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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Oct 06. 2023

초고 399페이지, 투고 전 리마인드 합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98

1.

역사가 있기 전, 인간 세상이 시작되기 전, 정글에는 생물체가 살고 있었습니다. 생물체란 생명을 유지하기 위해 몸부림치며 나날을 이어가는 그것입니다. 그들은 일 년을 하루 같이 물고 뜯고 먹고 먹히며 천국과 지옥이라는 시공간에 머물렀습니다. 하루가 다르게 변화하는 정글에서 범이와 웅이는 점점 정글 생활에 권태를 느꼈습니다. 그들은 항상 지금과는 다른 모습, 새로운 존재로 살고 싶었습니다.      


빛을 보지 않고 쑥과 마늘만 먹고 백일을 버티면 새로운 존재가 될 수 있다는 말을 믿고 그들은 동굴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그렇게 백일을 버티고 웅이는 동굴 밖으로 나왔습니다. 동굴에서는 보이지 않던 찬란한 빛이 웅이를 비추었습니다. 그 강렬한 빛에 눈이 부셔 고개를 아래로 내린 웅이는 물가에 비친 자신의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물속에 비친 것은 예전 웅이가 아니었습니다. 그렇게 웅이는 웅녀가 되어 단군을 낳습니다.     

단군은 인간 세상에 내려와 홍익인간 이념에 따라 인간이 사는 세상을 널리 이롭게 다스렸습니다. 단군의 이념이 세상 곳곳을 비추었지만 모두에게 이롭지는 못했습니다. 세상에는 너무 많은 다양한 사람들이 생물체가 되어 먹고살기 위해 고군분투를 하며 힘겹게 살고 있습니다.     


2.

그중 인간 하나가 세상 두려움 없이 살다가 설움과 외로움에 갇혀 자발적인 은둔자가 됩니다. 동굴에서 나오지 못하고 빛은 없을 거라 낙심하던 인간은 이 상태로 죽고 싶지 않았습니다. 살아야겠다 싶어서 글을 쓰고 지난 시간을 토해내며 버티는가 싶더니, 그가 토해낸 글이 책이 되어 세상에 나왔습니다. 책과 함께 나온 인간은 사람을 만나고, 그렇게 만나 웃고 울면서 서로를 다독이고 사람답게 사는 법을 배웠습니다. 이제는 끝나지 않을 지옥에서 벗어나 버티지 않고 살아가는 중입니다.   


들뜬 마음을 가라앉히려 동안거 하안거 백일 사투 끝에 초고 국판형 399페이지를 만들었습니다. 출간기획 1그램 종이 한 장에 이야기를 대신합니다. 인간은 그렇게 두 번째 책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3.

이 책은 글 쓰는 기술에 관한 이야기가 아닙니다. 글 쓰는 자의 태도에 관한 책입니다. 글 쓰는 자가 일상으로부터 기웃거린 보고 느끼는 삶의 철학을 적었습니다. 밥을 짓고 글을 짓는 인간은 이제, 투고를 앞두고 지난 백일을 리마인드 합니다.     


#쓰기의기술이아닙니다

#쓰기의태도를말합니다

#생각을읽고씁니다

#눈물나는날에는엄마 를 쓴 작가

#두번째초고

#밥을짓고글을짓는

#쓰는자의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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