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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Apr 14. 2024

해방의봄

혼독함공


읽은책 / 해방의 / 은유/ 창비/ 360쪽
한줄평&질문 / 마음과 정신을 바르게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 지금 당신이 나에게 하고 싶은 한 줄은?

<해방의 밤> 책방에서 책값을 내고 바로 난간에 앉아 읽어내려갔습니다. 나와 작가는 나이도 환경도 비슷하다는 동질감에 동지의 글을 함께 호흡하듯 두어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오늘 독서일지를 쓰며 뭐였더라? 해방의 봄? 해방의 밤? 잠시 머뭇거렸습니다. 지금은 누가 뭐래도 겨울로부터 해방된 봄이고, 나는 아이들이 떠난 집에서 잠시 나와있는 중입니다. "엄마는 남겨진 존재가 되지않기 위해서"


그러니 나의 해방은 따스한 봄처럼 다가 온 겁니다. 결코 어두운 고독의 밤은 아니었지요. 그래서 좀 헷갈렸나 봅니다. 비가 와도 추워도 봄은 봄이듯, 어두워도 고독해도 밤은 밤입니다. 봄에도 해방이고, 밤에도 해방입니다.

아무튼, 다시 제목을 찾아 다행입니다. <해방의 밤> 책은 은유 작가가 팬들에게 고하는 공식적인 댓글, 공적 편지 모음 같은. 동시에 작가의 글과 작가의 책 취향을 볼 수 있는. 에세이입니다.

작가에게 작가 정신은 무엇이었을까요?
작가 자신을 흔들었던 질문, 불우한 환경과 불행한 사건에서 느꼈던 것은 정의감이었습니다. 환경에 지배당한 약자를 위해 글을 만나고 쓰면서 해방하는 독립군입니다. 작가는 글쓰기로 감정을 처리하는 셀프 구원인 동시에 사회고발자를 자처합니다.

작가에게 관계, 우정은 무엇일까요?
절대적 양적 관계는 아닌가 봅니다. 먼저 타인을 소중하게 여기는 관계입니다. 관계나 감정은 도피하거나 끊어낼 수 없다고 생각합니다. 뫼비우스의 띠처럼 모호하게 유연하게 연결되어 있습니다. 그러니 우리는 가치 있는 사람, 나를 소중하게 여기는 사람을 만날 필요가 있습니다. 관계와 감정이 중도 멈춤이나 단절, 끊어내기가 어렵기 때문입니다.

<대전 서점, 다다르다에서 해방의 밤 북토크>가 있었습니다. 어떤 부분이었는지,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나지는 않습니다. 다만, 작가는 말했습니다.

"나는 모르겠어" 이 단어가 작가가 지향한 관계를 대신에 한 단어였을 겁니다. 절대적이지 않은 상대적인, 그래서 결론이 아닌 유보한 상태죠. 작가의 “나는 모르겠어”는 나에게 요즘 든 누군가의 관계에 여지를 두라는 말처럼 들렸습니다.

작가에게 읽는 삶은 쓰는 삶만큼 자신을 해방하는 행위입니다. 글로써 해방. 글이라서 해방. 글을 위한 해방. 글쓰는 한 사람으로서 글을 쓰고 그 안에서 해방을 느끼지만 고립된 고인 글로부터 해방하고 싶은 욕심도 함께 가져봅니다.

작가는 말합니다. “내가 만나는 소수의 약자, 사회에 지배당하는 그들의 아픔과 고통을 보고 알리는 일은 힘들지만 힘이 되는 일”이라고.

나는 지금 나를 살리기 위한 글을 쓰고 있습니다. 오늘 하루는 일단 나를 위한 해방이 급선무임에 나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겠습니다. 곧 타인의 목소리, 소수의 소리를 기꺼이 들을 용기를 갖는 날이 빨리 도달할 수 있길 희망합니다. 나도 나와 타인의 소리에 함께 귀기울일 수 있는 사람이 되길 바랍니다.



#예쁜책&초판본&재독하는&낭만독자
#정리도서평이된다면_정약용의초서처럼
#책도스포일러가있다면_작가님실례하겠습니다
#이많은책을왜읽지요?
#그몇줄을이해하기위해서!
#책보다재밌는거있으면그거하세요


밑줄긋기

p.43 엄마는 왜 꼭 남겨진 자의 역할이어야 하는가. 저자의 말대로 파탄 난 가정이 아니라 가부장제가 지어낸 이야기가 되도록 쓰세요.

p.55 나중에라는 시간은 영영 도래하지 않으며 지금 자신이 원하는 바에 따라 행동해도 된다는 것을 아이들에게 가르치는 증여이고 원함에 관해 아이들이 본받을 만한 모범이 된다는 점에서 동화책을 읽어주는 일에 비해 모자람 없는 어머니의 일이라고 믿어도 좋을 것 같습니다.

p.66 사랑은 만남으로 요약되는 것이 아니라 지속성 속에서 실현된다.

p.73 잊은 듯 살다가도 문득 따뜻한 애정이 솟구치며 그리워지는 것. 불가에서는 이를 좋은 인연이라더군요. 잊고 있다가도 또 만나면 더없이 기쁜 관계 말입니다.

p.155 따뜻한 마음으로 좋은 인연을 이어가 주시는 작가님께라고 원래 사람은 잠깐씩 보면 다 좋다 했더니 짧게 봐도 무례한 사람 많아요 했다

p.210 집 곳곳에 책이 있지만 수레(작가딸)는 거의 책을 읽지 않는다. 나도 굳이 아이에게 권하지 않는다. 한때는 책 읽으면 똑똑해진다는 신앙의 얽매이는 엄마였는데 똑똑한 게 자기 답답게 사는 데 도움이 되는지 걸림돌이 되는지 언제부턴가 헷갈린다. 그리고 책이 아니어도 사람은 자기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교감하며 느낄 것은 느끼고 배울 것은 배운다는 걸 이제 타인들의 삶을 관찰하고 아이의 성장을 가까이 지켜보며 자연스레 터득했다. 수레에겐 고양이 무지가 책이다.

p.215 남들 앞에서 자기 서사를 낭독하기까지의 오랜 시간 생각에 뒤척임, 단어 선택의 어려움, 자기 부정과 인정의 반복을 겸했다. 존재는 어떤 사람인가 어떤 사랑을 하는가. 자기를 알아가는 노력도 노력은 답도 없고 돈도 안 되고 힘에 부친다. 글쓰기를 통해 자기 힘으로 그 어려운 작업을 해냈다. 어마어마한 능력이라고 생각해 섞어 살면서 배운다. 사랑도 용기도 글쓰기도.

p.236 자기 삶에 엄연한 일부가 일어난 일입니다만 자연스레 말이 돼죠. 나오지 않아서 말하지 못하는 그것을 우린 저마다 안고 살아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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