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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Sep 29. 2023

예쁘게 보면 다 예쁩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91


1.

"

예쁘게 보려면 코 푸는 것도 예쁘다

마누라가 예쁘면 처갓집 말뚝 보고도 절한다

"


옛날에 너무 아름다운 사람 보면 이슬만 먹고 사냐며 우스갯소리를 하던 적이 있었지요. 그럴 리가요. 이슬만 먹고사는 사람은 세상에 없습니다. 아니까 그런 농담을 던지며 웃었던 거겠지요.


예쁜 사람은 코도 예쁘게만 푸는 걸까요? 누가 풀어도 더러운 코를 어찌 이쁘다고 할까요? 마누라가 이쁜 것은 이쁜 것이고, 장인집 말뚝이 예쁠리는 없지요. 술에 취해 긴가민가 했거나 장인어른께 잘 보이려고 일부러 그랬다면 모를까 말뚝에 절하는 것은 진짜 오버입니다.



2.

나는 예쁘지 않아서 그런지 그런 농담은 들은 적이 없습니다. 하지만 미운 놈이 미운 짓 한다는 말은 내가 겪어봐서 압니다. 미운 놈이 미운짓만 골라서 하는 것이 아닙니다. 미운 놈은 무엇을 해도 미운 겁니다. 미운 사람을 밉게 보겠다고 마음먹으면 뭘 해고 예뻐 보일 수가 없습니다. 사람 마음이 그렇습니다. 행동하는 사람의 문제가 아니고, 그 사람을 바라보는 이의 마음이 문제인 겁니다.


나는 분명 똑같은 행동을 하고 같은 말을 내뱉습니다. 그런 나를 보고 누군가는 이러니 내가 안 이뻐하겠어? 어쩜 너는 예쁜 짓만 골라서 하니? 소리를 합니다. 그런데 다른 누군가는 별로야! 한다는 게 고작! 혀를 찹니다. 왜 저러니? 하는 소리만 안 들어도 다행입니다. 내가 둘이 아니고 상반된 행동을 한 것이 아닐 텐데 반응이 이렇게 다릅니다.


저 사람은 왜 나를 밉게 볼까? 내가 어디가 그렇게 못마땅할까? 미움받고 싶지 않은 마음에 잘 보이려고 노력하고 애를 씁니다. 그러나 미운 사람은 무엇을 해도 미운가 봅니다. 내가 잘 보이려고, 잘해보려고 애쓰는 모습도 별 수 없습니다. 


나를 미워하는 사람, 밉게 보는 사람에게 노력하지 않습니다. 잘 지내보려고 애쓰지 않아도 됩니다. 세상에 좋은 사람도 많은데 나 싫다는 사람까지 신경 쓰고 사는 것은 피곤합니다. 나 좋은 사람 찾아서 나 좋은 점 보여주는 게 낫습니다. 기분 좋게 사는 겁니다. 제가 겪어보니 그렇습니다.  



5.

나는 미사여구나 정서적 감각을 입힌 문학적 글을 쓰는 사람은 아닙니다. 단어 사용이나 표현이 단도직입적입니다. 그러나 읽는 사람은 먹먹하다, 감성적이다, 고도 말합니다. 인사치레인가 고개를 갸웃거리기도 합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내 글을 읽는 사람의 마음이 나를 연민으로 봐주고 책을 읽었기 때문에 내 글이 먹먹하다 했는지 모릅니다. 세계명작동화를 같이 읽으며 주고받던 기억으로 책을 읽어 준 이가 내 책을 읽으며 그때의 나를 떠올렸기에 내 글이 감성적이다 했는지 모릅니다. 


사람도 글도 대하는 마음은 같습니다. 예쁘게 보려고 마음먹으면 한 없이 예쁘고 사랑스럽습니다. 그러나 미운 마음이 들면 뭐 하나 예쁠 수가 없습니다. 예뻐서 예쁘다고 말하는 것은 당연합니다. 예쁘게 보려니 예쁘다면 그렇게 보는 사람이 더 예쁜 겁니다. 나는 이제부터 예쁘게 보고 사랑하겠습니다. 내가 본 당신은 오늘도 참 예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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