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때 텔레비전에서 이티 (E.T)라는 드라마가 가장 인기 있었습니다. 이 드라마 주인공인 이티 캐릭터 운동화는 갈색 코르덴이 발등을 덮었고, 발 앞부분에는 하얀색 타이어 고무를 덧대었습니다. 운동화 끈이 묶이는 자리에는 끈 대신 밴드가 짱짱하게 박음질 되어있었습니다.
나는 ‘또 이상한 거 사 왔어’, ‘안 신어’ 투덜대며 새 운동화를 엄마 쪽으로 밀어냈습니다. 엄마는 새 운동화를 반강제로 신기고는 만족해하며 비밀을 말하듯 나직이 속삭였습니다.
“이거 미국에서 온 거야. 나이키보다 더 좋은 거야.”
다음 날, 엄마 강요에 못 이겨 어쩔 수 없이 새 운동화를 신고 학교에 갔습니다. 친구들은 디자인이 예쁘다고, 특히 인기 드라마 주인공 이티가 그려진 운동화를 신은 나를 부러워했습니다. 이후로 운동화 밴드가 늘어나 헐렁해질 때까지 그 이티 운동화만 신고 다녔습니다.
❝오드리는 지병으로 힘든 와중에도 아프리카, 남미, 베트남 등지의 굶주린 아이들을 위한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20세기를 불꽃처럼 살아간 박애주의자, 가난한 아이들의 천사였던 오드리는 럭셔리 브랜드의 신발 대신 하얀 스니커즈를 즐겨 신었다. 그 하얀 스니커즈에 그녀의 가치관이 투영된 것은 아닐까.❞ (124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