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 것만 모았다고 더 좋아지는 것은 아닙니다

쓰는 자의 일상 철학 016

by 김선하

1.

어? 아닌데요?

내가 기대했던 얼굴이 아니에요.

눈은 김희선, 코는 한가인, 입술은 김혜수

저는 이렇게 최고 예쁜 것만 골라서 한 건데...

그럼 가장 예뻐야 하는 거 아닌가요?

한 여자가 있습니다. 평소 얼굴 콤플렉스가 있던 여자는 예뻐지고 싶어서 성형외과에 갔습니다. 눈 코 입 이마 등 연예인 누구를 콕 집어서 똑같이 고쳐달라고 요구합니다. 의사 선생님은 얼굴선과 크기를 생각해서 다르게 하면 더 예뻐질 거라고 제안합니다. 하지만 여자는 이목구비 각각 가장 예쁜 연예인 것만 원합니다. 막무가내인 환자를 설득하지 못하고 어쩔 수 없이 의사는 여자가 원하는 대로 수술을 해줍니다.


수술은 무사히 끝났고 수술 부위 붓기도 가라앉고 자리를 잡았을 무렵 그녀는 자신의 갓생인생을 상상하며 거울을 들여다봅니다. 그런데. 거울 속 그녀 표정이 좋지 않습니다. 하나하나 놓고 보면 참 예쁜데 전체를 보니 영 예쁘지가 않습니다. 예쁜 것을 모두 모았으면 안 예쁠 수가 없는데, 최고로 예뻐야 하는데, 그렇지 않습니다.


2.

"

예뻐요!

어디가 딱 예쁘다고 말할 수는 없는데.

글쎄, 그냥 예뻐요!

"


또 한 여자가 있습니다. 이목구비 어디 하나 딱히 예쁘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코는 살짝 높았으면 좋겠고, 눈은 조금만 더 컸으면 시원해 보일 것 같고, 입 양쪽은 보조개가 들어가서 주름져 보입니다. 그런데 보고 있으면 참 편하고 미소 짓게 됩니다. 오밀조밀한 이목구비가 귀엽기도 하고 섹시하기도 하고 묘한 감정이 듭니다. 다들 그녀를 보면 예쁘다는 소리가 절로 나옵니다.


3.

예쁘다는 것, 결국은 조화입니다. 개별적으로 예쁘다,가 아니고 전체적으로 조화를 이룬다,는 것입니다. 본인의 얼굴을 보고 자연스럽게 편안한 표정을 지으니 보는 사람도 마찬가지입니다.


예쁘다는 것은 심미적인 것도 있겠지만 질서가 있어야 합니다. 있어야 할 자리에 있고, 제자리를 찾았을 때, 그래서 다른 사람 혹은 다른 물건과 조화롭게 어울릴 때 그것이 혹은 그 사람이 예쁜 겁니다.


4.

지난번 에세이 출간을 앞두고 출판사에서 저자 소개를 보내 달라 했습니다. 두 가지로 써서 출판사에 이메일 보내면서 단톡방 몇 군데에도 올렸습니다. 어떤 것이 나은지 선택해 보라는 주문과 함께. 두 개가 반반 의견으로 나누어지면서 두 개를 좋은 것만 골라서 섞어보면 어떨까 제3안을 제안합니다. 좋은 게 좋은 거니까 좋은 문장만 가져다가 앞뒤 붙였습니다. 좋은 것에 좋은 것을 입혔으니 금상첨화겠거니, 기대하고 읽어 보았습니다.


아...

뭔가 아쉽습니다. 하나하나 일 때는 좋았던 것이 전체를 이루기엔 조화롭지 못합니다. 전체를 돋보이게 하려면 높은 것과 더 높은 것, 넓은 것과 덜 넓은 것, 큰 것과 작은 것, 강한 것과 부드러운 것. 다양하게 어루어지고 이어져야 합니다. 그래야 화음이 만들어집니다.


강한 것만 늘어놓으면 위엄 있지만 경직될 수 있습니다. 한없이 부드럽다고 좋은 것도 아닙니다. 모든 것에는 강 약 중간 약이 필요합니다. 글에는 기승전결이 있고 클라이맥스가 있습니다. 좋은 것이 있으면 좋은 것을 돋보이게 할 다른 것이 받쳐주어야 합니다. 그래야 좋은 것이 더 좋은 것으로 빛날 수 있습니다.


5.

글이라는 게 그런 겁니다.


좋은 표현을 죄다 쏘아부어도 서론 본론 결론에 이르기까지 에세이 하나에 어울리지 않고 떠다니는 글들이 있다면 예쁜 글이 아닙니다. 사람도 물건도 그러하듯 글도 주변과 어울리게 제자리를 찾았을 때. 그때가 참 예쁘다!는 것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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