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의 대학 생활은 청춘과 낭만보다는 반항과 비판이 먼저였던 시절이었습니다. 정부의 보수주의와 재벌가의 독식, 가진 자의 횡포에 저항한 거센 외침과 반발적 투쟁. 저는 그 위태롭던 선상에 선 위험한 군중이었습니다.
그때 만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희망과 기대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고도는 잡히지 않는 무엇이었고, 기다리기엔 너무 지친 무엇이었습니다. 그래도 기다려야 했습니다. 고도를 기다려야 했으니까요.
그저 사회가 이러하니 수긍할 것인가,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애먼 몸부림이라도 칠 것인가. 거칠게 울부짖으며 항변할 것인지. 변화를 꿈꾸며 저항하던 우리는 변할 것 같지 않은 세상에 한참 좌절하고 절망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소리 내어 울부짖었습니다.
대한민국 세 거장 배우 박근형 신구 박정자가 출연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연극 포스터를 봅니다. 30년이 지났지만 포스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두 주연 배우가 무표정, 무의미한 표정으로 서로 다른 방향을 응시합니다. 차갑고 날카롭지만 반항적이기보다는 수긍하는 자세입니다. 많이 지쳐보입니다. 나무는 두 배우에게서 거리를 두고 조금 떨어져 있습니다. 한 배우 손에 트렁크가 들렸습니다. 손가락 힘이 풀려 곧 바닥에 떨어질 것 같습니다.
그들이 기다리는 고도는 누구일까요?
오기는 하는 걸까요?
존재하기는 한 걸까요?
부디 과거의 고도는 그렇지 않았더라고 지금 우리의 고도는 북극성이길, 등불이길 기대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