠. 나에게 없어서는 안 될 존재입니다. 내 책은 엄마와의 추억이 전체 내용을 채웁니다. 그러나 각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엄마는 읽는 독자마다 엄마라는 공감대와 바라보는 시선이 다를 거라 생각합니다. 엄마를 잃은 사람은 엄마를 그리워하고 추억할 겁니다. 아이를 키우는 엄마는 양육자로서 어떻게 자식을 키울 것인지 고민할 부분이 있을 겁니다. 백 개의 원고 중에서 아버지에 대한 이야기가 딱 두 번 나옵니다. 현재를 살아가는 아버지 어깨는 여전히 무겁고 외롭죠. 아버지들이 읽으면 임팩트가 있을 듯합니다. 우리가 인생을 어떻게 살 것인지에 대해서도 언급된 부분이 있습니다. 

전 국민, 모두가 “눈물나는 날에는 엄마” 제 책을 읽었으면 좋겠습니다.


질문 2. 책을 내면서 신경 쓰인 부분이나 걱정했던 것은 없나요?

책을 낸다고 했을 때 여동생이 물었습니다. “그렇게 할 말이 많아? 난 추억이 많지 않은데.” 동생의 반응에 너무 미안했고 책을 내지 말아야 하는지도 고민했습니다. 엄마는 딸처럼 친구처럼 또 엄마처럼 나를 대했고 의지했습니다. 힘들 땐 의지하는 엄마가 귀찮고 버겁고 밀어내고 싶었습니다. 하지만 돌아보니 그 시간이 나에게 그리움이고 추억이 되어 지금은 그 시간이 내가 살아가는 힘이 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생은 그런 추억이 없다니 제가 얼마나 미안할 수밖에요. 책을 읽고 상대적인 박탈감을 느낄지도 모를 일에 걱정이 앞섭니다. 동생은 지금 당장 먹고살기 바빠서 그럴 수도 있고, 정말 나보다 추억이 적을 수도 있습니다. 각자 상황에 따라 느끼는 바가 다르니까요. 어떤 식으로든지 동생에게 상처가 되지 않기를 바라고, 추억을 찾았으면 좋겠다고 했습니다. 동생은 또 쿨해서 오케이 합니다. 남은 나의 미안함은 살면서 갚아야겠습니다.


질문 3. 책을 내고 달라진 점이 있나요?

책이 나왔으니 책과 함께 시간을 보내려고 합니다. 매주 수요일은 북살롱, 북브런치를 내세워 사람과 책을 만나는 시간으로 만들고 있습니다. 삼삼오오 집으로 초대한 지인과 음식과 차를 나누어 먹고 책 이야기를 합니다. 처음에는 모리와 함께 한 화요일, 이어령의 마지막 수업처럼 현자의 시간을 가지려 했습니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음을 첫날 알았습니다. 모두들 하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듣고 싶은 이야기가 많습니다. 살롱은 제가 좋아해서 붙인 이름인데 그곳에서 브런치를 합니다. 엄마로 책이 출발했지만 삶 인생 부모 자녀 철학을 이야기하고 싶는 겁니다. 그리고 저는 한 가지만 물음으로 마지막 인사를 대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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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엄마는 안녕한가요? 

당신의 오늘은 안녕한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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