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련된 글을 쓰고 싶습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05

by 김선하

1.

글을 쓰고 다듬고 매일 하는 반복된 일상이지만 그날그날 기분에 따라 열심히 혹은 대충. 될대로 되라지 식으로 글을 쓴 날은 누가 읽지 않는데도 부끄럽고 긴장되고 망설여집니다.


그러다가 적절한 타이밍에 깨닫고는 늦었지만 그래도 다시 고쳐 써야 한다며 다시 노트북을 펼칩니다. 쓰는 자에게 용기를 주는, 가슴에 와닿는 문장 하나를 발견하고는 그 순간에 힘을 얻은 겁니다. 그 문장을 포스트잇에 정성스럽게 써서는 노트북에 붙여둡니다. 다이어리 첫 장에도 자기계발 확언 문구처럼 써서는 칼라링도 해둡니다. 나는 그 두어줄 되는 문장을 일 년 가까이 부적처럼 지니고 다녔습니다.


2.

얼마 전 지난 다이어리를 들추다가 그때 써두었던 그 문장을 발견했습니다. 언젠가 나에게 힘이 되었을 그 문장이 어느 날엔가 잊혔습니다. 그러다가 의도치 않게 내 눈에 다시 들어온 것입니다. 그러나 참 이상하지요. 이제 그 문장이 더는 내 가슴에 박히지 않습니다. 어디가 좋았지? 왜 이 문장이었지? 오히려 의구심만 더합니다. 그때는 맞고, 지금은 틀리다, 뭐 그런 것 같은데 그러다가 생각했습니다. 이 문장의 유효기간은 딱 일 년이었군.


3.

그리고 30년 이상 내 마음을 단단히 매어 두고 있는 문장을 읊조립니다. 누군가 옷깃만 스쳐도 아! 소리와 함께 새어 나올, 돌부리에 넘어져 일어날 수 없어 눈물을 글썽이다가 하늘을 보니 구름 끝에 새겨질, 삶의 무게가 버거워 허우적거리다가도 정신 번쩍 나게 하는 그 문장. 법정 스님이 나에게 남긴, 내가 가져다 쓴 법정스님의 두 문장.


무소유- 무소유란 하나도 갖지 않는 것이 아니라, 불필요한 것을 갖지 않는 것이다. 하나를 가진 가치와 감사가 둘을 가짐으로써 그 마음이 얕고 혼탁해진다. <무소유> 중에서


사람인연을 함부로 만들지 마라. 그러려면 차라리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 <숫타니파타> 중에서


4.

나는 해마다 법정스님이 펴낸 같은 책을 반복해서 읽습니다. 그리고 내가 아직 읽지 못한 법정스님의 책을 찾아서 읽습니다. 그런데 읽을 때마다 감동과 찬사가 내 입에서 마음에서 우러나옵니다.


"어떻게 이런 표현을 쓸 수 있지? 이처럼 세련될 수가 있을까?"


스님의 발자취를 따라가 보면 스님의 언행은 흑백사진에서처럼 고집스럽고 단호하고 조금은 무섭기도 합니다. 살갗이 건조하고 마른 스님의 무표정한 얼굴에 단단한 이목구비가 다소 큰바위 얼굴, 성인의 미소, 꼰대 선생님의 지시봉이 혼재합니다.


스님의 글은 언제나 당당함이 엿보입니다. 맑고 향기롭기 그지없습니다. 세상 돌아가는 불합리 앞에서는 누구의 눈치도 보지 않고 차갑게 비판하지만, 자연과 우주에 따스하게 경탄합니다. 사람의 잘못을 강하게 경계하지만, 나약하고 의지할 곳 없는 불쌍한 이들에게는 따스한 손길과 말을 전합니다.


5.

결국, 사람 살리고 사람 위하는 책 한 권이 내 인생 철학자가 되고 스님의 말은 내 삶의 지표가 됩니다. 그래서 허투루 살았던 나를 바르게 세우고 나아가게 합니다. 나에게 스님의 글, 스님의 유작은 삶의 지표이고 철학이며 따스한 오후 햇살입니다. 스님 글을 읽고 있으면 내 안은 평화이고 치유이며 채찍입니다. 글이라는 것이 그렇습니다.


글에도 유행을 탑니다. 글의 소재, 이야기, 장르, 구성 등이 랜선 집들이, 먹방, 다이어트 인증 프로그램 위주로 안방에 자리했습니다. 책에게 성공이란 단어를 운운하기는 좀 뭣합니다. 하지만 출간된 책의 성공과 실패가 있다면 성공한 책은 기획 - 소재 - 구성 - 내용 - 사후 활동이 잘 연결된 경우일 것입니다. 그러나 작가가 표현한 글의 문체, 철학적 사고는 시대 흐름에 편입하지 않습니다.


너는 너대로 나는 나대로 흐르듯, 글솜씨는 시대와 환경과 처지를 막론하고 변치 않습니다. 그래서 고전 문학이나 스테디셀러들은 옛날이나 지금이나 글의 멋스러움, 세련됨에서 밀리지 않습니다.


6.

나는 그런 글을 쓰고 싶습니다. 어떻게 하는 걸까요? 글도 타고나야 하는 걸까요? 매일 연습하고 다듬다 보면 누구나 읽고 싶고, 책장에 소장하고 싶고, 해가 지날수록 두고두고 마음에 새기고 싶은, 글이 될까요? 책이 될수 있을까요?


오늘도 나는 세련된 글을 쓰기 위해 읽고 쓰고 고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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