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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Oct 05. 2023

가르친다는 것, 글을 쓴다는 것, 연민을 느낍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97

1.

가르친다는 것, 배운다는 것. 배움은 가르침을 전제로 하지 않지만 가르침은 배움을 전제로 합니다. 배움과 가르침, 무엇이 좋으냐? 무엇이 더 가치 있냐? 물으면 묻는 다 좋고 다 가치 있는 것입니다. 가르치고 배우는 것은 동전의 양면처럼 반대에 있으면서 뫼비우스 띠처럼 분리되지 않고 연결되어 있습니다.         

  

2.

배운가는 것은 무엇일까요?

어른들 말씀이 배울 때가 좋았다 합니다. 먹여주고 재워주고 돈도 주고. 그냥 학교 가서 공부만 하면 되니까 얼마나 좋으냐, 하는 의미입니다. 어찌 보면 수업시간에 선생님 말씀 듣고 숙제하고 복습하고 시험 보면 됩니다. 과정보다는 결과에 따라 행복은 성적순이 될 수도 있습니다. 각 분야별 난이도 때문에 배움에 대한 호불호는 극명할 것입니다. 어쨌든 배울 때가 좋았다 싶습니다.      


배우는 것이 가르치는 것보다 편합니다. 물론 소극적인 배움일 때를 말합니다. 적극적으로 배운다면, 프로처럼 익힌다면, 전문가가 되려 한다면 배움의 단계는 만만치가 않습니다. 배움을 바라보는 입장에서 단순한 취미로 만족한다면, 소극적인 배움의 단계로 단순하게 즐기려는 자세만 있으면 됩니다. 


프로 전문가 베테랑 마스터다운 배움이란 학습입니다. 배우는 과정에서 깨닫고 실천하는 익힘이 있어야 합니다. 스승이나 코치로부터 배운 것(學)을 내 것으로 만들 때까지 연습하여 익히는 것(習). 그래서 이를 실천하고 활용하는 것 까지가 배우는 것입니다. 말 그대로 학습學習은 배우고 연습하여 내 것으로 익혀 실천하는 것입니다. 이것이 진짜 배움입니다. 배움의 마지막 단계는 가르침이 될 것입니다. 그래서 안다는 것은, 배운 것을 내 언어로 상대에게 표현하여 의미를 전달할 수 있는 것! 까지라 했습니다. 그러니 배우는 것이 그리 녹녹한 것도 아닙니다.     

      

3.

그러면 가르친다는 것은 어떨까요? 

배우는 것에 더해진 것이 가르치는 것 아닌가요? 일단 남을 가르치려면 알아야 합니다. 위에서 언급한 학습이 완료되어야 합니다. 여기에 내가 가진 지식을 나의 언어로 바꾸어 상대의 수준과 처지에 맞게 적합한 비유와 설명을 해야 합니다. 제아무리 많은 지식을 가지고 있어도 받아들이는 사람이 못 알아듣겠다면 아무 소용없는  가르침입니다.      


요즘은 이것으로 끝나지 않습니다. 일타강사를 생각해 보면, 가르침에는 웃음이 더해져야 합니다. 강사는 학생을 웃겨야 합니다. 같은 학력과 배경을 가졌다면 언변술이 뛰어나야 합니다. 외모지상주의니 말만 뻔지르르하니 하는 말은 단점이 아닌 장점이 되는 시대입니다.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웃기는 게 특기인 시대에서 이런 것은 가장 훌륭한 장치이며 수단입니다. 그러고 보면 가르치는 것이 배우는 것보다 조금 더 어렵고 수준 높다고 하겠습니다.        

  

4.

가르치는 일, 이것이 직업이라면 어떨까요?      

나는 학원에서 학생을 가르칩니다. 유익한 것을 배워서 남을 가르칩니다. 가르치는 일이 즐거운데 더 좋은 것은 대가를 받는다는 것, 돈을 번다! 는 사실입니다. 이러니 나는 가르치는 일, 이 직업이 그저 배우는 것보다 더 훌륭하고 위대한지는 모르겠지만 좋은 것은 사실입니다. 

    

가르치는 일을 직업으로 가진 사람은 배우는 이에게 감사해야 합니다. 노인이 아이에게 베울 것이 있다 하였습니다.  나는 학생들을 가르치지만 그만큼 그들로부터 배웁니다. 내 지식을 남에게 주면 고갈될 것 같지만 내 지식은 한 번 가르칠 때마다 겹겹이 쌓이고 단단해집니다. 그러니 나는 학생들에게 감사해야 하는 것이 당연합니다. 학생들에게 지식만 가르치지 않습니다. 지식만 가르친다면 인강을 듣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학원은 지식을 가르침과 동시에 지혜를 가르쳐야 합니다.           


5.

여기서부터 가르치는 것이 어렵습니다. 내면에서 도덕적인 잣대로만 바라보면, 상담에서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없다고 상담이론에 나옵니다. 절대 공감합니다. 학생을 대할 때 “너는 공부를 못하는구나. 공부를 못하는 것은 네가 게으르고 성실하지 못해서야.” 단정 지어 말합니다. “이제부터 내가 가르쳐주면 너는 잘 될 거야.” 단언하며 마치 모든 것이 해결될 듯 신의 경지를 다루는 듯합니다. 선생님의 기준으로 판단하고 단정 지어 마치 구원이라도 해주는 위치에 있는 것처럼 말이지요.      


절대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공부가 싫었을 텐데, 공부하는 것이 어려웠을 텐데. 오죽했으면 학원을 돌고 돌아 나에게까지 왔을까’ 먼저 연민을 가져야 합니다. 상대의 소리를 들어주고 마음을 헤아려 주고, 그런 다음에 가르쳐도 늦지 않습니다. 그래야 배우려고 합니다.


마음을 헤아려주고 공감해 주길 바랍니다. 잘못을 강제로 인정하고 반성하도록 하는 일 없길 바랍니다. 스스로 깨닫기를 기다려 주길 바랍니다. 조금 돌아가더라도 조금 기다려 주기 바랍니다. 이 세상에는 눈에 보이는 것이 존재합니다. 그러나 보이지 않는 것이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6.

세상 모든 선생님 수고가 많으십니다. 감사합니다. 오늘 그렇지 않은 선생님을 만나 마음이 많이 불편했습니다. 그리고 나는 어떤 선생님인가 돌아보았습니다. 가르치는 사람으로서 배우는 사람에게 진심으로 대하고 가르치자고 다짐하지만 나도 사람인지라 다짐만큼 실천하지 못하는 순간을 기억해 냅니다. 그리고 또 같은 다짐을 합니다.           


가르친다는 것, 나는 학생에게 지식과 지혜를 가르칩니다. 그리고 나에게 배운 학생이 자기 것으로 체화해서 잘 쓰기를 바랍니다. 글을 쓴다는 것. 나는 독자에게 나를 보여줍니다. 그리고 내 글을 읽는 독자가 공감해서 위로와 격려를 받아 힘을 내기 바랍니다.     


오늘도 나는 진심을 다해 가르치고 쓰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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