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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선하 Jun 17. 2024

고도를 기다리며

후마니타스

안녕하세요~     

매일 아침 책과강연 기획자가 들려주는 책 한 권에 아침 생각을 더합니다.


오늘은 박근형 신구 두 거장 배우가 펼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를 이야기 합니다.      


대학 시절 희작법 시간과 동아리에서 사무엘 베케트 <고도를 기다리며>를 처음 만났습니다.      



저의 대학 생활은 청춘과 낭만보다는 반항과 비판이 먼저였던 시절이었습니다. 정부의 보수주의와 재벌가의 독식, 가진 자의 횡포에 저항한 거센 외침과 반발적 투쟁. 저는 그 위태롭던 선상에 선 위험한 군중이었습니다.      


그때 만나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희망과 기대를 안고 살아가는 우리에게 고도는 잡히지 않는 무엇이었고, 기다리기엔 너무 지친 무엇이었습니다. 그래도 기다려야 했습니다. 고도를 기다려야 했으니까요.      


그저 사회가 이러하니 수긍할 것인가, 계란으로 바위를 치듯 애먼 몸부림이라도 칠 것인가. 거칠게 울부짖으며 항변할 것인지. 변화를 꿈꾸며 저항하던 우리는 변할 것 같지 않은 세상에 한참 좌절하고 절망했습니다. 그래서 더더욱 소리 내어 울부짖었습니다.      


대한민국 세 거장 배우 박근형 신구 박정자가 출연하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연극 포스터를 봅니다. 30년이 지났지만 포스터는 변하지 않았습니다. 두 주연 배우가 무표정, 무의미한 표정으로 서로 다른 방향을 응시합니다. 차갑고 날카롭지만 반항적이기보다는 수긍하는 자세입니다. 많이 지쳐보입니다. 나무는 두 배우에게서 거리를 두고 조금 떨어져 있습니다. 한 배우 손에 트렁크가 들렸습니다. 손가락 힘이 풀려 곧 바닥에 떨어질 것 같습니다.      

그들이 기다리는 고도는 누구일까요?

오기는 하는 걸까요? 

존재하기는 한 걸까요?


부디 과거의 고도는 그렇지 않았더라고 지금 우리의 고도는 북극성이길, 등불이길 기대해봅니다.          

 

#월화수목금7:30

#책과강연기획자의아침생각

#동기부여자기계발비즈니스도

#결국은사람입니다

#선하’s후마니타스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 흥행 속 인터뷰    

 

⚫거장 배우의 출연 소감

평생 꼭 한 번 해보고 싶은 연극이었습니다.

이 나이에 그 많은 대사를 외우기에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그러나 맡은 역이니 열심히 최선을 다했습니다.   


⚫어느 관객의 관람 소감

이 연극은 이해하기가 어려웠어요.

전석 매진으로 예매하는 것도 어려웠어요.

그러나 두 배우가 나오는 연극을 기다리는 것 자체가 좋았어요.     

나무 한 그루 아래서 고도를 기다립니다.



고도가 무엇인지도 모른 채 기다리는

알 수 없는 그 무엇, 미래, 모습     

노예의 목에 밧줄을 걸어 끌고 있는 주인 양손에 무거운 짐가방 든 손

오랫동안 유지한 연극 포스터의 시그니처입니다.


수동적 복종적 수긍적 노예는 지금 기계화, 시스템화된 현대인을 대신합니다.      


"

오늘은 고도가 오지 않아요

"


소년은 말합니다.      


우리는 묻습니다.


"

고도는 실존하는가? 실존하지 않는가?

소년은 있는가? 없는가?    

"

  

우리는 다시 묻습니다.


"

절망 속에서 희망을 버리지 않는 이유는?

"


고도를 기다려야 하므로!          





에스트라공 : 그만 가자

블라디미르 : 가면 안되지

에스트라공 : 왜?

블라디미르 : 고도를 기다려야지

에스트라공 : 참, 그렇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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