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려하겠습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14

by 김선하

1.

선하 작가님은 손해 좀 봤겠어요.

네?

작가님 목소리나 말투만 들으면 고집스럽고 센 여자처럼 보이거든요.

네!

그런데 글 보면 그렇지 않아요.

네? !

"

각진 턱 선, 낮은 콧대, 판판한 이마, 때때로 뾰로통한 입술. 무표정할 때는 즐겁지 않은 듯, 진지하다 못해 화가 난 사람처럼 보인다고 합니다. 정확한 발음으로 경상도 억양을 감추려는 습관이 웃지 않는 표정과 만나면 세 보이기까지 하는데 나도 인정합니다. 웃지 않고 무표정하게 무엇인가 응시하고 있으면, 나를 처음 보는 사람은 나에게 쉽게 다가오지 않습니다.


그런 나의 외무를 아는지라 편하게 어울리자 마음먹은 자리에서는 일부러 푼수 끼 섞인 아줌마로 분해서 코믹한 표정 몸짓 말투를 발사합니다. 또 그것이 이어지다 보니 나를 생각 없이 놀고먹는 사람으로 몰기도 하더군요. 뭐 그것도 여유 있어 보여서 그럴 테고, 잘 지내보자는 나의 노력이 성공한 거라 생각하니 괜찮습니다.


2.

내가 뭘 했다고 하면 주변 반응은 "벌써? 언제" 그리고는" 어영부영, 대충대충, 쉽게 쉽게, 뚝딱뚝딱하네" 합니다. 나를 그냥 지나친 경우지요. 내 곁에서 오랫동안 함께 했다면, 나를 제대로 지켜봤다면, "피곤해, 까칠해, 예민해"라고 말합니다. 그러면서 그 앞에 붙은 하나의 수식어는 "의외로"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상황, 마주한 사람, 처리할 일. 사소한 결정이라도 그 무엇이든 대충 넘기지 않습니다. 생각하고 확인하고 계산합니다. 웃는 게 웃는 게 아닌 사람이지요. 단순해 보이지만, 생각 없어 보이지만, 그러는 데는 이미 상당히 복잡하게 단계를 꼬아 보고 결론을 얻은 후입니다.


물론 결정적인 순간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그간의 수고와 고민을 배신하듯 단박에 선택 기준이 되기도 있습니다. 그러면서 목숨 걸고 달려들 일 아닌 일은 또 너무 쉽게 넘겨버리기도 합니다.


3.

새로운 사람을 만나 관계를 유지하는데 세 단계를 거칩니다. 경계와 의심, 확인과 결정, 불신 혹은 확신. 나는 처음 만나는 사람이 누구냐에 따라 첫인상과 앞으로의 관계를 표정과 말투로 미리 정합니다.


주고받을 것 없이, 순수히 수다 떨고 맛있는 거나 먹자 정도의 친분을 유지한다면, 허허 웃는 동네 아따맘마 콘셉트를 잡습니다. 나를 만나 기분 좋게 즐겁게 지내자 뭐 그런 의도입니다.


일이나 돈과 관계가 있다면 말하고 행동하는데 적당한 계산을 하며 선을 넘지 않습니다. 물론 과하지 않게, 상대가 눈치채지 않을 만큼 내 기준치에서 말이지요. 그리고 적재적소 내 성향과 성격을 살짝 보여 줍니다. 우리는 여기까지,라고. 그러니 그런 느낌을 받았다면 당신과 나는 일로 만나 사이입니다.


누구는 나를 고민 걱정 없이 천하태평인 자유로운 영혼이라 하고, 누구는 세상일 혼자 다 하는 바쁜 사람이라 하고, 또 누구는 찔러도 피 한 방울 안 나올 괴물이라고도 합니다. 잠도 없는 바지런한 사람이었다가, 귀차니즘 전형을 보여줍니다. 이쯤 되니 사실 진짜 어떤 모습이 나인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모두가 나입니다. 모두 다 만족스러운 나입니다.


나는 하나인데 내 안의 페르소나는 여러 개입니다. 이중인격자, 다중인격자, 배트맨, 기회주의자,라고 생각한다면? 그럴 수 있겠네요. 나는 그런 내가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4.

내 글을 처음 읽어보면 글이 투박하고 거칠고 직설적이며 단조롭다고 합니다. 미사여구나 문학적 표현이 거의 없이 요약적이고 실용적인 글에 적합하다 할까요? 간결하고 단조로우니 문학보다는 실용문에 이로울 듯합니다. 오르락내리락하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스토리를 끌고 가는 것이야 말로 명작 아닐까 생각합니다. 물론 내 글이 그런 명작이 되려면 더 시간과 노력과 경험이 필요하겠습니다.


내가 생각하는 잘 쓴 글은 쉽게 쓴 글입니다. 긴 문장을 피하려다 보니 수식어구가 많이 없습니다. 꾸밈이 없는 속내를 직접 보여주어야 해서 당연히 직설적일 수밖에요. 그래서 투박하거나 거칠어 보입니다. 대신 읽고 비유나 은유가 없어서 명료하게 읽힐 수 있습니다. 내 의도였지만 아직 그렇게 느끼지 못했다면 아직 표현하는데 부족한 탓입니다.


5.

앞으로 그렇게 쓰겠습니다. 쉽게 읽힐 수 있는 글! 그러려면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으로 글을 써야 합니다. 글의 장르와 성격에 따라 표현과 문체에 변화는 있겠습니다. 그렇더라도 무시하지 않고, 상처 주지 않고, 공감과 위로의 마음을 더해 쓰겠습니다. 진정성 있는 글을 쓰겠습니다. 내 글을 읽고 가시 돋은 가슴 쓸어내릴 수 있게, 아픈 상처 토닥일 수 있게 하겠습니다. 정중하게 쓰겠습니다. 지난 글이 그렇지 못하였음을 알고 있습니다. 지금부터는 그렇게 쓰겠습니다. 노력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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